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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전쟁, LFP vs 삼원계

시장 점유율이 보여주는 판도 변화

by 윤세문

이 글에서 꼭 알아야 할 3가지 핵심 포인트:

① LFP vs 삼원계 — 전기차 배터리의 양대 산맥: 전기차 배터리는 ‘가성비 LFP’와 ‘고성능 NCM (삼원계)’으로 양분되고 있다.

② 중국은 LFP, 한국은 삼원계: 전체적으로 LFP가 우세한 형국이나 가격 경쟁력과 성능 전략이 국가별로 갈라지며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③ 차세대 기술이 미래다: 보급형, 프리미엄, 전고체 배터리까지 다층 전략이 핵심 경쟁력이다.


LG가 중국에 배터리를 판다고?

최근 뉴스에서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바로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자동차 회사인 체리자동차에 1조 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이었다. '중국 제조사가 왜 BYD랑 CATL을 두고 LG 배러리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찾아보니 이 배터리는 중국에서 흔한 LFP(리튬인산철)가 아니라, 삼원계(NCM) 배터리였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단위: GWh가 뭐야?

배터리 시장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GWh 단위가 뭔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다. 간단히 정리해보자.

Wh(와트시): 전기 에너지의 가장 기본 단위다. 휴대폰 배터리는 보통 3,000mAh인데, 3.85V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략 1,000-2,000Wh 수준이다.

kWh (킬로와트시): 1,000Wh다. 가정에서 쓰는 전기세 단위가 보통 kWh다. 전기차 배터리 한 팩은 보통 40kWh~100kWh 수준이다.

GWh (기가와트시): 100만 kWh = 1,000,000,000Wh다. 산업에서는 배터리 생산량을 GWh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CATL이 2023년 약 260GWh 배터리를 출하했다는 것은, 전기차 260만 대에 100kWh씩 배터리를 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배터리는 자동차 가격에서 얼마나 차지할까?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단일 부품으로 가장 비싼 부품이다.

전기차 가격의 대략 30~40%가 배터리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5천만 원짜리 전기차라면 약 1,500만 원에서 2천만 원이 배터리 가격이다.

배터리가 대체하는 내연기관차 부품은 주로 아래와 같다.

엔진 (10~15% 차 가격)

변속기 및 연료 시스템 (약 5%)

배기 시스템

결과적으로 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변속기+연료시스템이 가격의 약 15~20%였던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 하나가 30% 이상 차지하게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야 전기차 가격도 내려간다는 말이 맞고, 반대로 배터리 가격이 올라가면 차값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배터리 전쟁의 핵심: LFP vs 삼원계

전기차 배터리의 가장 큰 차이는 양극재 구조에서 나온다.

LFP(리튬인산철): 양극재가 리튬, 철, 인, 산소로 이루어진 결정구조다. 가격이 저렴하고 열 안정성이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다소 낮다.

삼원계(NCM): 양극재가 니켈(N), 코발트(Co), 망간(M)으로 구성된 '층상구조(layered structure)'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주행거리가 길지만, 원료 가격이 비싸고 열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 차이 때문에 LFP는 보급형 전기차에, 삼원계는 고성능 전기차에 주로 사용된다.


추가로 가격 차이의 핵심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삼원계(NCM)는 고가 원재료인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을 사용한다. 특히 코발트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가 콩고민주공화국(DRC)에 집중, 인권·환경 리스크, 내전으로 인한 공급 불안정성이 크며 가격 변동성이 심하다. 니켈 역시 주로 인도네시아에서 공급되는데, 가공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높고 환경 부담이 크다. 삼원계 배터리는 고온·고압 환경에서 정밀한 조합과 고니켈화 공정이 필요해 제조단가가 더욱 높다.

반면 LFP는 철(Fe)과 인(P)처럼 지구상에 풍부하고 저렴한 자원을 사용하고, 구조도 단순해 제조 공정이 쉽고 원가 경쟁력이 매우 뛰어나다.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추이: LFP가 급등하는 이유

출하량(GWh 기준)으로 보면 삼원계가 여전히 우위지만, 차량 수 기준에서는 이미 LFP가 더 많아진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LFP는 주로 작은 배터리, 소형 전기차에 쓰인다. (40~70kWh)

삼원계는 고급 대형 전기차에 쓰인다. (70~100kWh 이상)


세계 배터리 회사 점유율: 중국이 세계를 먹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업체들은 LFP 기반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 개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왔다. 특히 CATL과 BYD가 보여준 성장세는 중국 LFP 기술의 성숙도를 반영한다.


중국의 CATL과 BYD가 압도적으로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SNE Research의 2024.5월 리포트 참조)

CATL (중국): 압도적 1위 (37~38%)

BYD (중국): 급성장 (14 → 17%)

LG에너지솔루션 (한국): 상대적 감소 (18 → 10.8%)

SK On, 삼성SDI, Panasonic: 모두 감소세


한국의 시사점은?

LFP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은 여전히 삼원계 중심이다.

앞으로 LFP 기술 확보가 더 중요해진다.

동시에 미국·유럽 고성능 시장은 삼원계 수요 여전 → 고급+가성비 투트랙 전략 필요

전고체, LMFP 등 차세대 기술도 선점해야 경쟁력 유지 가능하다


예전 TV 사업부에서 일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당시 중국은 보급형 모델에서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공략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업체들이 흡수·합병되거나 사업에서 철수해야 했다.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라인을 보유한 한국, 일본 등 업체들은 점점 경쟁이 어려워졌다. 이후에는 보급형 시장을 장악한 뒤 점차 제품 성능을 높이며 프리미엄 시장까지 잠식해 나가는 전략을 펼쳤던 기억이 겹쳐진다.


결국 EV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인 배터리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보급형과 고급형,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전고체와 같은 차세대 기술까지 전방위적인 개발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배터리 기술 개발이 가능한 나라는 결국 한국, 중국, 일본 외에는 딱히 보이지 않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이라도 충분히 기회는 열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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