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카페에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이 가지고 오는 물건을 살펴보면 요즘 아이들은 공부할 때 패드나 탭 또는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 무선이어폰, 그리고 타이머가 필수인 듯하다.
공부 브이로그라고 공부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유튜브가 있다고 들었을 땐 무척 놀랐다. 누군가가 카메라로 나를 보고 있고, 나를 비추는 화면도 눈앞에 떠있는데 공부가 된다고? 이것이 인싸와 아싸의 차이인가 싶다. 아니면 외향형과 내향형의 차이인가. 실제로 스터디 카페에서 그런 화면을 띄워놓고 하는 학생이 있었다. 유튜브 생중계인지 줌 같은 공유 앱을 이용한 스터디 모임 화면인지는 모르겠다. 슬쩍 건너 보는데 제법 집중하며 공부하는 모습이기에 저렇게 서로 지켜보며 공부하는 것이 나름 효과가 있는가 보다 생각했다.
특이했던 경우는 아이돌 콘서트 영상을 띄워놓고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아이돌 콘서트 영상이라는 건 집에서 응원봉 들고 한컷 한컷 집중해서 봐야 하는 게 아니었나? 내 최애들이 눈앞 화면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고 있는데 그걸 씌워 둔 채 공부를 할 수 있다니? 그런데 신기한 건 이 학생 역시 꽤나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은 꽂고 책 뒤 화면에는 아이돌이 나와 현란한 조명 아래 춤을 추고 있는데 그 화면 대신 책을 보고 문제를 풀고 있었다. 라떼도 교실에 이어폰 꽂고 음악 들으며 공부하다 이어폰 뺏기는 친구들이 있기는 했다. 나는 귀에 소리가 들리면 오히려 집중하지 못하는 타입이라 그때도 신기하게 생각했었건만 이제는 눈앞에 화면까지 더해졌는데 공부한다. 이것이 매체에 맞춰 진화한 MZ세대의 뇌인가.
최근은 교재도 다 PDF로 팔아서 그걸 다운로드하여 패드에 넣고 거기에 필기하는 식으로 수업하고 그래서 학생들 가방에 책이 없다고 한다. 라떼는 강의실에 노트북을 들고 와서 다다닥 타자 소리 내며 필기하는 사람도 다들 신기하게 바라봤는데 말이지. 이렇게 또 나이대가 티가 나고... 스터디 카페에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트북으로 인강을 들으며 필기는 패드에 하는 학생들이 많다. 나는 패드의 필기감을 적응하지 못해서 그나마 그리던 그림도 내려놓은 사람이라 그렇게 바로 기기에 필기하는 학생들도 신기하다. 이렇게 요즘 아이들과 또 한 걸음 멀어지고...
하지만 <인스타브레인(안데르스 한센, 동양북스, 2020)>을 보면 단순히 같은 내용을 종이책으로 읽은 그룹과 이북리더기로 읽은 그룹을 비교했을 때, 종이책을 보며 공부한 그룹이 이해도가 월등하게 높게 나왔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다. SNS나 인터넷이 공부에 방해된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단순한 이북 리더기도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결과라니?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제레드 쿠니 호바스, 토네이도, 2020)>에서도 비슷한 실험 결과가 실려 있다. 이 책에서는 전자책은 사람이 기억할 때 사용하는 3차원 공간 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전자책으로 공부하고 계시는 MZ 세대 여러분들은 어찌 생각하시는지?
나는 스마트폰이라는 존재가 없던 시기에 공부한 세대이다. 시도때도 없이 실시간으로 알람이 울리고 화면만 켜면 곧바로 연결되는 수단이 없었다. 삐로로로 소리를 내는 모뎀으로 띄운 파란 화면에 글이 뜨는 것부터가 경이롭던 시절이었다. 때문에 오히려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 다 같이 열 시까지 잡혀서 앉아있는데 몰래 만화책 보고 친구랑 필담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결국 할 수 있는 것이 공부 밖에 없어서 공부했다. 그 때 공부했으니 대학갔지...지금 태어났으면 핸드폰의 노예가 되서 절대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집중력은 지금 10분을 넘기지 못한다. 일을 하다가도 스마트폰을 들고 찾아봐야 하고 그 김에 카톡 온 것도 봐야 하고 인스타도 한번 들어가 보고 다음 브런치도 슬쩍 읽고.... 책을 잘 읽지를 못한다는 것을 어느 날 깨달았을 땐 충격이었다. 그 뒤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처럼, 독서는 아예 타이머를 맞춰놓고 한다. 이 부분은 좀 요즘 사람 같을지도.
+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스티브 잡스는 자기 애들한테는 성인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쥐어주지도 않았단다.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진짜 나쁜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