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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지 May 03. 2024

결혼 7년 차에 찾아온 불륜 같은 느낌

"그때는" 과 "지금은"의 차이

6살 아들 영어 공부 때문에 금요일마다 만나는 옆동네 엄마가 있다. 퇴근하고 태권도 학원에 가 있는 아이를 하원시켜서 하는 영어 시간이라, 이 시간은 하루에 쓸 에너지를 거의 다 쓰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시간, 친구 엄마와의 둘만의 시간은 음료수 두 잔 사이만큼의 어색하고, 힘들고 긴 시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16번째 시간으로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래도 16번이나 만난 사이여서 그런지, 아니면 마지막이라는 말이 주는 시원섭섭함 같은 아쉬움 때문인지 바닥난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았다.


이후 영어공부는 어떻게 할지, 남자아이에게 축구는 단순 스포츠가 아닌 사회생활에서 필수인 것 같다는 이야기, 매매로 내놓은 집은 팔렸는지 등등 그간에 나눈 이야기들의 마지막화를 장식하였다.


그러다 문득 아이친구네 집에 갔다가 몇 번 본, 그리고 우리 집에도 몇 번 왔었던 아이친구 엄마와 상냥하게 웃는 모습이며, 예의 바르고 친절한 말투며 서로 닮아 있던 아이친구 아빠가 생각났다. 자연스레 둘이 어떻게 만났나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조금은 피곤해 보였던 같은 워킹맘 아이친구 엄마 얼굴이 다시 화사하게 피어났다. 그리고 "그때는"이라며 첫 만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두 사람 모두를 알고 있던 아이친구 아빠의 회사 동료가 둘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소개팅을 해줘서 만났다고.

그리고 "그때는 서로 첫눈에 반했다"라고. "그때는 그랬다"라고.

자꾸만 왜 "그때는"이라고 하는지,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 반문하며 웃었더니

또 "그때는" 식당에 가도 마주 앉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항상 옆에 앉았기 때문에. 사귄 지 얼마 안 되어 서로의 부모를 찾아뵙고 6개월 만에 결혼을 약속하고, 바로 지금의 아이가 생겼다고 한다.


첫눈에 반한 사람이라니. 무슨 느낌일까 상상하는데 "지금은"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하나 떨어진 옆테이블에 각각 앉는단다. 결혼 후 바로 육아에 돌입하여 많이 싸웠다고. 그리고 얼마 전엔 아이가 없어 둘만 있을 기회가 있어 손을 잡았는데 불륜 같은 느낌이라 얼른 놓고 이러면 안 되겠다 하였다고.


어쩌다 첫눈에 반해 6개월 만에 결혼한 부부가 이제는 손을 잡는 것조차 어색해져 버린 것일까 생각하다 불륜은 안 해봤지만 불륜 상대는 현재 배우자가 있어도 만날만큼 사랑하는 상대인데 손잡으면 더 떨리고 좋은 것 아닌가 엉뚱한 상상을 해버렸다. 남편과 불륜하는 것 같으면 다시 떨리고 설레고 보고 싶고 사랑하게 된 것이니 좋은 것 아닌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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