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지 May 08. 2024

워킹맘도껴주어서고맙습니다.

ㅇㅇ엄마가 아닌 언니라 불러준다.

2022년 둘째를 출산하고, 출산 후 42일 만에 재취업을 하게 되어 남편이 남편이 1년간 육아휴직을 하고, 독박육아를 맡게 되었다. 첫째 때 혼자 아이를 보면서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시부모님도 매일 몇 시간씩 오셔서 애를 봐주시면 그 사이 남편은 운동도 하고 개인 업무도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래도 육아를 전담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그 일 년을 남편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함께해 준 첫째 아이와 또래인 아이들의 엄마들. 15명 되는 엄마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애들 키카(키즈카페)도 가고, 낮 시간에 같이 차 마시며 육아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고. 우리 남편의 일 년을 함께 해 준 고마운 동지.. 엄마들.


그리고 일 년 뒤 남편은 복직을 하였다. 그 뒤 남편은 그 단톡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였고. 나는 몰래 훔쳐보던 단톡방에 초대받게 되었고, 남편의 일들을 대신하게 되었다.


단톡방의 아이 친구 엄마들은 전업주부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출근해서 업무 보는 시간에 애들 등원시키고 함께 산책을 하고, 점심을 먹고. 함께 여행도 갔다. 그 단톡방에서 내 존재가 잊히지 않도록 부지런히 활동했다. 그러나 직접 대면하는 일은, MBTI 유형 중 내향형인 내가 마주하기에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원 후 엄마들은 아파트 맘스카페에  모여 함께 공동육아를 하는데, 퇴근 후 돌아오면 다른 사람을 만나 사회성을 발휘할 에너지가 없다. 그래서 평소 엄마들과의 교류가 없다.


그런 내가 빠지지 않는 엄마 모임이 하나 있는데 바로 술 모임. 술도 잘 마시지 못하면서 잠시 육아를 내려놓고 해방감을 느끼는 시간. 엄마들의 자유시간은 소란스럽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모여 맥주집에 가는 길까지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 모임이 오랜만에 있었다.


부지런히 오가는 엄마들의 대화 속에서, 어디서 끼어들어야 하나. 어색함을 견디며 가만히 듣고만 있는데

뒤늦게 합류한 인싸 엄마가 이야기한다. "언니가 이런데 빠지지 않고 나와줘서 좋아요."라고.


친한 무리에서의 호칭인 '언니'라는 호칭으로 나를 부르는데, 조금 낯간지럽고 어색하기는 하였으나 싫지는 않았다. 무리 속 한 일원이 된 것 같아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맥주를 두 잔 째 시키며, 나른해진 몸으로 빗장을 풀어헤치고 함께 소리 내어 웃어 본다.


편견없이 손 내밀어 주는 우리 동네 엄마들이, 언니, 동생들이 고맙다.

오늘도 시끄러운 단톡방에 나도 슬쩍 말을 남겨 본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눈물의 여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