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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포 오 May 27. 2023

토스카나 미식 여행과 티본 스테이크

이탈리아 미식 이야기


토스카나 서남부에 위치한 마렘마(Maremma) 지역은 티레니아 해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변들과 이탈리아에선 보기 드문 늪지, 온천 등 다채로운 자연환경이 있는 곳이다.


가끔 자발적으로 누드 해변을 연출하는 늙은이들만 없다면 토스카나에 이곳처럼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광경이 또 있을까 생각하며 여름이면 종종 마렘마 해변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근처 농가에 들러 그곳이 아니면 구하기 쉽지 않은 마렘마 포돌리카(Maremma Podolica) 품종의 소고기를 구입하는 게 내 스테이크 인생의 아름다운 한 자락이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해변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마렘마. 와인 애호가들에게 슈퍼 투스칸 와인 생산지로 잘 알려진 동네 볼게리(Bolgheri)가 있는 지역이다.


각설하고, 토스카나에서 최고의 고기를 구하고자 한다면 나는 두말없이 단골 정육점인 안티카 마첼레리아 마스트로치차이오(Antica Macelleria Mastrocicciaio)를 추천한다. 1856년에 시작된 유서 깊은 곳으로 홈페이지도 있다.  


https://www.mastrocicciaio.com/ 

역사가 깃든 근사한 외관을 상상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평범한 모습의 이 정육점은 작은 마을 길목에 위치한다.



피렌체는 티본 스테이크(Bistecca alla fiorentina)의 고장답게 어딜 가도 좋은 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보통의 정육점에서는 '이번에 좋은 소고기가 들어왔어요' 정도로 정보를 준다면 이곳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전문성 있는 내용을 제공한다. 소의 품종과 성별, 도축 시의 개월수, 에이징 한 정도는 물어보지 않아도 기본으로 알려준다.


그렇다면 가격이 좀 나가는 게 아닌가? 이곳이 제공하는 고기는 최고 레벨이지만 놀랄 만큼 가격이 좋다. 고기를 다양한 품종으로 구비하고 있어 여러 종류를 사서 테이스팅 하기도 딱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소개해준 소고기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마렘마 지역에서 키운 덩치 좋은 리무진종의 18개월 이상 어른 수소 고기였다. 적절히 씹히는 질감과 가득 배어 나오는 육즙이 최고였는데,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숯 위에서 고기가 타지 않게 불을 쬐어주는 것으로 고기가 가진 본연의 맛을 어렵지 않게 이끌어낼 수 있다.


신선한 정육과 드라이에이징 고기, 다양한 숙성육과 반조리 제품을 판다.


토스카나에서 아그리투리즘(농가 민박)이나 조리 시설이 있는 에어비앤비에 묵는다면 나는 티본 스테이크를 직접 요리해서 먹어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정육점에서 직접 고기를 구입해 보면 식당에서 먹는 것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격이 좋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토스카나에서는 이 두툼한 티본 스테이크를 레어로 내어주는데, 식당에 굽기 정도를 요청할 수도 있겠지만 언어적인 문제가 있다면 완벽한 식사를 하지 못하거나 실망할 수도 있다. 고기의 질과 익힘 정도가 가장 중요한 이 음식은 직접 해 먹는게 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과 다른 환경에서 요리하는 것 자체가 근사한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요리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좋은 고기를 사 와 숯불에 구우면 가장 좋고, 여의치 않다면 프라이팬에 구워도 괜찮다. 슈퍼에서 산 야채에 올리브유와 좋은 식초 정도만 곁들어 먹어도 토스카나의 제대로 된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추천하는 정육점이 너무 멀거나, 숙소 부근에서 괜찮은 정육점을 못 찾겠다면 토스카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형 슈퍼마켓 쿱(Coop)에 가자. 기본은 하는 비스테카의 원조종인 키아니나(Chianina)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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