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진단을 받은 엄마와 간병하는 막내딸 이야기
엄마가 두번째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누군가 내 귓속에 불 붙은 성냥개비를 던져 넣은것처럼 귀부터 목까지 온통 뜨거웠다.
뜨거움을 견디다 못해 괜히 냉동실을 열어 얼음 하나를 꺼내 입 속에 넣었다가 다시 뱉어냈다.
균열난 마음에서 마치 용암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명치 깊숙하게 쓰렸다.
손까지 떨리나 싶더니 휴대폰에 '우리 사모님' 이라는 이름이 뜬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서너번 숨을 크게 쉬고 전화를 받았다.
"어, 엄마야. 놀랬어? 엄마 괜찮아. 요즘 일이 좀 힘들다 싶더니 무리했나봐. 신경 안써도 돼"
평소보다 낮은톤의 엄마 목소리 였다.
"신경 안쓰긴 뭘 안써~ 요즘 자꾸 밥도 조금 먹고, 운동도 하나도 안하니까 근육이 하나도 없어서 그래~
그래서 내가 평소에 TV앞에다 자전거 가져다 놓고 자연인 볼 때 마다 설렁서렁 타라니깐 한번도 안했지?
엄마 지난번에 바지 사러 갔을 때도 제일 작은 사이즈인데도 안맞아서 헐렁했잖아.
살도 다 빠지고, 근육도 다 빠져서 볼품이 하나도 없어 엄마. 내일까지라도 회사 쉬고, 드시고 싶은거 있으면
계속 찾아서 드셔. 저번에 택배로 보냈던 아롱사태랑 도가니 수육 한번 더 시킬까? 그냥 보낼테니까
아빠랑 언니랑 해서 먹고 다른거 또 먹고싶은거 있으면 얘기해요."
걱정했다고, 괜찮냐고, 엄마의 고단함을 몰라서 미안하다고, 엄마가 어디가 아픈지 신경 한번 더 쓰지 못해서 죄스럽다는 진짜 내 마음 대신 잔소리를 쉬지 않고 쏟아냈다.
마음에 흘렀던 용암같이 뜨거운 것들이 뿜어져 나와 차갑게 식은 말들로 엄마를 향해 흘러갔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그래그래 알겠어. 걱정하지마. 수육은 택배 보내줘. 너무 걱정하지 말고 저녁 챙겨먹어. 알았지?"
엄마와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핸드폰 화면을 켜 지난번 인터넷 구매 내역을 찾아 날짜를 거슬러 올라갔다.
불과 한달 전 쯤에 시켰던 주문 내역이 바로 보였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걸 보냈던 것도 엄마가 처음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였다.
갑자기 짜증이 났다.
'그때 수육을 보낼게 아니라, 병원을 모시고 갔어야 했는데 멍청하고 한심하다 진짜.'
화풀이 할 요량으로 핸드폰을 꽉 쥐었다.
꽉 거머쥐면서 버튼이 눌렸는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는 문장이 화면에 떠올랐다.
"우리 엄마가 많이 아픈게 아니였으면 좋겠어."
내가 말로 뱉으면 현실이 될까봐 엄마에게는 말하지 않은 마음 속 말들을 핸드폰에다대고 읊조렸다.
그 순간에도 말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뱉은 말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