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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키트 localkit Jun 27. 2024

안동의 골목길에서 피어난 예술: 스튜디오 해화

연세대학교 워크스테이션 매거진 팀 '로컬키트(local.kit)' 소속 '로코노미'팀의 기사입니다.

팀명 '로코노미'는 '로컬(local)'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 특색을 활용한 비즈니스 상품 혹은 공간을 가리킵니다. 청년들의 열정과 로컬의 매력이 가득 담긴 경북의 로코노미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안동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아늑하고 정겨운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은 바로 ‘스튜디오 해화’다. 지역의 일상 속 숨겨진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이 작은 작업실은, 단순한 미술 스튜디오를 넘어 지역 사회와의 따뜻한 교감을 나누는 특별한 장소다.


"안동은 단편적으로 드러난 것보다는 숨겨진 매력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작가님께서는 ‘참,안동’ 시리즈를 통해 지역의 진정한 매력을 알리며, 안동 사람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안동의 골목길부터 논밭까지, 작가님께서 사랑하는 공간은 비록 평범할지라도 그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은 무궁무진하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안동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작가님의 열정과 철학을 깊이 있게 탐구해본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동에서 안동을 주제로 로컬적인 의미를 담아 일러스트레이션 기반 상품들을 제작 판매하고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로컬 크리에이터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제가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그 풍경들을 그림으로 기록을 남겼었어요. 그렇게 기록해왔던 것들을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내 주변의 안동을 여행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일상적인 곳인데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니 색다른 묘미도 있고 몰랐던 멋있는 풍경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러프하게 기록하는 용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이를 활용해 지역을 알리면 좋겠다 싶어서 상품을 제작하게 되었죠.


Q.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과 후로 안동의 이미지가 달라졌나요?

A. 그냥 편했던 익숙한 동네였는데 조금 색다르게 느껴지며 지역 안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계속 찾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 애정하는 안동의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A. 저는 일상적인 골목길이나 사람들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좋아해요. 그래서 관광지 같은 경우에도 하회마을의 부용대 쪽이 아닌 그 부용대 너머있는 논밭이랑 산을 더 좋아해요. 좀 색다르고 좀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또 백운정에 잘 알려지진 않았는데 벚꽃길이 있어요. 그쪽에서 피크닉하면 굉장히 이뻐요.


Q. 스튜디오 해화의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A. 제가 일출 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앞엔 해를 넣고 그림이라는 의미의 ‘화’를 덧붙여서 지은 이름이에요. 또 ‘해화’에 조화롭다라는 뜻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해화라고 지었어요.


Q. 지자체에서 받는 지원이 있을까요?

A. 지역 안에서 창작하시는 분들이나 소상공인분들과 협업하면서 팝업이나 전시를 기획했더니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걸 지자체에서 알아주셔서 일반적으론 들어가기 쉽지 않은 컨벤션 센터에서 전시도 하고 상품도 지자체에서 홍보를 해 주세요.


Q. 방금 말씀해 주신 콜라보는 어떤 형태로 진행하셨을까요?

A. 카페나 안동의 핫플레이스에 공간을 제공해 주시면 그곳에 제 상품들을 진열하거나 여기 스튜디오 해화의 공간 내에 다른 소상공인분들이 팝업을 여세요. 또 함께 이곳에서 식사하며 그림도 보는 행사 등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점은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신다는 거에요. 생각보다 여기 이 골목이 찾아오기 힘들거든요. 그전에도 사진 작가님께서 인생네컷 같은 느낌으로 이 공간 곳곳에서 사진을 찍어드리고 저희가 인화해드리는 콜라보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이 전시를 위해 가족 단위로도 오시는 걸 보면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심을 느꼈어요.


Q. 대표님께서 느끼시는 안동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A. 안동은 살기 편안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제 ‘참,안동’ 시리즈를 제작하는데 안동은 단편적으로 드러난 것보다는 숨겨진 매력이 많다고 생각해 ‘참’이라는 명칭을 붙였어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밌고 같이 정에 이끌리기도 해요. 저희가 품앗이 크리에이터 클럽이라고 지역 안의 여성들이 모여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거든요. 한 달에 한 번씩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같이 활동을 했었는데 정말 품앗이처럼 서로를 도우며 제 전시가 필요하면 그분들이 오셔서 도우시고 다른 분 전시에 필요한 게 있으면 모여서 같이 뭔가를 만들어가고. 그게 안동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네요.


Q. 반대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자체에서 받는 지원금은 초기엔, 즉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지라도 지속적인 부분에서 지원들이 많이 없고 우후죽순으로 숫자 늘리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지역 안에서 사람들이 계속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부분이 부족해요. 시스템 적으로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안동 지역의 예술 접근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요즘에 미술관들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원래는 예술의 전당처럼 이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미술관들이 전부였거든요. 근데 예술의 전당의 전시는 접근성이 높지 않고 일반 대중들이 즐기기 편하진 않아 아쉬운 것 같아요. 대중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예술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저희 홈페이지 메인이 ‘안온하고 느긋한 그림 스튜디오’거든요. 전 굉장히 느긋하고 느려요. 좀 느리지만 섬세한 성향이 저와 맞는 것 같아요. 빠른 이 세대에 맞춰가는 것보다 제 안의 템포대로 삶을 이뤄나가고 싶어요. 이 공간의 우드톤이나 한옥 디자인도 이런 것들이 따뜻하고 편안하기 때문에 저와 맞는 것 같아요.

밖에서 보기에는 좀 답답해 보이겠지만 제 스스로는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하고 있습니다.


Q. 작업이나 스튜디오 운영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스터디는 수익적인 부분은 전혀 없어요. 그럼에도 이 공간 내에서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가치를 두고 계속 운영중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나오시지만 스터디 제일 초반에는 대부분 퇴직하시고 하실 게 없는 60~70대 분들이 많이 참여를 하셨거든요. 무료 강의이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았고요. 그분들이 아이패드 드로잉을 처음 접하면서 재미를 붙이시고 마음에 드니까 아이패드를 바로 사오세요. 그럼 그걸 알차게 활용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스터디를 꾸준히 나오시는데 그분들이 말씀하시길 이 시간이 제일 힐링되는 시간이라는 거에요. 이 시간을 위해 내가 일주일에 사는 것 같다고 해 주시니까 너무 감동이더라고요. 또 저는 그림을 그리신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저희가 인스타도 만들어 드렸어요. 노년에 계속 취미를 붙일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스튜디오 해화의 지향점이나 대표님의 개인적인 목표가 있으실까요?

A. 현재로서는 지역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넓혀가는 게 목표고요 앞으로도 새로운 것들을 찾아서 계속 도전하지 않을까 싶네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고요하게 자신의 속도로 걸어가는 이 작은 스튜디오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 일깨워 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바쁘게 달리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우리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진정한 삶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local.kit in 경북> 로코노미팀 이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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