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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가 선택한 19살 천재 창업자

스케일 AI, AI 산업의 숨은 킹메이커가 되기까지

by 윤세문

요즘 뉴스 피드를 보다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메타(Meta)가 20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한 기업, 스케일 AI(Scale AI)다. 오늘 아침 팟캐스트를 들으며 또다시 스케일 AI가 언급되는 걸 듣고,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이 회사는 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메타 같은 빅테크가 이렇게까지 베팅했을까?’


수많은 AI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이 시대에, 메타 같은 빅테크가 한 기업에 이렇게 거대한 돈을 ‘직접’ 투자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이 회사를 창업한 인물은 MIT를 자퇴하고 19살의 나이에 스타트업을 세운 청년,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이다. 처음엔 그저 ‘특이한 투자 사례’로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보면, 메타의 전략, AI 생태계의 진짜 권력 구조, 그리고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AI 시장을 움직여온 스케일 AI의 비범함이 드러난다.


MIT를 박차고 나와, AI 시대를 설계하다

알렉산더 왕은 미국 뉴멕시코의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근무하던 핵물리학자 부모 밑에서 자랐다. 수학과 프로그래밍에 일찍 눈을 뜬 그는, 10대 시절부터 퀘라(Quora)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일했다. MIT에 입학한 그는 불과 1년 만에 “학교에 앉아 있는 것보다 세상 속에 뛰어드는 게 빠르다”고 판단한다.


그는 2016년, 실리콘밸리 출신의 디자이너 루시 구오와 함께 스케일 AI를 창업한다. 당시 나이, 불과 19세. 그가 처음 주목한 문제는 단순했지만, 누구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영역이었다.


AI가 아무리 좋아도, 똑똑해지기 위해선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도로 위에서 사람, 신호등, 고양이, 자전거 등을 구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수많은 영상 데이터를 사람이 직접 보고, 각 객체에 라벨을 붙여줘야 한다.
이 작업은 방대할 뿐 아니라, AI의 성능을 좌우할 정도로 정밀해야 한다. 왕은 이 ‘병목’을 풀기로 결심한다.


스케일 AI, AI를 위한 데이터 엔진이 되다

스케일 AI의 핵심은 ‘데이터 가공’이다.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정제하고 정밀하게 라벨링하는 것이다.


스케일 AI는 여기서 ‘Human-in-the-loop’ 전략을 선택한다. 즉,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숙련된 라벨러 인력을 활용해,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가공하되, 그 작업 데이터를 통해 AI가 자동화 비율을 높이도록 설계한다.


Gemini_Generated_Image_10himn10himn10hi.png Pedestrian, Car, Bicycle… AI의 눈에 비친 세상

AI가 사람이 만든 라벨을 학습하고, 반복 작업은 자동으로 처리하며, 오류는 사람이 검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방식은 특히 자율주행 영상, 센서 데이터, 라이다 데이터 등 고정밀 비전 데이터에 강점을 보였다. GM, 토요타, 크루즈 등 자율주행 기업들이 대거 고객으로 들어왔고, 단 5년 만에, 왕은 24세에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 타이틀을 얻는다.


단순한 라벨링을 넘어, AI 인프라 기업으로

스케일 AI는 라벨링 기업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 회사는 AI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반적인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이미지 분류

위성 및 항공사진 분석

의료 영상 진단용 데이터셋

그리고 최근에는 대형언어모델(LLM) 학습용 평가 데이터까지 진출한다.

챗GPT와 같은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단순한 텍스트 입력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 흐름, 정답의 신뢰도, 인간 수준의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스케일 AI는 여기에 필요한 전문 평가자 데이터, chain-of-thought 라벨링, 미세 조정용 시나리오 등을 공급하며, AI 업계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 잡는다.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앤트로픽, xAI 등 사실상 모든 유력 AI 기업이 스케일 AI의 고객이다.


수많은 경쟁자 사이, 스케일 AI가 독보적인 이유

라벨링 시장엔 경쟁자가 많았다. Appen, Labelbox, Amazon의 Mechanical Turk까지. 그럼에도 스케일 AI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하이브리드 라벨링 구조

AI의 효율성과 사람의 정밀도를 결합한 방식은, 특히 자율주행처럼 정확도에 민감한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 고객 맞춤형 솔루션

일반 라벨링이 아니라, 센서 융합 데이터, LLM용 추론 기반 라벨링 등 고난이도 프로젝트도 처리 가능했다. 각 산업에 맞춘 QA 프로세스, 관리 플랫폼, 결과 시각화 도구 등도 함께 제공했다.


3. 확장성과 속도

자체 플랫폼과 글로벌 라벨러 풀 덕분에, 수십억 개 단위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확장성이 있었다.


4. 시장 선점 효과

자율주행이라는 초기 고부가 시장을 먼저 선점하면서 쌓은 평판과 데이터 자산이 LLM, 로보틱스 등 신시장으로 진출할 때 강력한 지렛대가 되었다.


메타의 20조 베팅: 왜 ‘49%’였을까?

2025년, 메타는 스케일 AI에 143.5억 달러, 약 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메타가 전체 인수가 아니라 딱 49% 지분만 확보했다는 점이다.


궁금했다. 왜였을까? 여러가지를 들여다 본 결과 아래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창업자의 독립성 보장

알렉산더 왕에게 스케일 AI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비전의 구현체다. 49%는 여전히 그가 CEO로 회사를 운영하도록 하면서도, 메타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시너지를 내려는 계산이다.
동시에 왕은 메타의 ‘초지능(Superintelligence)’ 조직도 이끌게 된다.


규제 우회 전략

메타가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면, 미국 FTC 등 반독점 당국의 심사 대상이 된다. 49%는 ‘비지배적 투자’로 간주되며,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영리한 수다.


고객 이탈 방지

스케일 AI의 고객에는 메타의 경쟁사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도 있다. 만약 완전 인수였다면, 고객들은 “메타 자회사에 데이터를 맡긴다”는 이유로 대거 이탈했을 가능성이 크다. 49% 투자로 ‘형식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고객 이탈을 최소화한 것이다.


메타 x 스케일 AI: AI 전쟁의 새로운 축

메타는 여타 다른 LLM 업체에 비해 AI 경쟁에서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스케일 AI 투자는 단순한 만회가 아니다. AI의 ‘연료 공급망’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AI 전체 생태계의 패권을 재설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는 곧 권력이 되는 시대에 그 데이터를 가장 정확하게, 가장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회사에 메타는 베팅했고, 그 중심에 단 19살에 회사를 세운 한 청년이 있었다.


AI의 다음 장, 누가 쓰게 될까?

스케일 AI는 더 이상 조용한 인프라 기업이 아니다. 그들은 이제 AI 전쟁의 판을 뒤흔들 전략적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그리고 메타는, AI의 다음 장을 쓰기 위해 이 19살 천재 창업자에게 칼자루를 쥐게 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과연 스케일 AI는 계속 중립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메타는 이 동맹을 통해 진짜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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