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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 정 Jun 21. 2023

미국 테크놀로지 회사는 무엇이 다를까?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다른 미국 사내 문화! 가장 큰 차이점은?


열네 살, 어리다면 어리고 아니면 아닌 나이에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고 그 이후로 쭉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 모든 사회생활을 미국에서 했기 때문에 한국의 사내문화나 직장생활이 어떤 모습인지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했다. 심지어 3-5년에 한 번 한국을 방문하면, 집과 학교만 알고 지내던 나의 어린 시절 기억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고 되려 여행객의 모습으로 한국을 바라보게 된다. 내가 아는 한국 사내 문화는 넷플릭스의 "미생"이나 한국 SNL의 직장생활 패러디 등 미디어에서 보이는 모습으로만 접해왔을 뿐이다. 그런 미디어의 한국 회사 생활이 실질적인 업무 경험과 얼마나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하나 분명한 건 내가 경험한 미국 회사와는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산업마다, 직종마다 큰 차이가 있고, 테크놀로지 회사들도 실리콘벨리부터 동부 회사들까지 경영진들의 철학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철저히 나의 경험에 바탕해서 미국 회사의 분위기는 어떤지, 미국 직장 생활의 ins and outs (모든 것!)를 파해쳐보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는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이 없는 한국 회사 생활이고, 제가 이해하는 한국 회사 생활은 각종 온라인 콘텐츠와 소셜 미디어에 떠돌아다니는 자극적 일지 모르는 내용들과 과장된 이야기들이 전부입니다.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작성한 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재미로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정정할 부분이나 추가적인 내용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히 읽어보겠습니다!*


1. 수평적인 자유로운 소통

미생이라던가 한국의 직장생활 관련된 미디어들을 접해서 보는 한국 회사 생활은 굉장히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상사가 하는 말이라면 조금 질문도 고민도 없이 일단 하고 본다. 기존에 있는 시스템에 반문을 하거나 질문을 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어 있다. 군대나 병원 관련 조직, 혹은 파일럿들과 같이 위기 순간 리더의 판단력에 집단의 생계가 달려있는 특수한 생태계가 아니라면 이렇게 딱딱한 상사와 후배직원과의 관계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스타트업 같은 경우에는 득 보다 실이 더 많을 것 같은 느낌이다.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업무들의 처리 방법에 대한 확고한 시스템이 있으니, 어느 정도 그 시스템을 따라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생각의 차이를 표현할 때 받아들여지기보다는 꾸짖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텔레비전에서 접하게 되는 한국의 딱딱한 조직 문화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나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필요할 정도의 고리타분함으로 느껴진다. 요즘에는 소위 말하는 MZ 세대가 이런 수직적인 위계질서에 대해 반문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분위기인데 실제로는 어떤지 궁금하다. 한국의 정서와 맞춰가되 오래된 전통이라도 다시 살펴보고 우리의 실상에 맞게 개편하는 것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2.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회사에 요구하라

스스로의 advocate이 되는 것은 미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강조되는 부분들 중에 하나이다. 하고 싶은 업무가 있으면 상사에게 자신 있게 요구하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요구한 일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도, 보통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주장을 하면 좋은 매니저들은 그 내용을 기억하고 실제 업무가 생기거나 신사업이 생길 때 그 직원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사업을 도맡아 진행하고 싶다면 가서 얘기하면 된다. 내가 만약에 자격 미달로 현재 원하는 일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면 그 포지션에 도달할 수 있게끔 매니저와 함께 비슷한 다른 업무들을 맡으며 일을 차근차근 배워갈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하고 싶다고 먼저 나서서 얘기하고 스스로의 열정을 어필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게 먼저 와서 일을 주지 않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둥지를 벗어나지 못한 새끼라면 가장 목소리가 큰 녀석이 어미에게 음식을 받아먹을 수 있다. 둥지는 회사라는 울타리이고, 어미는 직장 상사,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꿈이 많은 직원은 둥지 속 새끼인 것이다.


3. 나의 취미, 관심사, side hustle을 응원해 주는 회사

이 점은 미국 내에서도 회사마다 다르고 매니저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한 테크놀로지계 회사에서는 내가 회사 밖에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매우 궁금해한다. 스타트업인 경우에는 더더욱 회사 밖에서 내가 하는 나만의 비즈니스가 있거나, 시간과 열의를 쏟아붓는 취미 생활이 있는 직원을 우대해 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에 남들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도 “일 말고 좋아하는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사이드 비즈니스나 side hustle을 회사에 숨기려고 하는 한국 문화와 또 다른 점인데 회사 밖에 나의 다른 관심사가 있다고 해서 일을 못하거나 일에 열정이 없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오히려 장점으로 봐주는 점은 좋은 것 같다.


4. 나의 성장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나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상사

2번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업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어필하면 오히려 좋게 받아들여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쪽으로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승진이 목표라면 구체적인 milestone을 함께 논의하고 승진의 꿈을 이루기까지 어떤 점을 더 보안해야 하는지,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매니저가 되고 싶은지 등 함께 고민하고 노력한다. 한국 회사의 같은 경우에는 승진에 관련된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점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다.


5.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바로 질문해라. 물어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왜 혼자 해결하려고 해?

말 그대로이다. 모르는 점이 있으면 혼자 끙끙 앓지 않고 물어보는 것을 격려한다. 물어보면 10분이면 해결할 일을 왜 굳이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가? 시간과 정신적 낭비이고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인재가 답이 이미 나와있는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고 하면 시간과 재정적 손해이다. 잘 물어보는 것, 좋은 질문을 하는 것도 일 잘하는 사람의 자질 중에 하나이다. 정확하게 업무를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하는 것은 질문을 하지 않고 혼자 엉뚱한 짓을 하는 것보다 백번 더 낫다.


6. 폭발적인 능률을 가진 개인플레이어보다는 함께 해결점을 추구하는 팀플레이어

People skill이라고 한다. 완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적당한 유머 감각과, 사람들과 네트워킹에 능숙하고 같이 있는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사람! 미국 회사에서는 폭발적인 능률을 가진 개인플레이어보다는, 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고 팀과 함께 난관을 헤쳐나가고 솔루션을 찾을 수 있는 팀플레이어를 선호한다. 같이 일하는 게 불편하고 팀 내의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이라면, 엄청난 실력자라고 하더라도 안 좋게 보는 경향이 크다. 회사 내에서 성장하는 사람이던, 자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건, 성공하고 인정받는 사람들은 업무 능력보다는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7. 나의 장점을 어필하고 적극적으로 자기 PR 하기

나를 낮추고, 숨기고, 겸손으로 무장하는 한국 정서와 다르게 이곳은 자신에 대해서 계속해서 어필하고 설명하고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직접 말해야 한다. 자기 자랑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드러내고 자신감으로 무장하는 것이 가장 빨리 눈에 띄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내향형 사람보다는 외향형 사람을 더 좋아하는 분위기인데 동서양의 문화적인 차이이기는 하지만 장점만큼 단점도 많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최근에 미국에서 새롭게 화두 되고 있는 주제가 바로 이렇게 외향인을 무조건적으로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의 양면이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목소리가 큰 외향인을 지지해 주는 분위기 때문에 정말 좋은 아이디어나 실력을 가지고 있는 내향인들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고, 미팅 중에서도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이 가장 중심적으로 논의되면서, 조용히 앉아있는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잘 반영되지 않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놓치는 아이디어들이 외향형 중심적인 사회에 엄청난 손해라는 것이다. 겸손한 것도 좋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PR을 하는 것도 좋지만, 두 성격의 장점이 모두 반영되고 다양한 시각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 구성원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8. 나의 교육 배경보다는 실적과 능력먼저. 학벌보다 경력, 나이보다 열정

한국에 있는 가족들, 친인척들과 친구들은 나의 이직 경험을 들으면 “한국에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다”라는 반응을 많이 보인다. 참 의아한 일인데, 언어와 문화적인 이유로 취준생의 “나이”가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고 너도 나도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면서 학벌과 각종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비정상적으로 커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 엄마의 경우에도 경력이 단절된 주부로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국에서 다시 기자 생활을 한다던가 글을 쓰면서 돈벌이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회사에서는 평소에 혼자 써온 에세이들과 엄마의 열정 등을 고려해서 오랜 경력 단절 후 작은 신문사의 편집장 일을 하시게 됐다. 그리고 결과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셨다. 한국에서는 대학원을 지원할 때도 지원하는 학생의 나이를 가지고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은데 어떻게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을 한다고 한다. 우리 엄마가 한국에 돌아가서 직접 들은 질문이었다. 나이 어린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지의 여부가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합격 여부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그리고 그걸 입학 사정관이 도대체 왜 나서서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묻지도 않은 남의 걱정을 대신해주는 건 오지랖이다. 아주 불쾌한 질문이다.

내가 이직 준비를 하며 인터뷰를 할 때도 나의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왜 UX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았는지, 왜 다른 또래에 비해 나이가 많은지에 대한 질문은 받은 적이 없었다. 미국 생활을 오래 한 나에게 당연한 경험이었지만, 엄마 얘기를 들으면서 더욱더 이게 당연하고 올바른 자세라는 확신이 들었다. 특히나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점 사라져 가는 요즘, 나이와 학벌의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것은 한국 사회의 숙제이다.


9.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마이크로매니지보다는 자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autonomy

내가 일했던 회사들만 보더라도 업무만 잘 마무리하고 일의 진행 상황만 잘 전달한다면 대체적으로 내 하루를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고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컨트롤하려는 매니저는 오히려 사람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보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경우 당하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효율도, 직업 만족도도 훨씬 떨어질 확률이 높은 데다가 팀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일을 해결해 나가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 실력이 좋은 매니저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후배를 잘 양성해 낸다. 뿐만 아니라 좋은 매니저라 함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보다는 individual contributor나 실무를 보는 직원들이 더 자기의 일을 잘하게 도와줘야 된다는 서포터의 역할이 더 강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실제 일 처리 과정에서 큰 문제가 있는 경우나 반복적인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는 스스로 일정을 짜고 계획대로 생활하며 업무를 처리한다. 코로나 이후로는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도 늘어났기 때문에 더더욱 자기 스스로 시간 관리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간섭이 없이 자유로운 대신 자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10. 이유 없는 꾸짖음, 폭언, 욕설 대신 구체적인 피드백과 발전적인 크리틱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화가 난 부장님이 새로 들어온 신입 사원에게 거침없이 욕설을 쏟아붓거나 심지어는 신체적인 폭행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런 모습이 드라마에 표현된다는 것은 현실 반영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개인의 사생활과 안전에 예민한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가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새로 들어온 직원이라던가 나랑 의견이 너무나도 다른 팀원과의 갈등은 어느 나라에 가나 있기 마련, 그런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해결할까. 대부분은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정말 몰랐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대화를 시작하고, 이미 저질러진 사고에 집중하기보다는 앞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책을 모색한다. 사람에 따라 굉장히 sarcastic 하거나 passive aggressive 한 표현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런 문제도 보통 좋은 팀을 만난다면 발전적인 대화를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팀 내에서 많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어딜 가나 예외는 있다. 잠깐 일했던 내 첫 직장에서는 C 레벨급 임원에게 스무 명 이상 모여있는 미팅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코워커가 있었다. 보통 칭찬은 공개적으로, 안 좋은 일은 개인적인 1대 1에서 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때 그 미팅에 있던 직원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후에도 한동안 까먹을 때쯤 되면 그 이야기가 다시 회자되곤 했다.


글을 읽는 분들이 얼마나 공감하는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나의 경험을 가지고 리스트를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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