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른한 오후 Jun 12. 2023

(百年食堂) "한국의 대통령도 다녀간 돈카츠집"

 <렌카테>_1895년_긴자

 <긴자의 뒷골목에서 만나는 빨간 벽돌 경양식 노포 > 


긴자의 뒷골목은 또 다른 세상

명품숍이 즐비한 긴자의 화려한 거리를 걷다가 가끔 옆 골목으로 빠져보면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긴자와 붙어 있는 유라쿠초(有楽町) 지역만 해도 서민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술집들이 군데군데 있다. 야키토리 굽는 냄새와 연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한 다리 걸치고 앉아서 한 잔 하고 싶은 집이 지천에 깔려 있다.


그 편안한 분위기에 해 술 한 잔 하고 계산할 때면 이곳이 정말 도쿄 한 복판 중심가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싸지 않기 때문이다. 하기야 한국도 허름한 포장마차가 웬만한 술집보다 더 비싸긴하다.


유라쿠초에서 긴자 쪽을 향해 철길 근처로 걷다 보면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전혀 딴 세상처럼 느껴지는 골목들이 곳곳에 있다. 긴자(銀座)의 화려하게 반짝이는 불빛과는 조금은 다른 희미한 빛들이 보인다. 그윽하고 편안한 불빛은 어둠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다. 그 골목을 따라가면 렌카테(煉瓦亭)가 기다리고 있다.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한 잔 하기 위해 들르는 유라쿠초 뒷골목


미스테리한 빨간 벽돌집 돈카츠 가게

렌카(煉瓦)는 벽돌을 의미한다. 벽돌집이라는 뜻이다. 건물 정면에 보니 정말 누리끼리한 벽돌로 건물이 지어졌다. 한 번도 옮긴 적 없이 그 자리 그대로 있는 듯하다. 잠시 멈춰서서 눈을 감았다 떴다. 렌카테의 입구와 창문을 봤다. 순간 아찔한 상상을 해본다. 여기가 동양인지 서양인지, 현재인지 과거인지 도통 헷갈린다.


정신을 차리고 현재로 돌아온다. 딱 봐도 오래 돼 보이는 네온 간판에 정확히 메이지(明治) 28년이라고 돼 있다. 서기로 치면 1895년이니까 128년 전부터 영업을 해왔다. 나른해 보이는 웨이터가 친절하지도 안 친절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한다. 식당은 늦은 시간인지 손님이 별로 없다.


곳곳에 세월 그대로의 흔적이 묻어난다. 100년 전에도 펑퍼짐한 서양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과 중절모를 깊게 눌러 쓴 신사가 바로 이 곳에서 담소를 나누며 돈카츠를 썰고 있었을 것이다.  


이 골목에 멈춰 잠시 길을 잃고 상상을 해본다. 서양일까? 동양일까? 현재일까? 과거일까?


100년 전에도 이런 분위기였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인상적인 맛은 아닌데, 분위기가 있더라

이 집의 대표 메뉴 돈카츠를 시켜 본다. 가격 대비 양은 적지 않다. 그런데 이 전통 깊은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돈카츠의 튀김옷이 너무 잘 벗겨진다. 먹기 정말 불편하다. 너무 뜨거워서 입천장이 데였다. 그래도 살짝 고소한 계란 맛이 올라온다.


일본의 돈카츠가 대부분 그렇듯이 적절한, 아니 조금 많은 지방이 붙어 있다. 한국식 돈카츠가 기름을 거의 제거 혹은 배제했다면 일본식은 있는 그대로 남겨둔다. 물컹하게 씹히는 지방이 살짝 거슬리긴 했지만 본연의 풍미가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아주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을 것 같은 맛이다. 일본 사람들 특유의 변화하지 않는 보수성이 음식에서도 묻어 났을테고 그게 백년 이상 그대로 유지됐을 테지. '옛날 돈카츠'라는 게 있다면 왠지 이런 맛일 것 같다. 확 감기는 맛은 없는데 먹을수록 심심하면서 편안하다. 그런데, 바케트 빵 값을 따로 받는다.


이 허약한 돈까스 하나 2천 엔 받는 것은 그렇다 쳐도 빵 두 쪽 주면서 300엔을 더 받는다. 일본 식당이라고 해서 모든 걸 다 돈 으로 환산하지 않는다. 인심 좋은 집도 꽤 있다. 공짜로 서비스로 주는 집도 의외로 많다. 100년 전통의 무게 탓인지, 아님 긴자라는 야박한 거리 탓인지 뭐 별 걸 다 따로 받는지 모르겠다. 발걸음이 왠지 무겁다.


한국의 대통령도 왔다 갔다는데 긴자의 조금은 야박한 인심을 느꼈을까.    

옛날 돈카츠가 바로 이것. 빵은 서비스가 아니다


저 네온 속으로 뛰어들면 시간여행이 절로 된다


100년 전에는 양복 입은 신사와 드레스 입은 귀부인이 이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어떤 얘기를 했을까


찾아가기

홈페이지 http://ginzarengatei.com/

연락처 03-3561-3882 / 03-3561-7258

주소 3 Chome-5-16 Ginza, Chuo City, Tokyo 104-006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