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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쥰쥰 Jun 14. 2023

공포의 전기료 인상

자영업자 울어요

정부가 다시 한번 전기료 인상안을 발표했다. 24시간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는 절망적인 소식이다. 가게 운영 유지비에서 전기세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애초에 24시간 운영을 하지 말걸! 24시간 운영해도 큰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던 프랜차이즈 차장의 주둥이를 때려주고 싶다. 하긴 그 사람도 뭘 알겠어. 그냥 이 계약 어그러지지 않게 무조건 좋다 장사 잘된다고 말해야지. 그래야 그 사람도 월급 받고 먹고살지. 제  때 이사 나가기 위해 층간소음에 누수에 결로까지 있던 집을 그냥 이 집 정말 좋다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무조건 잡으시라고 웃으며 말했던 나처럼. 




현재 우리 스터디 카페의 운영비 구성을 대충 보자면 일단 1위는 당연히 월세다. 조물주 아래 건물주라고 자영업 세입자 노릇을 하노라면 건물주가 정말 너무나도 부럽다. 그래도 우리 건물주는 좋은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스터디 카페 오픈에 맞춰서 화장실을 리모델링해 주었다. 계약 시점 당시의 건물 화장실은 정말 충격적인 상태였다. 문짝은 떨어져 나가서 덜렁거렸고 변기 뚜껑은 깨져 있었다. 세면대는 마지막으로 닦은 적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더러웠다. 새 화장실은 화이트 톤에 핑크 색 타일로 포인트를 주고 금박 거울과 수전이 달려있어서 우리 집 화장실보다 고급스럽고 깨끗했다. 나는 새 화장실을 보며 심각하게 그냥 앞으로는 집에서 말고 여기서 똥 싸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가 문제의 전기료이다. 우리 가게는 냉난방을 모두 전기로 하고 있다. 여름에는 냉방으로, 겨울에는 난방으로 거의 24시간 돌리기 때문에 전기료가 엄청나게 나온다. 누진세 구간을 가뿐히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다. 전기 사용량 문제로 개업 한 달이 지나자마자 한전에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해당 주소지의 전기 사용량이 너무 늘었다는 것이다. 가게 업종이 바뀌었다고 답하자 이대로는 누진세가 어마어마할 테니 기본 누진세 구간을 늘리고 건물주와 이야기해서 전기 승압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첫 번째 것이야 한전에 서류를 여러 장 떼서 보내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승압 작업은 건물에 따라서는 공사 용역비가 추가로 들 것이란다. 이때 나는 개업 자체로 너무나 지치고 날카로워져 있어서 추가 비용이라는 말에 거의 울기 직전이 되었다. 다행히 본격적으로 울기 전에 프랜차이즈 측에서 승압처리를 미리 해두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 개업은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인건비이다. 새벽 청소 용역 비용, 그리고 저녁 청소 알바 비용이 들어간다. 사실 이 비용은 약간 사치성 비용이기도 하다. 무인 운영하는 자영업의 최고 장점이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인데 그 부분을 어느 정도 포기한 것이니까. 한국에서 사람 쓰는 비용은 결코 싸지 않다. 운영이 어려워지는 순간 다시 내 몸뚱이로 때워야 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 사람이라 목숨 연명하는 수준의 체력인 나는 70평짜리 스터디카페 청소를 하고 오면 앓아누웠다. 남편은 니 가게인데 왜 내가 청소를 해?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결국 운영 한 달 만에 그냥 돈을 쓰기로 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소모품비로 온갖 간식이나 기타 소모성 부품 구매 비용이다. 중고등학생들이 몰려와 미친 듯이 먹어대는 시험기간이 낀 달에는 이 부분이 인건비를 너끈히 뛰어넘기도 한다. 커피도 엄청 먹지만 가장 많이 나가는 건 아이스티다. 아무래도 공부하려니 달달이가 당기는 모양이다. 한 번에 아이스티 스틱을 세 개, 네 개씩 때려붓더라. 그밖에 스터디룸의 화이트보드 마카라든가 쓰레기봉투 구매비용, 각종 청소 관련 도구들 등 소소하고 확실하게 가게는 물건을 소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존의 한전 적자를 운운하며 계속 올라가는 전기료는 내 얼굴을 새하얗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분명히 학교에서 사회시간에 배울 적에는 전기는 공공재이고 공공재는 사회의 안정과 편의를 위해서 적자여도 정부가 세금을 들여 운영하는 재화 또는 서비스라고 배웠었는데 왜 한전의 적자가 이렇게까지 큰 이슈가 되고 문제가 되었나. 적자에도 불구하고 팡팡 터진다던 한전의 성과급 잔치 이야기들은 어디로 갔나. 한전의 전력 구매 구조의 모순에 대한 검토는 또 어디로 사라졌나. 나는 아직도 이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 달도 전기료 고지서가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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