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없는 한국, 진정한 AI 주권이 가능할까?
최근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모든 나라에 주권 (Sovereign)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주권 AI'라는 개념이 단숨에 글로벌 화두로 떠올랐다. 이 개념은 단순한 수사를 넘어, AI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시대가 왔다는 경고에 가깝다.
그렇다면 ‘주권 AI’란 무엇일까? 왜 지금, 그리고 왜 대한민국에 특히 중요한 걸까?
‘데이터 주권 (Data Sovereignity)’이라는 말은 이제 익숙하다. 데이터가 생성된 국가의 법과 규제를 따르고, 해당 국가 안에 저장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주권 AI’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주권 AI는 한 국가가 자국의 문화, 가치, 법률에 맞춰 AI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능력을 뜻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통제하는 수준을 넘어, 그 데이터에서 파생되는 '지능' 자체를 설계하고 통제하는 주체가 되겠다는 개념이다.
외국 기업이 만든 모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데이터와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AI를 직접 만들고 관리하겠다는 방향이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의료, 금융, 도시계획, 국방 등 국가 시스템 전반에 깊이 관여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핵심 기술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1. 국가 안보 위협
AI가 공공 인프라와 국방에 깊이 쓰이는 만큼, 외산 기술에 대한 의존은 공급망 중단이나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구조를 만든다.
2. 경제적 종속
자국 AI 생태계를 키우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이나 산업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되고, 기술 종속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3. 문화적 정체성 침해
서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AI는 우리 언어, 역사,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우리만의 언어와 문화, 가치관을 이해하는 AI가 필요하다.
이처럼 AI는 국가의 자율성과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고, 지금 세계는 ‘AI 주권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건 마치 전력 없이 스마트시티를 짓겠다는 것과 같다. GPT-4, Claude, DeepSeek 등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다. 단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AI 생태계 전체를 지탱하는 플랫폼이자 중추 인프라다.
이러한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AI 주권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플랫폼 종속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출발선에 서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GPT-4급 LLM을 직접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전략적 접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은 아래 세 가지 방향에서 ‘실질적인 AI 주권’을 만들어갈 수 있다.
글로벌 기업과 단순 API 사용자 관계를 넘어서, 데이터 공유, 정책, 표준에 대한 협상력을 확보해야 한다.
오픈소스 LLM(Mistral, LLaMA 등)을 국내 인프라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 반도체, 제조, 금융 등 한국의 강점을 살린 도메인 특화 AI 모델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 영역에서는 ‘데이터 품질’, ‘도메인 지식’, ‘인프라 운영’이 주권의 핵심이다.
LLM이 없더라도, 그것을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AI 반도체, 메모리 기술은 한국의 전략적 강점이다.
즉, LLM의 ‘두뇌’는 못 만들더라도, 그걸 움직이는 심장과 근육은 우리가 제공할 수 있다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의 한국은 미국, 중국 및 몇몇 극소수의 나라를 제외한 여느 나라와 다름 없이 ‘LLM 없는 AI 주권국’이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모든 걸 다 만들겠다는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우리의 손으로 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진짜 Sovereign AI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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