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키트 in 신촌 : 현재와 미
신촌은 오랜 세월 동안 대학생들의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왔지만, 최근에는 많은 이들로부터 ‘예전만 못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의 신촌은 고유한 색을 찾지 못한 채 평범하고 재미없는 상권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동시에 신촌은 다시 활기를 되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신촌을 상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2023년부터 예산을 투입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신촌 상권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신촌 로컬 브랜드 상권 강화 사업을 맡고 있는 ‘모라비안앤코’를 찾았다.
신촌은 문화와 함께 성장했다. 소설가, 시인, 인디밴드 등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신촌에서 꿈을 키웠다. 마치 팝업을 즐기려고 성수에 가는 것처럼, 새로운 예술 문화를 즐기려면 신촌에 방문해야 했다. 신촌엔 남들이 아직 즐기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 존재했다. 스타벅스, 크리스피크림 그리고 롯데리아와 같은 브랜드들이 신촌에 1호점을 연 이유 역시 그러한 문화적 특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교통과 매체의 발달로 넓어진 생활 반경, 높아진 임대료 그리고 줄어드는 학생 수로 인해 신촌의 문화는 주변 지역들로 분산되었고, 그와 함께 새로움은 사라졌다. 새로움이 사라진 신촌은 정체성을 잃은 평범한 상권이 되었다.
“상권의 정체성에 있어서 사람은 매우 중요한 요소예요.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흩어지는 과정에서 신촌의 정체성이 점점 사라진거죠.”
문화가 신촌을 지배했고, 신촌이 문화를 지배했던 그때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신촌 상권 강화 사업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문화’였다. 하지만 과거 문화를 그대로 살리고자 할 수는 없다. 시대와 트렌드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신촌의 문화적 역량을 바탕으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것. 그것이 신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이다.
“현재 신촌은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이기에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것을 계속 돌아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신촌 상권 강화 사업의 핵심은 ‘연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다.
과거 한국에서만 소비되던 음악은 세계적인 K-pop으로 성장했다. 그에 맞춰 신촌도 변하고 있다. 신촌에서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 KBS 딩가딩가 스튜디오와 함께 랜덤 플레이 댄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국내 여러 지역은 물론, 외국에서 방문한 이들까지 신촌을 K-pop 문화를 체험하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댄스를 보러 온 사람들이 신촌에서 또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직접 댄스를 배울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배운 사람들이 다시 랜덤 플레이 댄스에 참여해서 신촌을 더욱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고, 신촌에 있는 음식 문화와 연계할 수 있는 코스도 기획하고 있어요.”
신촌은 시대를 연결하는 동시에 사람 간의 연결도 강화하고 있다.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신촌은 상인들 간의 유대감과 협력이 강해 보였다. 수십 년간 같은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해 온 상인들이 많아, 신촌을 향한 애착과 소속감이 크다. 이들은 신촌 상권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도록 힘쓰며, 이를 통해 신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상인들 간의 연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대의 비즈니스 생태계는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이 키울 상권을 선택하는 시대에서, 신촌은 고객의 소비가 상권의 변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내가 소비했던 돈의 일부가 기금으로 모여 그 돈으로 거리를 개선하고 편의 시설을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상권에서 ‘새로움’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움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상권을 활성화시킨다. 그리고 그 새로움은 도전으로부터 나오고, 대부분의 도전은 진입장벽이 낮은 환경에서 시작된다. 신촌이 다시 활기를 찾으려면 진입장벽이 낮은 상권이 되어야 한다.
물론, 현실적인 이해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선뜻 임대료를 낮춰줄 임대인도, 자신의 경쟁 업장이 들어오는 것을 반길 상인도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상권 활성화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대 형성이다. 신촌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상인, 소비자, 그리고 지역사회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신촌이 다시 새로운 문화의 중심이 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local.kit> 김현승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