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로는 보이지 않는 시장의 흐름, 레포와 역레포로 읽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이 줄고, 내리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 중앙은행은 매일같이 정교한 작업을 통해 시장 금리를 조절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레포(Repo)와 역레포(Reverse Repo)다.
이들은 일반 뉴스에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마치 금융 시스템의 숨은 관제탑 역할을 한다. 뉴스를 종종 보면 마주치는 레포와 역레포라는 개념. 이번 글에서는 이 두 개념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왜 역레포 규모가 2021년부터 폭증했다가 다시 감소했는지도 함께 짚어본다.
둘 다 일종의 단기 자금 거래 계약이지만, 방향이 다르다.
레포는 시중에 자금을 푸는 방식, 역레포는 자금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앙은행은 시장의 단기금리를 상하단에서 통제한다.
자금시장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위에 같이 얘기하면 쉽게 이해하겠지만, 이 개념을 조금 더 감각적으로 이해해보기 위해, 금융시장을 동네 상권이라고 가정해 보았다.
중앙은행 (예: 한국은행)은 동네 은행 사장님, 그리고 시중은행은 커피숍, 빵집 같은 가게 주인들이다. 이들은 하루하루 매출과 비용을 맞추며 장사를 하다가, 때때로 현금이 부족하거나 너무 많을 때가 생긴다.
어느 날, 커피숍 주인이 은행 사장님에게 말한다.
사장님, 저 오늘 급하게 1,000만 원이 필요해요. 대신 우리 가게 계약서를 담보로 맡길게요. 3일 뒤에 이자 붙여서 다시 사갈게요.
→ 이게 바로 레포 거래다.
중앙은행은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며칠 후 그 돈을 다시 돌려받는다. 이렇게 하면 시장에 자금 (유동성)이 공급된다.
반대로, 빵집 주인은 오늘 장사가 너무 잘 돼서 현금이 남는다. 그런데 어중간하게 많아서 어딘가에 안전하게 잠시 굴리고 싶다.
빵집 사장 왈
사장님, 이 돈 맡아주세요. 대신 저한테 뭐라도 주세요.
사장님 왈
좋아. 우리 은행 채권 줄게. 3일 뒤에 너 돈 돌려주고 이자도 줄게.
→ 이건 역레포 거래다.
중앙은행은 시장에서 돈을 받아들이고, 대신 채권을 잠깐 맡긴다. 시장 유동성이 과잉일 때, 즉 과열이 되었을 때, 중앙은행이 돈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다음은 연준이 매일 시행하는 ON RRP(Overnight Reverse Repo)의 사용량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다. 이는 시장이 중앙은행에 단기 자금을 얼마나 맡겼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팬데믹 직후인 2020년, 연준은 기준금리를 0에 가깝게 낮추고 대규모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지만, 그래프에서 보이듯 ON RRP(역레포) 사용은 바로 증가하지 않고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급증했다. 이는 당시 막 풀린 유동성이 (주식 등)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중반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에 자금은 넘쳐났지만, 그 자금을 안전하게 운용할 만한 단기 투자처가 부족해지자 머니마켓펀드(MMF)들이 연준의 ON RRP (역레포)에 대규모로 자금을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즉, 이 그래프의 급등 구간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돈이 ‘머물 곳’을 찾지 못했던 시기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즉, 아무리 유동성이 많더라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존재한다면 자금이 꼭 역레포로 몰리지는 않는다. 반대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역레포보다 나은 투자처가 없다면 자금은 자연스럽게 중앙은행의 역레포로 유입된다.
레포와 역레포는 이름은 낯설지만, 매일 중앙은행이 수행하는 가장 실질적인 정책 도구다. 기준금리라는 방향 설정 이외에도, 중앙은행은 레포·역레포를 통해 자금의 세기를 조절하고 있다.
특히 역레포는 단순히 시중에 돈이 많은지를 넘어, 그 돈이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기준금리만이 아니라, 이처럼 시장의 흐름을 비추는 ‘그림자 금리’에도 주목한다면, 전체적인 자금 흐름과 투자심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