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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줍기

AI로 글쓰기 핵심은 퇴고 과정이다

by 명진 이성숙


단순 AI 글쓰기의 문제점

AI가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은근한 불안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AI가 아니라 '그것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그들이 나의 직접적인 경쟁자다. 이미 산업 전 분야에 진출한 AI, 글쓰기 역시 예외가 아니다.


AI는 누구나 글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쉬움’이 글쓰기의 가장 큰 함정이 되었다.

AI 글을 그대로 제출하거나, 몇 줄 고친 뒤 자신의 글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AI만으로 만든 글은 몇 가지 본질적인 문제를 갖는다.


첫째, 개성이 없다.
AI는 축적된 정보를 조합할 뿐, 살아 있는 경험이나 고유한 시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AI가 생성한 문장은 평균값의 감정, 평균값의 표현, 평균값의 사유로 이루어진다. 누구의 글도 아니고,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문장이 된다. 작품은 글쓴이의 삶과 결이 묻어날 때 비로소 생명력이 생기는데, AI 초안만으로 완성된 글은 그 ‘결’이 없다.


둘째, 사유의 밀도가 낮다.

정보 조합은 가능하지만 경험 관점 정서는 AI가 대신할 수 없다.


셋째, 문장의 구조가 산만하거나 과잉되기 쉽다.
AI는 부사, 접속사, 완충 표현을 과하게 사용하고 문장을 부드럽게 연결하려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얼핏 유려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흐름이 단조롭고, 의미의 핵심이 중복되며, 장면의 인장이 약하다.


넷째, 사실 관계 오류가 섞일 수 있다.
AI는 자신 있게 틀린다. 틀린 연도에 단정적인 어조를 붙이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그럴듯하게 묘사한다. 검증 없이 그대로 사용하면 글의 신뢰도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AI 글쓰기는 글을 ‘빠르게’ 만들어주지만, ‘깊이 있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작가가 사유하지 않고, 경험과 감각을 덜어낸 채 결과만 요구할수록 글은 기계적이고 표준화 한다. AI 시대 글쓰기에서 화두는 단 하나다.

“나는 얼마나 '나'다운가?”

이 질문이 선명해질 때, AI는 도구가 아니라 나의 사고력을 확장하고 작품의 밀도를 높이는 진짜 파트너가 된다.


AI 활용의 기술

1. 글의 목적과 톤을 명확히 설정한다.

신춘문예 제출용, 문예지용 단편, 잡지 칼럼, 여행 에세이 등
글의 목적·분위기·시점·시제·분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AI는 훨씬 정교한 초안을 준다.


2. 나의 체온을 담아라.

초안·수정·확장·압축·톤 변환 등을 AI에 맡기고, 나만의 감정·경험·세계관은 작가가 채운다.

이 조합이 미래 글쓰기의 표준이 된다.

나의 경험과 삶, 어투, 생각, 정서, 세계관이 빠진 글은 그야말로 고물 없는 찐빵이다.
글 속에 내가 있을 때, 비로소 나의 글이 된다.


3. 타이핑보다 ‘말하기’를 선택해라.

우리들 대개는 타이핑 속도가 말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쓰기 보다 말하기를 쉽고 편안하게 느낀다.
정리가 덜 된 생각이라도 AI에게 말로 떠들어놓는다. AI는 작가가 중구난방 떠벌인 말도 곧잘 정리한다. '말로 쓰는 글'은 AI 글쓰기의 중요한 기술이다. 이렇게 받은 원고를 수정하면 된다.

가령, 산책 도중 잎이 모조리 떨어진 텅 빈 나뭇가지를 만났다. 주변 나무는 모두 푸르른데 죽은 듯 벌거벗은 나무가 신기하다. 나는 뭔가 다른 느낌을 받지만 딱이 떠오르는 단어조차 없다... 이럴 때 그 생각을 그대로 AI에게 수다떨듯 말할 수 있다. 이 나무를 소재로 뭘 쓸 수 있을까 하고 물어보면 의외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4. 명령보다 ‘질문’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불러낸다.

“이 단락을 고쳐줘”보다
“이 장면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와 같은 질문형 접근은 사고를 넓히고 창의적인 대안을 끌어낸다.


5. 글의 구조는 초반에 확정한다.

시점(1인칭/3인칭), 시제(과거/현재), 구성(기승전결·포물선·메비우스·에세이형), 분위기(서정적·건조한·사유적), 분량을 프롬프트 초반에 설정한다.
전체의 목차와 흐름을 미리 정리해야 중간에 흔들리지 않는다.


6. 수정 지시는 구체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한다.

글 전체를 다시 쓰게 하기보다 “세 번째 단락의 감정을 낮춰 달라” “마지막 문장을 건조한 톤으로 다시”

처럼 수술형 수정을 요구하면 원본의 결을 유지하면서 완성도가 높아진다.


7. 접속사 형용사 부사 등 군더더기 덜어내기

‘그리고’ ‘하지만’ ‘그러나’ ‘사실은’ 같은 접속사나 불필요한 수식어를 빼면 글이 담백해진다.

‘조금’ ‘약간’ ‘왠지’ 같은 완충 부사는 글에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AI가 생성한 문장은 대체로 ‘말풍선 톤’을 갖기 때문에 반드시 다듬어야 한다.


8. 하나의 글을 여러 버전으로 받아 비교한다.

서정적/건조한/속도감 있는/감정 눌린/카메라 시점 등, 다양한 버전 비교는 인간 혼자서는 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글의 결이 선명하게 정해진다.


9. 나만의 ‘AI 스타일 가이드’를 만든다.

선호 어조(-이다/-습니다/-요), 금지 표현, 단락 길이, 감정 농도, 속도감 등

이런 기준을 미리 정리해두면 모든 글의 톤이 통일되고, AI가 ‘나의 문체’를 빠르게 학습한다.


10. 마지막은 반드시 ‘작가의 손’으로 정리한다.

AI 문장은 정확하지만 기계적이다. 작가의 문장은 불완전하지만 인간적이다.
완성본은 이 두 결이 만나 탄생한다. 마지막 수정은 반드시 작가가 직접 조율해야 한다.


11. 사실 확인은 반드시 사람이 한다.

AI는 지명·연도·전문 용어에서 자주 오류를 낸다. 특히 여행, 역사, 금융, 법률은 최종 검수를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12. 글이 완성된 후 소리내어 읽어본다.

웅얼웅얼 읽다보면 리듬이 순조롭지 않은 대목이 있다. 그 문장은 다시 들여다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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