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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행 Oct 30. 2023

백종원보다 유명하지 않을 뿐

예산 여행기

TV나 유튜브에 나오는 영상을 보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지역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백종원이 자신의 고향인 예산에 만든 예산시장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예산시장은 있었으나, 백종원이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콘셉트로 새롭게 꾸민 시장이 더 정확한 말이겠다. 


예산시장에 가보고 싶었던 건 사람들이 칭찬하는 국수 때문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맛도 좋으니 꼭 한 번 가보시라는 다양한 사람들의 추천글. 거기에 영상에 보이는 예산시장의 모습은 레트로 그 자체였던지라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말이면 자리 잡기도 쉽지 않다고 하여 이럴 때 발동한 백수 찬스. 평일에 예산시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궁금증은 해소됐고 만족도는 높았지만, 사실 예산시장은 그저 맛있는 점심을 먹은 것뿐. 너무나도 좋은 곳들이 많았던 예산이라 다른 곳을 더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백종원은 다 아시잖아유. 백종원보다 유명하지 않을 뿐이지 막상 가보면 너무나도 좋은 예산의 여행지들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예산 여행에서 처음으로 향한 곳은 메타세쿼이아 길이었다. 그곳을 찾은 건, 이미 나의 글을 몇 편 정도 보신 분들은 아시겠으나, 엄마의 걷기 운동 때문이었다. 요즘 우리 가족은 맨발 걷기에 열심이고 혹여 상처가 날 수도 있는 길이라면 양말을 신고라도 걸으려 하는 중이다. 


예산에 위치한 덕산에 걷기도 좋고, 길도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전국에 유명한 곳이 많고 그 유명세에 덕산 메타세쿼이아 길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조금 심어놓고 만 길이겠지. 



오, 그런데 생각보다 예뻤다. 그리고 생각보다 길었다. 그저 길을 따라 몇 그루 심어놓은 정도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림 좀 나오더라.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 땐 맥문동 꽃이 피어있지 않을 때였으나, 맥문동 꽃이 피는 5월에서 8월 사이에는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보랏빛 꽃물결이 일렁인다고 하니 그때를 맞춰 방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순환 코스로 만들어져 있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다 보면 황토체험숲길 그리고 온천둘레길로 이어진다. 보는 재미도 즐기고, 걷는 재미도 즐기려거든 이 순환 길을 쭈욱 걸어보면 어떨까. 


덕산 메타세쿼이아 길의 하이라이트는 근처에 있는 족욕체험장이다. 예산 덕산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메타세쿼이아 길이 위치해 있는 곳은 온천 근처로 이 온천물을 가볍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덕산온천 족욕장이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고 뜨뜻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면 피로가 싸악 풀린다. 우리가 갔을 땐 이미 이 근처에선 꽤나 소문이 났는지 지역 주민분들 그리고 여행객분들이 족욕을 하고 계셨다. 주의할 점은 뜨거운 물에 발 담그는 걸 잘 견디지 못하시는 분들이라면 마음 각오 단단히 하셔야 한다는 점이다. 여긴 온천이 아니다. 고로 냉탕은 없다. 냉탕 온탕 왔다 갔다 할 수 없고 주구장창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한다. 필자는 물 온도 40도만 넘어가면 힘들어하는지라 족욕장에서 계속 발을 들고 있었다. 너무 뜨거워...! 하지만 그럼에도 이곳은 꼭 한 번 가보시길 추천드린다. 




다른 곳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럼에도 점심을 먹은 백종원 시장을 짤막하게 소개해드릴까 한다. 호옥시 모르는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백종원이 자신의 고향인 예산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레트로 콘셉트의 시장이다. 기존 시장에 레트로 콘셉트를 담아내고 백종원이 메뉴 개발에도 직접 나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시장 광장에 사진처럼 여러 테이블들이 깔려 있으며 각자 원하는 식당에서 음식을 사 와 이곳에서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론 해당 식당에도 먹을 수 있는 자리는 있다)


이곳에서 유명한 건 국수, 갈치구이, 꽈배기, 애플파이, 카스텔라 등등이 있다. 우리가 평일에 갔음에도 식당 오픈 시간에 맞춰 긴 웨이팅 줄이 생겼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주말에는 테이블을 잡는 것만 해도 1시간을 넘기는 건 기본이라고 하니 방문하고자 하시면 꼭 평일에 가시길.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곳은 백종원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산에서 유명한 예당호 출렁다리다. 2019년 4월에 개통되었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 야간 관강 100선'에 오를 만큼 야경도 예쁘다고 하니 시간적 여유가 되시면 밤에 가보시길 추천드린다. (필자는 못 봤다. 얼마나 예쁜지 제보해주시면 감사)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도 좋지만 예당호 전체를 즐길 수 있는 모노레일을 타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약 20분 정도의 소요시간으로 예당호 전경을 관람할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아주 천천히 움직이지만 그럼에도 스릴도 있다. 이 정도 경사로 올라가는 게 맞아? 할 정도로 경사가 상당하다. 솔직히 아주 조오금 무서웠다... ㅎㅎ 


하지만 안전하다고 하니 지자체(?)를 믿고, 마음 놓고 모노레일을 타며 예당호를 즐겨보자. 이 역시 주말엔 타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그 인기가 어마어마하니 평일을 노려보도록 하자. 



마지막은 수덕사다. 예당호 출렁다리만큼 예산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그럼에도 아직 잘 모르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 소개해드리려 한다. 


수덕사는 백제 법왕 1년인 599년, 지명법사가 창건한 충남에서 제일 큰 백제 고찰이라고 한다. 역사가 매우 깊은 절인만큼 찾는 사람도 많고 볼거리도 많다. 그중 하나가 수덕여관이지 않을까. 수덕여관은 말 그대로 진짜 여관이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초가집 여관이라고 한다. 이응로 화백이 1944년에 구입해 6.25 전쟁 당시 피난처로도 사용하였던 곳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이 살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며 이응로 화백이 돌에 새긴 암각화를 보러 많은 이들이 찾기도 한다. 


수덕사 본 절에서 가장 유명한 건 아마 대웅전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 현존하는 목조건물 가운데 건축 시기가 명확한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세월에 흐름에 색은 바랬으나 그 색이 오히려 고색창연한 이유인 듯하다. 


절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마도 자연 속에 위치한 절의 특성도 있을 테고 목조 건축이 주는 편안함도 있을 듯싶다. 이런 마음속 힐링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예산의 수덕사를 찾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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