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3배 뛰었지만, 회사엔 1달러도 더 안 들어온 이유
최근 Figma가 아주 성공적인 상장을 마치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Figma는 우리가 잘 아는 디자인 협업 툴인데, 주당 33달러에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하루 만에 100달러를 넘었다.
'성공적이네'라는 생각과 함께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수많은 성공적, 혹은 실패한 상장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정작 IPO를 통해 회사에 어떻게 자금이 들어오고, 그 구체적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깊이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질문부터 출발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주가가 급등하면, 회사는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걸까?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Figma가 상장하면서 어떤 돈이 회사로 들어왔고, 누가 팔았으며, 누가 샀는지, 그리고 IPO란 도대체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해져서 직접 공부해봤다.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흥미롭고, 치밀한 돈의 설계가 숨어 있었다.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는 회사가 주식을 최초로 증시에 상장시키는 과정이다.
하지만 단순히 “상장 = 거래 시작”이 아니라, 회사가 외부로부터 자금을 새롭게 조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상장 시에 거래되는 주식은 두 종류로 나뉜다:
신주 (Primary Share): 회사가 새로 발행한 주식 → 상장을 통해 이 신주를 팔면 회사로 현금이 들어온다.
구주 (Secondary Share): 기존 주주(초기 투자자, 창업자 등)가 보유한 주식 → 이를 팔면 기존 주주 개인이나 VC의 통장으로 돈이 들어가고, 회사에는 직접적인 현금 유입이 없다.
Figma는 IPO에서 약 3,700만 주를 시장에 내놓았고, 그 중 약 2,400만 주는 구주, 1,200만 주는 신주였다. 즉, 회사로 직접 들어온 자금은 약 4억 달러 (신주 1,200만 주 × 공모가 33달러). 그리고 IPO 이후 주가가 90달러를 넘겼지만, 회사에는 단 1달러도 더 들어오지 않는다. 왜일까?
IPO에서 주식을 33달러에 팔았는데, 시장에서는 90달러에 거래된다면?
우리가 너무 싸게 판 건가? 더 비싸게 팔 수도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회사는 33달러로 정해진 공모가에만 신주를 팔았고, 그 뒤의 시세 차익은 전혀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모가를 너무 높게 잡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어, IPO가 아예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기업은 보통 시장 반응을 조심스럽게 고려하면서, 증권사들과 함께 공모가를 협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핵심 플레이어가 소위 언더라이터(underwriter)다.
(예시: Goldman Sachs는 어떻게 Figma 주식을 배정했을까?)
Figma의 IPO를 도운 대표 언더라이터는 Goldman Sachs, Morgan Stanley, JP Morgan 등 월가의 전통 강자들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자문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도매가에 사들인 뒤, 기관 투자자들에게 공모가로 되파는 구조다.
Figma는 약 1,200만 주의 신주를 발행했고, 이 물량 중 일부를 Goldman Sachs가 할당받았다.
그 순간부터 Goldman은 이 주식을 자신들이 관리하는 기관 고객들에게 분배해야 한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 예시이다.
여보세요? 여기 BlackRock인데요, Figma IPO 너무 좋네요. 우리 펀드에서 200만 주 받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Fidelity입니다. 장기 보유할 계획이고, 80만 주 청약 넣겠습니다.
여기 Tiger Global인데, 100만 주 정도 매수 의향 있습니다. 혹시 좀 더 빠르게 배정 가능할까요?
이 과정에서 Goldman은 자기네 수수료를 챙기고, 기관들은 할당받은 주식을 첫날 시가(예: 90달러)에 팔아 차익을 실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IPO는 회사와 언더라이터, 그리고 기관들 사이의 수요와 배정 게임이기도 하다.
IPO에서 나온 구주는 대부분 초기 투자자나 창업자들이 보유하던 주식이다. 상장 전에는 이 주식을 시장에 마음대로 팔 수 없지만, IPO 시점에 일부를 예외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누가 팔지, 얼마나 팔지?
→ 회사와 언더라이터 간 내부 협의로 결정
혹여 구주를 너무 많이 시장에 풀면, “기존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거 아냐?” 라는 부정적인 시그널이 생길 수 있어서 아주 신중하게 조절한다. 실제로 Airbnb나 Coupang은 상장 시 구주를 아예 내놓지 않기도 했다.
우리는 흔히
IPO = 상장 = 회사가 돈을 번다
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면에 신주와 구주, 언더라이터와 투자자, 공모가 책정, 시장 수요 조율, 희석 이슈 등 복잡한 구조와 설계가 숨어 있다.
Figma IPO처럼 주가가 급등한 사건의 이면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금의 흐름과 전략적 판단이 겹겹이 쌓여 있다. IPO는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회사의 전략과 시장의 신뢰, 그리고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