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당신도 할 수 있다!
나는 2021년 9월 축구(내지 풋살, 이하 축구라 함)를 처음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다.
나는 축구를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주변 여자 친구나 동료들에게 쉬이 추천을 할 수는 없었다.
우선 추천이라는 행위가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추천하는 사람에게는 모종의 책임감이 기대되거나 또는 (기대되지 않더라도) 책임감이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추천 보증을 업으로 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참 신기했다.).
다음으로 축구 자체도 문제다(?). 축구의 이미지나 축구 그 자체가 거친 운동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공에 맞는 것을 매우 무서워하며, 손으로 하는 운동도 어려운데 발로 하는 운동이라 더 난감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느꼈다.
축구는 거친 운동이 맞으며, 다른 사람의 발에 정강이가 차이거나 날아오는 공에 맞으면 매우 아프긴 하지만 그런 걱정에 비해 큰일은 그다지 벌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물론 이것도 내가 아직 크게 다친 적이 없어서 그 무서움을 몰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비행기 사고 날까 무서워서 여행을 못 가는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포기하기엔 너무나 큰 즐거움인걸!
아무튼 축구를 계속 해오고는 있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주변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축구를 쉬이 추천하지는 못했고, 그저 소심하게 매주 축구를 하고 난 후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경기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며, 내가 축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는 아니고 나의 팔로워 약 80명에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내가 축구를 한다는 사실을 가장 신기하게 본다고 느낀 건 나의 회사 동료들이었다. (왜냐면 학창 시절의 나는 운동회의 모든 종목에 출전할 만큼 나서기를 좋아했고, 운동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그들은 전혀 신기해하지 않았다…)
축구 자체를 하는 사람도 많지는 않거니와 회사에서는 내가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어서 축구라는 와일드한 스포츠를 한다는 사실을 신기해한 것 같다고 짐작해 본다. 뭔가 ‘반전이 있는 사람......!’처럼 인식되는 것 같아 재밌기도 했고, 또 그다지 사회성이 좋지 않은 편인데(^^) 축구를 한다는 사실이 동료들과의 풍부한 스몰톡 소재가 되기도 해서 축구에 고마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 후 운동을 즐기는 동료들에게 축구는 너무 재밌는 운동이라고 열심히 떠들어댔고, 관심이 있으면 축구를 하러 한 번 오라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구를 시작한 지 1년 9개월 여만에 적지 않은 수의 동료들이 축구를 하러 와주었다.
내가 추진한 것은 전혀 아니었고 자생적으로 조직되어 나에게 축구를 해보고 싶다고 문의를 한 것에 가까운데 어찌 되었든 나의 축구-사실-공유 인스타그램 포스팅이 그들에게 영감 내지 용기를 준 것이니 나의 지분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다 같이 축구 수업을 듣기로 한 날 비가 오는 바람에 계획형 인간으로서 1) 수업이 취소될 가능성, 2) 수업이 취소되지는 않더라도 불참 선언이 잇따를 가능성 등 여러 가능성을 가슴속에 품고 실망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수업이 열리는 데다가 아무도 불참선언을 하지 않아 수업 시작도 전에 감동을 받았다. (눈물을 흘리는 심장이 없는 로봇…)
‘이렇게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이 오는 것이었다니......!’
이날 수업에서는 코디네이션이나 볼 마스터리, 드리블 훈련은 거의 못했지만 짝을 이뤄 패스 훈련을 하고 세 팀으로 나누어 5:5 경기를 했다. 나는 내가 경기할 때를 제외하고는 터치라인 바깥에 서서 동료들이 하는 경기를 지켜보았다.
신나게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고, 공을 향해 다소 머뭇거리며 발을 내밀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발을 밟아버린다거나 하는, 전에 본 적 없는 동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았다. 비가 세차게 내려 옷이 다 젖고 안경에도 물이 고여 시야가 제한되는데도 정말 상기된 표정으로 전력을 다해 상대편 골문을 향해 뛰어가거나 우리 팀 골대를 지키기 위해 뛰어다니는 동료들이 자랑스러웠고 또 내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익숙해진 것을 다시금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의 대상은 축구이기도 또 나의 동료들이기도 했다.
축구 수업이 끝난 후,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면서 흥분된 마음에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놓는데, 입을 모아 집으로 가는 길에 또는 다음 주에 풋살화를 사러 가겠다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괜스레 흐뭇해졌다.
추천한다고 말은 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꾸준히 하고 그것을 공유함으로써 누군가의 마음을 동하게 할 수 있다는 것,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는 것. 여전히 약간의 책임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결코 부담스럽지는 않은, 이런 유사 추천행위로 인한 느슨한 연결이 축구를 추천하거나 권유하는 데에 있어 나도 모르게 쌓아두었던 내 안의 벽을 조금 허물게 해 준 것 같다.
이제는 좀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축구를 좋아하니까!
여성분들 같이 축구해 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