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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 원장 Feb 16. 2024

박재혁 찾기_2

짝사랑과 불륜의 사선에서

그에게 25년만에 전화를 한다.

25살 여자가 50살 중년이 되는 시간을 건너.

바다를 건너.

제주에서 자신의 시간을 채워가고 있는 그에게.


수업시작 전 카페창가에 앉아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경제서를 읽고 있었다. 직장생활에 대한 작가의 조언과 그 시대 직장의 풍토와 직원들의 특성과 미래를 전망하는 책이다. 문득 나의 직장생활이 떠오른다.


마지막 직장을 떠나온 지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11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30살에 결혼을 했다. 출산과 함께  인생의 고된 수난기가 시작되었다.몸이 불편하신 시어머니를 10년간 모셨고, 남편의 부도로 강제 분가를 하면서 영어학원을 오픈했다.가장이 되었다.

영어학원은 다행히 자리를 잡았고 사춘기아들은 대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얼마지나지 않아 이혼을 했고 벌써 이혼5년차가 되었다.

이혼 후 위암 판정을 받았고, 3년전에 수술을 했다.인생이 파란의 연속이다.지금은 수술 3년 차로써 확보된 미래 시간이 불투명하다.

죽음은 늘 현실에 맞닿아 있고 미래를 위해 참아내야 하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현재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오직 지금, 현재만이 내게 중요하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다가 25년 전 과장님이 떠올랐다.

 나 결혼생활은 이혼과 위암으로 슬픈 결말을 맺었다. 애처가이던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살아있겠지?'

11년의 직장생활로 맺은 인연 중 유일하게 궁금한  1인이었다.


예전에 그와 근무했던 공항 근처지점 대표번호로 전화를 했다.

벨이 울리자마자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동차.##지점입니다"

나도 사무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여보세요?  거기 근무했던 원지영이라고 합니다. 그 지점에서 가장 오래 근무하신 영업사원 좀 바꿔주세요."

흔치 않은 요청에도 여직원은 당황하지 않고 바로 응대해 주었다.

"그럼, 박도차장님 바꿔드릴까요?"

! 이런 박도 대리가 아직 거기서 근무를 한다고?

나는 다시 차분히 대답했다.

"예, 예 그래주세요, 감사합니다"

곧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전화를 돌려받았다.

"여보세요? 박도입니다"

나는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일이!!

"박 차장님!! 저 원지영입니다. 기억나세요?

 차장님 되셨네요!"

그도 놀랍다는 듯이 목소리가 격앙된다.

"어!! 원지영씨!! 내가 아는 그 지영씨 맞아?"

"예. 접니다. 와 진짜 반갑네요!"

그렇게 격한 인사가 오가고 본론으로 들어가 내가 물었다.

"차장님, 제가 근무할 때 제주에서 오셨던 업무과장님 있잖아요? 성함이 뭐였죠?"

그가 바로 대답한다.

"박재혁 과장님 말하는 거야?"

맞다, 그 이름이었지, 기억난다

"예, 맞아요. 기억하시네요? 그분 지금은 어느 지점 계세요?"

그가 자기만 아는 주식정보를 누설하듯 비밀스럽게 말한다.

"그분 지금 제주에서  세무사 사무실 연지 20년 돼 간다. 예전에 제주 갔을 때 한번 만났었어."

역시 그랬구나, 그는 이 회사에 어울리지 않았어. 늦은 나이에도 다시 공부하고 도전해서 세무사가 되셨구나.

세무사라니!! 세상에'

나는 놀라 대답한다.

"대박, 진짜요? 전화번호 있으세요?

그가 뿌듯한 듯 대답했다.

"전화번호 네이버 치면 나와 [박재혁세무사]"

내 안부를 궁금해하는 그의 질문을 뒤로하고 나는 급하게 전화를 끊고 네이버검색을 했다.

박,, 재,, 혁 세무사.... 어!! 있다.

전화번호를 찾았지만, 바로 전화를 할 수 없었다.

나를 기억할까?

25년 전이고 같이 근무한 게 채 1년도 되지 않는데....

아 맞다, 나는 현재만 사는 여자였지. 망설이는 건 이제 필요 없어. 전화해 보고 날 기억 못 하면 그만이지 뭐, 어때?


", 박재혁세무사 사무소 입니다"

남직원의 목소리였다.

"네, 안녕하세요. 소장님과 통화 가능한가요?"

남자직원은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무슨 일로 그러세요?"

나는 주저하면서 천천히

"아 네. 저 예전에 대구에서 소장님과 같이 근무했던 직원입니다. 안부전화 드렸어요?"

남직원이 고객응대목소리에서 좀 더 사적이고 친근한 어조로 말했다.

"아~ 예, 지금 소장님께서 고객이랑 통화 중이셔서요. 메모 남겨드릴게요. 성함이?"

이름을 말하면 메모를 보고 콜백을 할까?

내 이름을 기억할까?

"네 , 원 지 영 입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자 피식 웃음이 났다.

나 진짜 용감해졌는데,

전화 오겠어? 기억 못 할 텐데,..


다시 책을 펴 들었다. 10여분 정도 지났을까?



그에게 전화가 왔다.

25년 만에 들어보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익숙했다. 그날 [우리 와이프..]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였다.

"원지영 씨? 진짜 오랜만이야. 어떻게 알고 연락한 거야? 어디야?"


어디냐고? 어디냐니?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라 망설이고 있는 순간


"지영 씨? 결혼했어? 누구랑 했어?"


누구랑? 그걸 왜 묻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소장님, 잘 계셨죠? 제가 전화해서 놀라셨죠?"


사실 놀란 건 [나]였다.


다음 회->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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