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서 준 김치만두에 감동받은 일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이 힘듦과 작별할 수 있을까 하며 우울하게 보낸 나날이 있었다. 그러던 날 낮잠을 스스륵 자면서 ‘죽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감히 상상해 본 적이 있었고 그 구렁텅이에서 퍼뜩 꺼내준 생각은 거창한 다짐도 아닌, ‘아직 못 먹어본 음식이 많다’였다.
식탐이 많아 평소에 먹고 싶은 거 잘 찾아서 먹곤 했지만 아직도 못 먹어본 음식이 많다며 깰 만큼이었나 새삼 나 스스로가 한심해 보이지만, 주기적으로 나의 마음건강상태를 걱정해 주신 간호사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빵 터지시며 먹고 싶은 욕구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칭찬을 해 주셨다.
어제는 남편의 동료이자 동네친구분의 아내님께서 김치만두를 빚으셨다며 우리에게 나누어주셨다. 연락주신날은 이미 약속이 있어서 다음날 먹어야지 하고 냉장고에 잘 재워두었다. 나도 잘 자고 일어난 다음날, 출근하며 문을 열면서 ‘오늘 일찍 퇴근하고 만두 먹어야지’하는 생각으로 출근길이 즐거웠다.
남은 일은 내일로 넘기곤 퇴근길을 재촉해서 만두를 깨우곤 마주했다. 한 입에 감탄을 두 입에 감사를 하며 - 내가 이렇게 맛있는 걸 넙죽 먹어도 되나? - 오랜만에 넉넉해진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내일을 기대하며 산다는 일은 적어도 나에겐 스님에게 빗을 파는 일처럼 상황에 맞지도 않은 데다 문법적으로도 틀린 말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내일 무얼 먹을지 기대하며 사는 일은 돼지스럽다는 점만 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기지는 일 임은 분명하다.
나중에 또 회사생활이 혹은 삶이 힘들어질 때 오늘 먹은 김치만두를 떠올리며 내일 뭘 먹을지를 기대하며 하루하루 살아야지. 잊지 않도록 잘 적어놔야지.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