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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쥰쥰 Jun 20. 2023

중학생 출입 금지에 관한 현업 종사자의 변

얘들아, 제발 진정하고 공부해.

  

중학생 출입 금지 조치를 내 건 스터디 카페가 기사화되었다. 이를 두고 차별이다 아니다 갑론을박이 뜨겁다. 하지만 실제 운영해 본 내 입장에서는 그 스터디 카페의 결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중학생은 떠든다. 눈치도 보지 않고 집중력도 부족하다. 모여서 떠들어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80퍼센트는 중학생이다. (나머지 20퍼센트는 몰려다니는 고등학생 무리이다. 이들은 중학생과는 다른 결을 가진다.)




인간의 뇌는 태어날 때는 파충류의 뇌였다가 자라면서 포유류의 뇌를 거치고 마지막으로 30세 즈음 인간의 뇌로 발전한다는 뇌 발달 단계 이론이 있다. 이제는 사장된 이론이라지만 직접 아이도 키워보고 실제 중고등학생까지 손님으로 겪어본 바로는 맞는 이론이다. 중학생은 딱 포유류의 뇌의 정점인 느낌이다. 지극히 충동적이고 상황 파악 능력도 부족하다. 현재의 중학생들은 중2에 첫 시험을 치르기에 공부에 대한 감도 없다.


보통 시험 기간에는 자기 집 근처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를 등록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앉아있는 사람 중 태반이 다 같이 시험 치는 같은 학교, 같은 동네 친구들이다. 중학생은 자리에 바로 앉지 않는다. 입장하는 걸음 그대로 한 바퀴 돌면서 누구 아는 사람이 있는지 체크하고, 일일이 나 왔다고 인사한다. 그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집중력을 흩트리고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친구를 찾아내고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어디까지 했니, 난 망했어, 나 수포자야, 넌 국사 포기했니 하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4월 말 중간고사 기간에는 변수가 하나 더해졌다. 시험 기간을 이틀 앞두고 아이돌 그룹 <세븐틴>이 신곡을 낸 것이다. 그날 내내 여학생들은 스터디 카페 내에 참새들이 되어 둘셋씩 서서 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흩어 놓으면 자리로 돌아갔다가, 그중 한 명이 무언가 새로운 동영상이나 새로운 소식을 발견하면 일어나서 다시 친구에게 보여준다. 그 친구는 또 다른 친구를 부르고 그렇게 둥글게 모여 선다. 소리 없는 환호성이 마스크 너머로도 느껴진다. 나도 알지. 내 최애 소식 너무나 중요하고 소듕하지. 근데 하지 마라. 할 거면 나가서 해라.


그나마 고등학생 이상이 되면 한번 앉은 자기 자리를 잘 떠나지 않는다. 만약 책과 가방을 두고 친구들과 자리를 떠난 학생이라면 그들은 그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때문에 고등학생의 업무 방해하는 정도는 약한 편이다. 스터디 카페 주인 입장에서는 이쪽이 확실히 편하다. 전기도 안 쓰고 과자도 안 먹고 안에서 떠들지도 않으면서 돈은 내고 가니까.


중등은 서로의 자리를 오가면서 인사하고 말을 걸고 토의한다. 지금 당장 이 순간 이 기분을 또래와 나눠야 하는 게 너무나도 중요하다. 한 명이 일어나 한 바퀴 돌고 나면 잠시 후 그다음 아이가 또 일어나 한 바퀴 돈다. 모르는 문제 물어보겠다고 소곤거리며 카페 존에 서 있던 두 명이 점점 늘어나 나중엔 다섯 명이 모여 아예 다른 주제를 토론하고 있다. 지금은 중학생도 공부할 권리는 있지 싶어, 그냥 일일이 적발해서 경고문자를 날리고 출입 차단을 먹이고 있다. 하지만 다음 시험 기간에는 그냥 우리도 중학생 출입 금지 선언을 할까 고민 중이다.     



이 글의 초안을 쓰고 한 달이 지난 2023년 6월, 기말고사 기간을 앞두고 우리도 결국 중학생 출입 제한 결정을 내렸다. 중학생은 일일권은 사용할 수 없고 적발 시 바로 퇴실 조치된다. 만약 스터디 카페 사용을 원한다면 보호자와 통화 후 기간권/충전권만 구매할 수 있다.

 

- 덧 : 저도 세븐틴 참 좋아합니다. 세븐틴 콘서트 가보는 게 소원인 아줌마입니다.

        아이돌 여러분 및 관계자들, 부디 신곡 발매는 시험기간을 피해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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