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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Oct 07. 2024

시월에.

같이, 그리고 따로.



느닷없는 임시공휴일이 황당했다.
완전하게 징검다리.
그럴 때는 몰아쉬기가 답이라고.
언제부터인지 자연스레 정해져 버렸다.
그래서 떠나는 3박 4일의 헐렁한 여행이다.
여행이라는 것도 맞지 않고, 관광이라는 것도 그다지 맞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말만 앞세우고 대치근무를 끝낸 2일 밤 무작정 집으로 가는 방향과 반대편으로 내리 쐈다.
 
가즈아!!

일전에 들렸던 사우나가 있던 숙소를 찾아 피로를 풀고, 근처에 식당이 없어서 찾은 관광지 옆 짬뽕 집에서 우악스러운 쟁반짬뽕에 얼이 나갔다.
볶음도 아닌 것이 탕도 아닌 것이 해물 짬뽕이라는 명칭이 무색한 오징어 다리 몇 쪼가리만 질척한 국물(?). 소스(?)를 밟고 지나다니는 것 같았다.
다시 오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지만 서둘러 수저를 놓아보기는 참 오래간만이다.
우리는 낮에 선물로 받은 빵을 동시에 말했다.
이따가 배고프면.....
 꾸물거리는 날씨는 볕이 없어 좋고, 급작스레 강도가 높아진 바람의 심술은 시원하다며 약 올려 가며.
 그렇게 안착한 곳에서 우리는 서로가 배려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기에 돌입했다.
 지난 몇 번의 이런 여행이 꽤나 매력이 있다.

3박 4일의 고군산 명도.

마을버스와도 같은 배는 관리도, 방축도를 거쳐서 명도에 도착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려니 까마득해 보였다.
 전 보다 두 배는 올라가야 했고 짐도 전보다 두 배는 많았으니.
 누가 보면 이사하는 줄 알겠다며 헥헥거리는데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펜션 주인이 마중을 나와주셨다.
 밥만 해서 차린 밥상을 남편은 가족 톡방에 "끼니"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답으로 올라오는 딸애들의 건강한 끼니가 서로의 안부를 하게 되었다.
 해맑게 웃으며 바다를 향하는 그의 손에는 낚싯대가 벌써 휘청 거린다.
멀리서 들려오는 찰박거리는 파도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섬.
침묵과도 같은 시월의 햇볕은 모든 것을 정물화로 그려 놓았다.

 며칠 전에 주문한 책을 들고 왔다.
' 조지 오웰의 산문선'
 속독을 하는 편인데 절대 그리 되지 않는 책.
 천천히 읽게 되는 책.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딸들에게 자랑을 했다.
 우럭 두 마리를 잡아 온 남편과의 조촐한 술 한잔에 회 몇 점이 이리 달았던가?
알람을 재우고 그냥 퍼지려는데 창문으로 언뜻 보이던 별빛에 이끌려 새벽 별과 한참을 놀았다.
선명한 별자리들을 아는 데로 찾았다.
그때 들려오는 칡넝쿨의 마른기침 같은 사륵거리는 소리, 어제보다 더 작게 들리는 파도의 속삭임까지도 모두 내가 가졌다.
 낚싯배가 지나면서 내는 확성기 소리에 오래전 작은 섬마다 배로 옮겨 다니던 그 시절에 야미도에 내려섰던 새벽이 기억났다.
렌턴에 기대 대충 불편한 바위에 앉아 맞았던 새벽의 깜깜함과 바위틈에서 끓여 먹었던 라면과 커피.
 낚시꾼이 아닌 어부 놀이에 가까운 남편의 얼굴은 온종일 탱글탱글 웃는다.
 얼음돔과 민어를 펜션 주인이 선물로 주는 바람에 늦은 밤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
들어주고, 공감하고, 토닥여 주면서 그렇게 취했다.

 아홉 끼를 꼭 채웠고, 아침 반, 점심반으로 나눠 맘  낚시하고, 야간 자율 수업까지 채운, 어부가 되었던 남편의 만족한 표정이 더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나. 우리?


다 했지.

정물화 한 점 제대로 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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