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진단을 받은 엄마와 간병하는 막내딸 이야기
"너 아빠 전화 받았어? 엄마 일하다가 또 쓰러져서 아빠가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대."
2024년 2월 끝자락, 저녁은 뭘 차리나 고민하던 내가 받은 언니의 전화 속 첫마디였다.
언니의 전화를 받자마자 내 몸에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아주 크게 쿵 하고 머리속까지 균열이 생겨났다.
엄마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는 오늘이 두번째였다.
"어쩌다가 그랬대? 많이 다치친 않았대?"
내 마음 속 균열을 허망하게 바라보다 이내 마음 속 눈을 질끈 감으며 언니에게 물었다.
"자세한건 아빠랑 통화해봐. 내가 병원에 직접 간게 아니라서 모르겠어. 너무 걱정하진 말고."
그러나 전화 너머 언니의 떨리는 목소리에 나의 균열도 조금씩 더 벌어져갔다.
엄마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일했다.
한평생을 다른 이의 밥 먹은 그릇을 닦아냈다.
아무리 더워도 뜨거운 물 속에 손을
아니, 팔을 담궈야만 하는 일을 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도 사람보다 큰 솥이 걸린 불 앞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한 여름 엄마에게는 청국장에 담군듯한 땀냄새가 났다.
엄마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그런 고약한 냄새가 나는 자신을 미안해했고
그래서 일단 씻느라 저녁밥 차려주는 것이 늦어졌다며 또 미안해했다.
그렇게 15년 넘게 미안해하기만 한 우리 엄마가 벌써 두번째 쓰러졌다.
"아빠, 엄마는 어때요? 병원에선 뭐래?"
"괜찮대. 살이 너무 빠져서 그런것 같다는데 일단 영양 수액 하나 맞으면서 회복실에 누워있어."
핸드폰 너머 아빠도 언니와 똑같았다. 떨고있었다.
덤덤한 척 괜찮다고 말했지만 아빠의 목은 끓고 있는 냄비를 억지로 뚜껑을 닫은것마냥
달달대고 있었다.
생각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해야한다, 한 사람은 정말 괜찮아야 한다.
곧바로 다시 언니에게 전화했다.
"언니, 엄마 또 쓰러진거면 살 빠진게 문제가 아닌것 같아. 내일이라도 MRI 찍으러 엄마 좀 데려가봐줄래?
내가 곧 올라갈께. 언니도 바쁜데 미안해. 그래도 한번만 연차를 빼든 조퇴를 하든 엄마 좀 부탁해."
1시간 넘는 거리에 떨어져 사는 내가 지금 당장 할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절박한 부탁이였다.
한 사람이라도 괜찮아야한다고 생각하고 다짐하듯이 건 전화에서
괜찮은 사람은, 덤덤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마음 속에서 시작된 균열은 현실로 나타나 눈으로 이어졌다.
눈에서 울컥 울컥 땀에 절여진 엄마가 솟아올랐다.
청국장 냄새 같은 그 땀냄새가 풍기는것 같았다.
미안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땀냄새에 민망해하는 엄마에게 괜찮다고 뭐 어떻냐고 대답하지 못한
미련하고 못된 막내딸, 내 모습이 떠올라 눈 앞이 안개로 덮인 듯 뿌예졌다.
엄마의 커다란 뇌종양 사실을 알기 하루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