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청소는 너무 싫은 일입니다. 자취하며 처음으로 변기 청소를 하게 되고 그동안 변기 청소해 준 엄마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는 얘기가 헛이 아니에요. 내가 똥 싸는 내 집 변기 청소도 가능하면 안 하고 싶은데 가게를 하게되면 이제 남이 똥 싸는 변기 청소도 해야 됩니다.
우리 스터디 카페 화장실 청소는 새벽 청소해 주시는 분이 먼저 전체 청소를 해주시고 저는 수시로 체크하고 뒷정리 청소를 하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일 힘든 부분은 그냥 외주 준 거죠. 무인 운영이라 해도 하루 한 번 이상 가게에 가서 체크해야 하니 그때 화장실도 같이 체크해요. 하늘 같은 건물주님께서 우리 스터디 카페 오픈에 맞추어서 화장실을 리모델링을 해주신 덕에 어지간한 가정집 화장실보다 예쁘고 깨끗한 게 자랑입니다. 타일이 핑크에 거울은 골드프레임이라고요. 공부한다고 늘 앉아있는 학생들 편하라고 따로 변기 온열 시트도 붙여두었답니다. 처음에는 비데까지 생각했지만 남이 쓴 비데 관리까지는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시트가 뜨끈해지는 정도로 타협했습니다.
문제는 그랬더니 너무 편한 모양인지 큰 일을 보고 가시는 분이 나타나서 말이죠. 최근 주에 1번 정도 큰 볼일을 아주 크게 보시고는 본인이 보기에도 이건 물 내리는 순간 대 참사다 싶은지 물 안 내리고 그냥 도망가는 분이 계시네요. 이게 지속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대충 생산물의 형태도 일치하고 해서 같은 분임을 알았습니다. 일주일 치를 한 번에 해결하시는가 싶어요. 그런 일은 본인 집에서 개인적으로 해결해 주시면 참 좋겠는데 어찌 우리 가게를 아시고는 여기까지 와서 일을 치르고 가시는지... 그 덕에 변기 뚫는 건 도가 터버렸습니다. 남의 큰 생산물을 봐도 예전만큼 구역질이 나오지는 않네요. 그냥 무표정하게 팍팍팍 뚫어뻥을 위, 아래로 열심히 쑤십니다. 변기 뚫는 일은 내려가는 순간 나름 쾌감도 있어요. 우르릉 쾅쾅하고 쑤욱 내려가주니까요.
변비는 괴롭죠. 변비는 임신 때 철분제 먹다 걸려봤는데 진짜 이게 입덧으로 죽을 판인데 동시에 변비인데 나는 또 회사라 남들 계속 들락날락하는 공중화장실이야... 하 그때는 진짜 죽고 싶었습니다. 사실 전반적으로 임신 기간 내내 저는 죽고 싶은 일들 투성이었기 때문에 변비는 뭐 3위권에도 못 미치는 일이었습니다만. 임신 출산은 진짜 보통 일이 아닙니다. 아기 낳은 엄마들한테는 무조건 잘해주세요. 목숨 걸고 하는 짓이고 하면서 십 년 늙는 짓입니다. 인간의 임신출산을 이따구로 설계한 대자연 저주한다, 진짜.
다시 변비 얘기로 돌아오면, 아무래도 요즘은 타고난 변비보다는 운동부족과 식습관 문제라니 스스로 고치는 수밖에 없겠지요. 확실히 다이어트한다고 풀 많이 먹은 날은 변이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미역도 강추합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풀떼기만 먹은 덕에 변비도 없었고 똥의 양도 엄청났다고 합니다. 그게 또다시 논밭 거름이 되는 농경사회에서는 똥, 오줌이 아주 중요했지요. 박완서 선생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보면 당시 농경사회가 뒷간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나옵니다. 깨끗하고 넓은 공간에 조석으로 싸리빗자루로 쓸고 볼 일을 보고 나면 아궁이의 잿가루로 덮었던지라, “뒷간에서 팥죽을 먹어도 좋을 만큼 청결했다”고요. 송도까지 가서 인분을 사 올 판에 오줌똥은 당연히 귀하게 모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청결한 상하수도 시설을 구비한 대신 그 기능이 사라지고는 온전히 쓰레기 처리 기능뿐이다 보니 청소도 싫고 남의 똥 보기는 더 싫게 되었네요.
무단사용자야 어쩔 수 없다지만 깨끗이 써주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변기에는 이것저것 묻어있고 휴지는 제대로 휴지통에 들어가지 못한 채 널브러져 있고 무슨 짓을 했는지 변기가 수시로 막히는 그런 모습을 보고, 우리 스터디카페 사용자가 어릴 적부터 교육 잘 받은 유명 학군지의 젊은 학생층인 것을 떠올리면 참 이걸 어찌 생각해야 할지 좀 그래요. 어차피 내일 아니다 남이 치울 일이다 하는 마인드인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아직 스스로 변기청소를 안 해본 나이다 보니 수습할 줄을 몰라 그러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요.
우리에게는 대한민국의 화장실 문화를 바꾸고 이제 세계의 화장실 문화를 바꾸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만든 기념비적인 표어가 있지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이것만 지키면 될 것인데, 언제나 기본이 가장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