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기는 어디서 오는가: AI 시대의 원자력과 SMR

증기로부터 시작된 에너지의 흐름, 그리고 다시 주목받는 원자력

by 윤세문

이 글의 핵심 3문장:

전기의 대부분은 '열 → 증기 → 터빈 → 전기'라는 동일한 원리로 생산되며, 원자력도 그중 하나로, 높은 에너지 밀도와 탄소 없는 전력 생산이 강점이다.

② SMR(Small Modular Reactor)은 기존 원전보다 작고 안전하며 빠르게 설치할 수 있어, AI 시대의 분산형 에너지 수요에 적합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 시대의 전력 수요 증가 속에서, 다양한 에너지 옵션을 신중히 살펴보고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는 어디서 오는가

최근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드는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원자력과 소형 모듈 원자로 (SMR:Small Modular Reactor) 같은 차세대 에너지원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 원자로 기술 책임자를 채용했으며, 최악의 원전 사고가 있었던 Three Mile Island 원전 재가동을 통해 20년간 전력 구매 계약까지 체결했다.

또한 구글은 Kairos Power와 계약을 맺어 최대 500MW 규모의 SMR 전력을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에 공급받기로 했고, Amazon, Nvidia 등도 SMR 분야에 적극 투자 중이다.


위의 소식들을 접하던 와중, 최근 팟캐스트를 듣다가, 한수원의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 수주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원자력, SMR에 대해 궁금해 졌다.


이에 들어가기에 앞서 살펴보면 좋은 질문은, "전기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 전기의 단위, 와트(W)와 와트시(Wh)


전기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위가 있다. MW, GW, 그리고 kWh, MWh 같은 것들이다.

W(와트): 전기를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Wh(와트시): 일정 시간 동안 사용하거나 생산한 전기의 총량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1,000W짜리 전기밥솥을 1시간 사용하면 1kWh를 소비한 것이다. 발전소가 100MW의 출력을 10시간 유지하면, 1,000MWh, 즉 1GWh의 전기를 생산하는 셈이다. 즉, 발전소에서 말하는 “100MW”나 “1GW”는 "순간적으로 최대 얼마만큼 전기를 만들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이 숫자는 어느 정도일까?

1MW: 약 300~1,000가구에 전기 공급

100MW: 중소 도시 하나 전력 커버

1GW: 서울 인구의 1/4~1/3에 해당하는 대규모 공급


전기의 생산 원리 — 결국 증기

놀랍게도,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전기는 결국엔 단순한 원리로 만들어진다.

열을 만든다 → 물을 끓인다 →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 전기를 만든다

석탄 발전소도, 가스 발전소도, 태양열(집광형) 발전도,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도 결국엔 단순히 뜨거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열을 어떻게 만드느냐, 그 방식이 다를 뿐이다.




⚛️ 원자력 발전의 원리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의 핵분열 반응에서 나오는 엄청난 열을 이용한다. 이 반응은 석탄과 같은 연료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원자핵이 쪼개질 때 나오는 에너지를 활용한다. 핵분열 한 번에 나오는 에너지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보다 수십만 배 이상 강력하기 때문에, 연료 1g으로도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은 물을 끓여 고온고압의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가 터빈을 돌리며, 그 회전력을 통해 발전기가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ChatGPT Image Jul 30, 2025, 10_01_36 PM.png 챗GPT가 생성해준 원자력의 기본 개


원자력은 뜨거운 논쟁거리지만, 장점은 분명하다. 온실가스가 거의 없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기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에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기저 부하 전원 역할을 해, 풍력·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사고 발생 시 피해가 막대하고,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와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원자력 기술의 세대 구분

팟캐스트를 듣다보니, 3세대 원전, 차세대 원전으로 언급되는 4세대 원전이란 말들이 들려, 궁금해서 찾아봤다.


3세대 원전: 기존 원전의 안전성을 강화한 모델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면적으로 도입된 안전 설비(수동 냉각 시스템, 비상 전력 공급)를 갖추고 있다.

4세대 원전 (차세대 원전): 3세대 원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 중인 미래형 원자로이다. 핵폐기물 문제 해결, 안전성 극대화, 효율 향상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일부 4세대 원자로는 사용후 핵연료를 다시 태워 폐기물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 세계와 주요국의 전력 생산 믹스 (2024년 기준)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전기는 어떤 에너지원에서 올까?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지만, 재생에너지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석연료의 비중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원자력의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낮다. 아래 그래프는 전 세계, 대한민국, 미국의 에너지 믹스이다.


Screenshot 2025-07-30 220323.png

데이터 출처: IEA, Ember 2024년 자료를 기반으로 재구성 했고, 수력, 태양광/풍력 외 다른 재생에너지(바이오에너지 등)도 포함된 수치이다.

전 세계: 화석연료가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재생에너지가 30%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대한민국: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고, 원자력이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기저 전원이다.

미국: 천연가스 비중이 매우 높고,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균형 있게 발전하고 있다.


� 떠오른 대안, SMR (Small Modular Reactor)

원전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떠오른 개념이 바로 SMR, 즉 소형 모듈 원자로이다.

소형(Small): 기존 1GW급 원전보다 출력이 수십~수백 MW 규모로 작다.

모듈화(Modular): 공장에서 주요 부품을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어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절감된다.

안전성(Safety): 대부분 자연 대류 방식이나 수동 냉각 시스템 등 혁신적인 안전 설계를 적용하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SMR은 초기 건설 비용은 낮지만, 발전 단가(kWh당 비용)는 아직 대형 원전보다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원전처럼 ‘규모의 경제’를 노리기보다는, 공장 대량 생산을 통한 ‘수량의 경제’를 목표로 한다. 데이터센터, 군사기지, 원격지역분산형 전원 공급에 적합하며, 전력 외에 산업용 열이나 수소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 주권과 기술 경쟁의 핵심

에너지 소비가 디지털 기술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대, 안정적인 전기 공급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그 중심에 원자력과 SMR이 각광 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가 안보, 에너지 주권, 기술 독립성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AI, 반도체, 클라우드처럼 전기 집약적 산업을 키우는 나라일수록 그 기반이 되는 전력원을 누가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맺으며

왜 이리 수많은 AI 선도 업체들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혈연이 되어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그 출발점에는 열이 있고, 증기가 있고, 터빈이 있으며, 지금은 다시금 원자력과 SMR이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마 머지 않은 미래에는, AI 기업이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옆에 소형 원자로가 들어서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이 흐름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SMR과 같은 기술은 한국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율주행차, 어디까지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