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우와 '남'편
나의 '눈물의 여왕'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뜻은 '메마른 감정과 꽁꽁 얼어붙은 마음이 사랑을 통해 다시금 따뜻해지고, 감정이 풍부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것은 사랑의 힘인 것이다.
지난 주말 첫째 아이 태권도 학원에서 가족 운동회를 열었다. 이번 주말은 좀 쉬고 싶은 마음에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태권도 학원 부관장님이 남편을 보더니, "아버님, 참여하셔서 또 열심히 하셔야죠?" 하셨단다. 아이도 친구들이 가면 가고 싶다고 하고.
가족 운동회 당일, 갑자기 운동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면서도 즐겁지가 않았다. 이야기하자면 긴데 두 달 전 남편이 코로나를 앓고 난 후 2달째 냉전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었기에.
막상 가니, 시끌벅적한 운동회 분위기, 따사롭다 못해 열기가 느껴지는 햇살, 아이 친구들, 아이 친구 엄마 아빠들 덕분에 남편과의 묵은 감정은 묶어두고, 운동회를 즐길 수 있었다.
남편과 대화는 하지 않지만, 아이를 응원하는 마음은 하나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부부가 나오란다.
남편은 스쿼트 자세로 앉고 아내는 그 위에 서서 오래 버티는 게임을 하란다. 승부욕 넘치고 체육 선생님인 남편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알려주었다. 나 또한 이겨서 아이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경청하고, 그런 자세를 하면서 서로 계속 피드백하였다. 어떻게 자세를 하면 편한지, 덜 힘든지 등등.
남편의 무릎 위에 섰는데 남편의 다리가 후들거림이 느껴졌다. 최대한 힘들지 않게 하고 싶었고, 걱정이 되었다. 사회자가 다양한 포즈를 취하게 하며 점점 더 난이도를 높였다. 그리고 최후의 30초. 30초를 버티면 선물을 준단다. 남편과 나는 한 마음으로 30초를 세며 견뎠고, 아이에게 선물을 안겨줄 수 있었다.
그리고 누가 뭐랄 것도 없이 '하이 파이브'
그것은 '화해'였다.
이후 남편이 이야기하길 자기는 300초를 버티라고 했어도 끝까지 어떻게든 참으려고 했다고. 그러면서 묵혔던 두 달간의 감정을 '제로'로 만들었다고.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며.
냉랭했던 두 달. 그리고 함께 힘을 모아 다시 돌아왔다. 아니, 새롭게 시작한다.
돌이킬 수 있었던 힘은 함께. 그리고 사랑.
그리고 났더니 눈물의 여왕 백현우(김수현)를 보니, 우리 남편이 겹쳐 보인다. 남편한테 살짝쿵 이야기 한다. 눈물의 여왕 김수현이 자기 같다고. 아, 외모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아내한테 하는 게..ㅋㅋ
남편이 살짝 눈을 흘기지만 좋아하는 눈치다. 자기도 드라마를 봐야 하나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