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없이도 달러를 보낼 수 있다? 그걸 이제 미국이 법으로 만든다?
며칠 전, 출근길에 우연히 팟캐스트를 듣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얼마 전 미국 상원에서 'GENIUS Act'라는 기가 막힌 명칭을 가진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사실. 정식 명칭은 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한마디로,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처음으로 규제하는 법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1:1로 고정된 (어려운 용어로 pegging된) 암호화폐다.
1 USDC = 1달러.
은행에 달러를 맡기면 그만큼 디지털 토큰으로 바꿔준다. 반대로 토큰을 환전하면 다시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마치 페이팔 잔고처럼 보이지만, 그 기반이 블록체인이라 은행 없이도 전 세계로 즉시 송금 가능하다.
그래서 핀테크 스타트업, 해외 프리랜서, 웹3 기업들 사이에선 꽤 오래 전부터 유용하게 쓰여왔다.
미국에 있는 한 스타트업이 아시아에 있는 개발자에게 급여를 주려고 한다고 해보자.
기존의 방식이라면?
국제 송금: 은행을 통해 보내면 수수료는 기본 $30 이상, 걸리는 시간은 3~5일.
중간에 환전: USD → KRW로 바꾸면서 생기는 환율 손실과 수수료.
은행 규제: 국가에 따라선 송금 자체가 거부될 수도 있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을 쓰면?
1 USDC = 1달러인 토큰을 바로 전송.
수수료는 $1 미만, 도착까지 몇 분.
은행 계좌가 없어도 지갑만 있으면 OK.
받자마자 원화로 바꿔도 되고, 그대로 보관해도 된다.
쉽고 빠르고 저렴하다. 그래서 해외 송금이 잦고, 해외 인력을 많이 채용하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방식을 선호한다.
그동안 스테이블코인은 규제 없이 운영되는 회색지대에 있었다. 누가 어떻게 발행하고, 그 안에 진짜 돈이 있는지, 누가 책임지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것.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인 USDT(테더)는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자산 구성도 불투명해 논란도 있었다.
사용자는 불안했고, 기업과 은행은 조심스러웠다. 이런 불확실성이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을 가로막고 있었던 셈.
GENIUS 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핵심은 이렇다:
미국 정부 인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미국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1:1 준비 자산 보유: 1:1로 진짜 달러나 국채를 준비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투명한 회계 감사 및 공개: 매달 투명하게 회계감사를 받고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불법 자금 거래 방지: 불법 자금 거래 방지를 위한 규제도 따라야 한다.
쉽게 말해, ‘디지털 은행’ 수준의 책임과 기준을 스테이블코인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아까 그 스타트업이 미국 정부가 인가한 안전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할 수 있다. 이제 불안감 없이 기업이 채택하고, 은행도 꺼리지 않고, 정부도 책임을 묻을 수 있는 기반이 생기는 셈이다.
더 나아가, 이런 법이 생기면 전 세계에서 미국 기준의 디지털 달러가 통용되기 시작한다. 그 말인즉슨? 미국 달러 패권이 이제는 ‘블록체인 위에서도 계속된다’는 뜻이다.
단순히 편해서만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다름와 같은 이유들이 있다.
빠르고 저렴하다: 국제 송금보다 수수료가 훨씬 적고 몇 분 내로 도착한다.
환율 걱정이 없다: 1 USDC = 1달러, 변동이 없다.
은행 없이도 가능하다: 전 세계 어디든 지갑만 있으면 송금 가능하다.
즉, 새로운 글로벌 경제의 결제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이미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지니어스 법은 단순한 암호화폐 규제 법이 아니다.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새로운 화폐 질서를 정하는 시작점이다.
기업들이 은행 없이도 달러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들고,
개인들이 수수료 거의 없이 해외 송금을 할 수 있게 만들며,
미국은 달러의 지배력을 ‘디지털 세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게다가 이 법은 초당적으로 통과되었고, 이제 하원 통과만 남았다. 미국이 이걸 통과시킨다는 건, 이제 디지털 화폐를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선언일지도 모른다.
법안 이름은 GENIUS. 말 그대로 ‘천재적’인 수(手)다. 흔들리는 달러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디지털 세상에서도 달러를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전략. 미국 입장에서 보면, 지금 이 시점에 가장 똑똑한 수를 둔 셈이다.
앞으로 우리는 지갑 앱 하나로, 정부가 보증하는 ‘디지털 달러’를 전 세계 어디서든 주고받는 시대를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어쩌면 정말로, ‘지니어스 법’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은 특정 투자에 대한 권유가 아닌,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금융의 흐름 속에서 'GENIUS Act'가 갖는 의미를 개인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것이다. 앞으로 '디지털 달러'가 우리의 금융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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