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준비_③ 단단한 뿌리 내리기

- 슬기로운 마흔 생활을 위한 생각의 시작

앞으로 새해가 2번이 지나면 마흔이 된다. 해놓은 것도 한 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뭐 했다고 마흔이란 나이가 코 앞까지 찾아왔는지 모르겠다. 20대는 내가 나를 모르는 채로 흔들리며 살았고, 30대는 나를 잃은 채로 쫓기듯 살았다. 그러다 보니 꿈을 꾸고, 목표를 세우고, 계획에 맞춰 주체적으로 사는 인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남들 따라 흘러가며 여기저기 부딪친 몸과 마음이 자꾸만 고장 났다.

돌이켜보면, 한 번도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대로 살다 간 40대 역시도 별만 다르지 않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아찔해졌다.

40대를 슬기롭고, 건강하게 맞이하고 싶어

그동안 머뭇거리고, 망설였던 일을 하나씩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브런치에 매일매일 글쓰기이다. 딸, 엄마, 아내, 사회인 뒤에 드러내지 못한

'쓰는 나’에 대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이다. 내 이야기를 하고, 나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일은 내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타인에 평가에 민감한 내 글 속에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지도 걱정스러웠다.

뒤늦게 용기를 낸 이유는 오직 하나다. 매번 쉽게 흩어지고, 무너지는 나를 더는 보고 싶지 않았고, 실패루트에 빠져 좌절에 허덕이는 일을 멈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만들기 위해선,

내 마음은 늘 자기혐오로 가득 찼다. 그러다 혐오로 넘실거리는 마음의 독이 깨져 내 안으로 와르르 쏟아질 때면 모든 관계를 끊고 숨어버렸다. (예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 커리어를 박살 낸다거나 몇 달 동안 집에 처박혀 운둔을 한다거나..)

내 안의 감시자는 그런 나를 한심하고, 잉여 같은 인간으로 몰아붙였고, 사람들에겐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나는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

그때쯤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쌓였던 감정과 생각을 손이 가는 대로 적기 시작했다. 어떤 날엔 슬픔이 빼곡했고, 어떤 날엔 후회와 자책감이 가득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을 때쯤 내게 정말 신기한 일이 생겼다. 가슴속에 꽁꽁 쌓아둔 것들을 조금씩 밖으로 꺼내자 마음에 공간이 생겼다. 그 공간 속엔 나에 대한 지지와 타인과 부딪쳐도 회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늘 후회와 자책으로 끝을 맺었던 일기가 어느 순간부터 “잘했어”, “잘하고 있어!”, “지금도 충분해”라고 적으며 나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있었다.

일기장을 통해 글이 된 내 생각과 내 감정은 내 것이지만, 더는 내 것이 아니었다. 제삼자의 시선으로 본 내 생각과 감정은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했고,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힘이 들고 지칠 때 그때 썼던 일기장을 펼쳐본다. 그러면 지금 겪고 있는 일의 무게가 조금은 가볍게 느껴진다. 지금도 이겨낼 것이라는 걸 과거의 나를 통해 확신을 얻는 것이다. 손이 가는 대로 써 내려가던 

그 시간을 잊지 못한다. 그 시간이 자양분이 되어 더는 흔들리지 않도록 뿌리가 자라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