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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Oct 01. 2024

화타 숭늉차를 만들다.

주말을 몽땅 태웠다.

 명절을 지내고 이유 없이 온몸이 바늘로 찔리는 통증을 몇 차례 겪었다.
 충분하게 쉬었고, 별일 없이 사는 일상인지라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잇몸은 제멋대로 부어오르고, 혓바늘은 눈치채기도 전에 솟아나 있었다.

염증이다.

경험했던 기억을 되찾아 내린 진단이었다.
아침에 보리누룽지를 먹었고, 저녁은 청국장 가루와 초석잠 가루에 두유 한 팩으로 식사를 바꿔 봤다.
사흘정도 먹자 몸이 반응한다.

가볍다.

 내친김에 전에 들은 적이 있는 숭늉차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주말 내내 보리누룽지와 쌀겨 누룽지까지 만들었다. 쌀겨 누룽지는 과자처럼 출퇴근하며 차 안에서 먹기에 좋을 것 같아서 만들고,.
바싹 태운 누룽지를 분쇄기에 갈아서 커피 내리듯이 걸러 마셨다.
향은 커피보다 못했지만 독소제거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두어 번 내렸다.
 주방에서 베란다로 왔다 갔다 하기를 누룽지 개수로 어림 잡아보니 서른몇 번은 넘었던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집안에 눌어붙은 듯한  탄내가 빠지지 않는다.
향초 피워 놓고 선풍기 틀어놓고........

왜? 염증이 생겼을까나?

며칠 전에 지인의 속풀이를 들어주다가 마음에 생채기가 났었다.
그니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배경을 늘 자랑해 왔지만 별다른 감흥 없이 들어줬었다.
그러나 그날은 불쾌했다.
그니가 일상으로 쓰는 단어가 변해 있었다.
둘이 나누는 대화에서 거의 욕설에 가까운 주변인들에 대한 험담을 듣는 순간 나는 마음을 닫았다.
드르륵 긁히는 소리를 들었었다.
마치 젖은 방문이 닫히는 울퉁불퉁한 소리.
편한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함부로 하는 사람이 아닌가?
불쾌한 생각만으로도 앓는 나이가 되었다.
주말 내내 누룽지를 만들며 많이 정화되었다.
몸을 위해서 누룽지를 만들면서 태워서 맑게 내려 마시는 차 한잔에 마음의 염증까지 치료했다.

나는 이기적으로 변하기로 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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