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먼저 글을 썼지만 사실 프랜차이즈는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냥 맨땅에 창업하는 것과 프랜차이즈를 끼고 창업하는 것은 레고 블록 더미 위에 앉혀놓고 그냥 집을 지어보라고 하는 것과 레고 블록과 조립설명서를 함께 주고 지어보라고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주위에 자영업을 해본 지인이 없어서 창업에 대해 물어볼 사람도 들어볼 곳이 없는 사람이라면 프랜차이즈는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자영업을 시작하려고 하면 법적인 순서부터 막힌다.
어디서 귀동냥으로 장사를 하라면 사업자 등록이라는 걸 해야 한다는 걸 들었다. 그럼 그걸 어디서 하느냐 어떻게 쓰느냐 그걸 신청하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업자 등록을 하려면 가게 부동산 계약서가 있어야 한다는데, 부동산 계약은 큰돈이 드는 일이므로 나는 이 가게가 어느 위치에 있어야 장사가 망하지는 않을지부터 공부해야 한다. 물론 최종 위치 선택은 나의 몫이지만 프랜차이즈는 최소한의 가이드는 제시해 준다. 주변 아파트 단지의 가구 수, 경쟁업체 존재 유무, 적정한 가게의 평수 등의 기준 정도는 알려주는 것이다.
창업에 있어 인테리어는 부동산 계약 다음으로 돈이 든다. 프랜차이즈라면 인테리어 디자인도 이미 정해진 디자인 콘셉트가 있어서 편하다. 만약 우리 스터디 카페를 사설 인테리어 실장과 앉아서 그리기 했으면 한 달은 더 걸렸을 것이다. 집 식탁 조명 하나 정하는데도 무한 검색 때리다 토할 뻔했는데 전체 가게 인테리어를 콘셉트부터 정해야 한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초짜는 적절한 책상의 크기나 배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감이 없다. 140짜리 책상이 좋은지 110짜리로 충분한지, 칸막이형은 어느 방향으로 설치해야 하고 어떤 의자가 좋은지 등 정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프랜차이즈는 이런 결정의 기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아마 업종에 따라 식당이라면 특정 요리 레시피를, 학원이라면 표준화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어서 창업에 도움을 줄 것이다. 나는 스터디카페였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자유로웠다. 키오스크와 원격 관리 시스템만 익히면 되었다. 평균 퇴직 연령 49세, 자영업자 5백만의 세상이다. 당장 밥벌이는 급하고 어디 취직할 수는 없을 때 프랜차이즈 창업은 검토해 볼 만한 대안이 된다.
물론 장사를 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니라 나다. <피, 땀, 눈물 자영업자(이기혁, 상도북스)>에서 이기혁 사장은 "카페 창업에 바리스타 자격증도 필요 없다, 오로지 필요한 것은 실무 경험 뿐"이라고 했다. 프랜차이즈가 도와주는 것은 전쟁 준비일 뿐, 진짜 전쟁은 오픈 후 시작이다. 그리고 오픈 후부터는 프랜차이즈도 언제든 나의 적군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