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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키트 localkit Jun 29. 2024

사과에 담아낸 선암리: 선암파머스

연세대학교 워크스테이션 매거진 팀 ‘로컬키트(local.kit)’ 소속 ‘로그인’의 기사입니다.

팀명 ‘로그인’은,  ‘~안에서 자라는’의 뜻을 지닌 영어 표현인 ‘grow in’ 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전국 각지에서 독창적인 삶을 개척해나가며 성장하는 청년들을 향한 응원의 뜻이 담긴 팀명입니다.

지금부터 이들의 삶에 로그인 팀과 함께, 로그인.


 경북 문경의 선암리높은 당도와 달콤한 향으로 유명한 사과 재배 지역이다. 선암리는 해발 약 810m의 배나무산 아래에 자리한 산촌마을로, 햇볕이 풍부하고 강수량이 적당하며 주변 산맥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어 일교차가 큰 환경적 조건을 갖춘 청정지역이다. 오래전부터 이러한 환경에서 사과농사에 전념했던 농부들이 국내외 여러 농업인들과 서로 협력하여 많은 연구와 개발을 진행해온 덕분에 선암리는 특색 있는 사과의 맛과 향을 자랑한다.

 로컬 과일 브랜드 선암파머스(SunAm Farmers)는 문경의 선암리에서 사과를 시작으로 다양한 과일과 식품을 연구, 생산 및 유통해 왔다. ‘농장에서 온 즐거움’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신선한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직접 재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정성을 다하여 건강하고 맛있는 식품을 제공한다. 선암파머스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사과는 물론 사과를 이용한 애플주스, 애플칩, 애플잼도 만나볼 수 있다. 선암파머스의 권도형 대표는 40여 년간 사과농사를 지어온 어머니의 가업을 잇기 위해 서울에서 선암리로 내려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Topic 1. 선암리의 가장 젊은 농부



서울에서 문경으로 내려와 선암파머스를 운영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 궁금해요.

 제가 발견한 농업에 대한 비전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어요. 저는 앞으로 기후 변화와 병충해 문제가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점점 농업에 기술이 적용되며 ‘농업의 스마트화’가 이루어질 거예요. 그래서 스마트 농업에 대해 계속 공부하면서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한 원동력을 얻고 있어요. 스마트 농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가업을 이어 선암파머스를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맞아요. 사실 처음에는 망설임이 컸어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농사짓는 모습을 보며 농사가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농사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서울에서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왔어요. 아르바이트도 여러 가지 해봤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농업에 비전을 보게 되었고, 그때 본격적으로 서울에서 문경으로 내려와 농사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선암파머스가 가진 비전이 궁금해요.

 지역적인 부가가치를 확대하고자 해요. 사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일과 채소들을 계속 늘려가고, 그들을 생산하고 있는 농업인들과도 계속 교류하면서 부가가치를 확대해 나가고 싶어요. 특히, 1차 산업에 있는 농산물에 대한 로스(*먹을 수 있으나 버려지는 식품)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산물을 활용한 2차 가공식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가 가진 비전이에요. 



선암파머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요?

 청년들이 거의 없어 인력을 구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이 부분을 개선하고 싶어 다른 지역이나 도심, 그리고 지자체와도 계속해서 인구 활성화 문제에 대해서 소통하려고 하죠. 이게 지속 가능성에 있어서 선암파머스가 계속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일하고 있는 청년 농업인분들도 계시나요?

 많지는 않아요. 지금은 저를 포함해 총 3명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하지만 계속 확장해나가겠다는 생각으로 문경 지역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의 농업인들과도 교류를 시도하는 상황이라 앞으로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귀농을 고민하는 청년분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농업이 아니면 안 된다’는 목표가 생겼을 때 귀농하는 것을 추천해요. 주위에서 “여차하면 그냥 밭에 가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아야겠다”라는 말을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사실 쉽지 않아요. 사과 같은 경우 4~5년은 지나야 수확할 수 있게 되는데 거기까지의 여정이 굉장히 힘들어요. 인간의 힘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태풍, 장마, 홍수, 폭우들도 다 견뎌야 하고요. 농업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와야 하는 영역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Topic 2. 선암리를 말하다



선암리의 매력이 궁금해요.

 선암리는 정말 인간적인 마을이에요. 여기 사는 어르신들이 굉장히 따뜻하고 포근해서 인류애를 많이 느낄 수 있어요. 또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길 가다가 고라니나 멧돼지도 만날 수 있고, 독수리도 자주 볼 수 있어요. 되게 다양한 동식물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에요. (웃음) 나중에는 더 나아가서 선암리를 관광지화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선암파머스’라는 로컬 브랜드가 ‘선암리’라는 지역의 활성화에 끼치는 영향이 있나요? 

 저는 문경에서 쭉 살아왔었기 때문에 지역의 변화를 직접 체감해왔어요. 문경 시내를 가보면 아시겠지만 사람이 정말 없어요. 대부분 고령층으로 계속 자리 잡혀가고 있고요.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사람이 꽤 많았었거든요. 학생들도 많고 활기찬 지역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심으로 계속 빠져나가다 보니 지금은 어르신들만 남아 있는 상황이에요. 선암파머스를 통해 문경의 스토리를 알림으로써 문경시의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싶어요. 


로컬 브랜드만이 가진 힘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여느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어요. 이 로컬 지역 안에서의 우리의 아이템을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거죠. 선암파머스는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위해 사과에 우리 마을 ‘선암리’를 더하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했어요.

일반 브랜드와 다르게 로컬 브랜드로서 브랜딩을 할 때 차별화하거나 강조하는 점이 있나요?

 선암리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에요. 이 마을이 변해오는 과정을 모두 눈으로 지켜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애착이 큰 동네죠. 선암파머스는 브랜딩 과정에서 이런 선암리 마을의 스토리를 강조하려고 해요. 사실 처음에는 이 지역에서 생활하시는 농업인들과 어르신들이 팔로우를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이런 부분들을 선암파머스가 스토리텔링을 통한 브랜딩으로 개선해 나가고자 하고 있어요.



지역 농업인분들과의 관계도 궁금해요.

 활발히 교류하고 있어요. 그분들이 재배하는 작물들에 있어서도 항상 소통하고 있고요. 특히 재작년에 한번 태풍이 심하게 온 적이 있어요. 그때 힌남노 태풍 때문에 위쪽 지역에 있는 어르신의 사과나무가 다 뽑혔었어요. 낙과는 가공용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제값을 받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활용하여 이러한 스토리를 알리고, 여기에 반응해 주시는 소비자분들께 낙과를 판매했었어요. 이렇게 얻은 수익금은 모두 농장주분들께 돌려드렸죠.

정말 바람직한 문화인 것 같아요. 이에 덧붙여 지속 가능한 농업 문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속 가능한 농업 문화는 어르신과 부모님 세대에서부터 우리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농업 문화예요. 이러한 지속 가능성은 끊김 없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맛있는 과일과 채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의미가 있어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기후 변화와 병충해 예방을 포함한 여러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야 해요. 그래서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을 농업에 접목한 스마트 농업 쪽으로 나아갈 예정이에요. 또, 청년층이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이어받아 농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죠. 이러한 노력들로 지속 가능한 농업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거예요.


Topic 3. 사과로 만나는 선암리



카페, 항공사, 일본까지. ‘사과’를 매개로 굉장히 많은 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계시잖아요.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도심 속 다양한 카페나 문화 공간과 활발한 거래를 하고 있어요. 일본에서도 처음에는 개인 카페에서 저희에게 연락을 주셨어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정보를 서치하다가 저희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고 해요. 특히 패키지 디자인이 귀엽다면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수출 절차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일단 보내기로 했어요. 일본은 사과가 유명한데도 불구하고 저희 제품을 맛본 뒤 굉장히 좋아해 주셨어요.
 그 카페가 굉장히 작은 카페였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소위 ‘핫플’(핫플레이스)이 되어 사람들이 사과 주스와 함께 사진을 찍는 등 큰 반응을 보였어요. 이후 일본의 유통사에서 독점 계약을 제안해 왔고, 이에 응하여 계약을 성사시켰죠. 한국에서도 다양한 카페에 저희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한번 맛을 본 후에는 모두들 판매하고 싶어 하세요. (웃음)
 최근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WBC(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행사에 갔어요.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행사였는데 다양한 카페에 저희 주스를 샘플로 드리면서 영업을 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계속해서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죠.


선암파머스를 통해 사과에는 정말 다양한 품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은 품종이 있나요?


(1) 감홍

문경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품종인 ‘감홍’이에요. 

문경은 현재 감홍 사과의 최대 주산지이기도 해요.


문경에서는 매년 가을 사과 축제가 열리는데 항상 감홍 사과를 많이 보여줘요. 


수확 시기는 10월 초중순이고, 단맛과 신맛이 잘 조화되어 굉장히 맛있어요!



(2) 황옥

‘황옥’이라는 사과도 좋아요!


‘시나노 골드’와는 또 다른 사과예요.


황옥은 8~9월에 나오거든요.
조금 더 일찍 맛볼 수 있는 품종인데 과즙이 풍부하고 엄청 새콤달콤해요.




(3) 핑크레이디

저는 조금 새콤한 사과를 좋아하는데요. 


이 사과는 호주에서 나온 ‘핑크레이디’라는 사과예요.


11월 중순부터 수확되는, 같은 종류의 농작물 중 수확 시기가 유난히 늦은 품종이에요. 


사과 같지 않게 굉장히 새콤해요.


사진 ©선암파머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unamfarmers/)


선암파머스의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 보면, 사과를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한 여러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어요. 가장 추천하고 싶은 레시피가 있나요?

 (1) 선암파머스의 사과주스는 99.9%의 사과와 0.1%의 비타민 C를 함유한 순수한 착즙 블렌딩 애플 주스예요. 이 사과 주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면 사과를 보다 더 청량하게 즐길 수 있어요. 탄산수 제조 기계에 사과 주스를 넣어서 탄산을 첨가하는 방법도 좋아요.
 (2) 또 최근에는 사과 식초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그 식초를 주스에 조금 넣어서 먹으니까 감칠맛도 있고 새콤해서 맛이 더 좋았어요!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사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동탄 롯데백화점 팝업 행사 때 사과 주스를 판매하면서 경험한 기분 좋은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그 당시에 주스 시음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가족 손님이 많이 오셨었어요. 그런데 어떤 아이 한 명이 편지 하나를 주고 도망가더라고요. 주스가 맛있다는 글이 서투른 글씨체로 적혀있었어요. 정말 큰 감동을 받았던 순간이에요. (웃음)



 권도형 대표의 열정은 선암리 마을을 넘어 문경시의 발전을 꿈꾸며 지속 가능한 농업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선암리에서 태어나 자란 사과는 그 자체에 선암리의 역사와 정취를 담아낸다. 선암리의 산들바람과 온기가 선암파머스의 사과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선암파머스를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한다. 이제 선암파머스는 단순한 과일 브랜드를 넘어서서, 선암리의 자랑스러운 상징이 되었다.


글·사진: <local.kit> 김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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