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샌프란시스코와 Waymo, 그리고 변화하는 도시

by 윤세문

이번 주는 우리 회사의 Urban Transformation Summit이 열리는 주라, 오랜만에 샌프란시스코를 찾게 되었다. 3일간 도시화, 기술, 혁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행사로, 전 세계에서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온 김에 현지 여러 유니콘들과의 미팅도 함께 진행하게 되었는데, 작년 5월 이후로 처음 방문하는 셈이다. 그들의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정말 그들이 만드는 제품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확신에 찬 눈들을 보며, 확실히 실리콘 밸리는 실리콘 밸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거의 매년 오던 도시다. 코로나 이전엔 늘 활기찼던 곳이었고, 팬데믹을 거치며 여러 변화와 도전이 있었다. 특히 높은 생활비로 인해 많은 이들이 도시를 떠났지만, 최근에는 AI 붐 덕분인지 작년보다 조금 더 생동감이 느껴졌다. 고속도로 및 도시 곳곳에는 전광판을 통해 광고가 많이 이루어지는데, Cursor AI 등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AI native 스타트업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치안은 오히려 조금 더 불안해진 듯한 인상을 받았다. 언제나처럼 Fisherman's Wharf 근처에 숙소를 잡았는데, 예전보다 같은 거리의 노숙인 수가 눈에 띄게 늘었고, 밤에는 약간 위협적인 분위기도 느껴졌다.


도시에 다시 살아나는 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사람들의 표정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돌아오고 있었다. 특히 새로 선출된 시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듯했고, Uber나 Lyft 기사들과 대화하다 보면 "앞으로는 다시 좋아질 거다"라는 희망 섞인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기술의 도시"라는 샌프란시스코의 정체성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도시는 활기가 느껴졌다

다시 타본 Waymo, 그리고 자율주행의 일상화

작년부터 올 때마다 Waymo를 타보고 있는데, 이번에도 몇 번 이용하면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다시금 느꼈다.


1. 안전 중심이라 조금 느리지만, 아직은 비싸다

내 체감상 Waymo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그런지 속도가 약간 느린 편이다. 요금도 동시간대에 Uber는 약 $10, Lyft는 $15였던 반면, Waymo는 $19 정도였다. 표본이 많지는 않아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전반적으로 조금 비싸지만 아직까지는 신기하고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가령 특정 시나리오에서 사람이 운전을 했을 때는 액셀을 밟아 지나갈 순간에 침착하게 기다리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지나가는 순간들도 있었다.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진 느낌이었다. 작년만 해도 '신기해'하고 쳐다보는 사람이라든지, 내가 갑자기 뛰어들면 어떻게 반응할까?라고 생각하고 뛰어드는 철없는 청소년이 많았는데, 이제는 'wow' 효과보다는 당연한 도시의 일부로 생각하는 느낌이었다.

Image (38).jpg
Image (37).jpg
Image (36).jpg
Waymo는 19불, Lyft는 16불, Uber는 10불 남짓으로 아직은 자율주행이 비싼 느낌이었다.


2. 앞자리가 훨씬 편하다

보통 택시를 탈 때는 뒷좌석 우측이 기본이지만, Waymo에서는 앞좌석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운전자가 없으니 대화 부담도 없고, 대시보드 화면을 보며 주행 경로나 센서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타기 직전 당연히 뒤에 타려는 나를 보고 현지인이 "앞에 타는 게 훨씬 좋다"라고 알려줘서 타봤는데, 그 말이 정말 맞았다. 택시는 뒤에 타는 거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3. 자율주행의 디테일이 꽤 정교하다

약 20분 동안 공사 구간이나 detour가 여러 번 있었는데, Waymo는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경로를 바꾸었다. 테슬라의 end-to-end와는 대조적인 모듈러 접근법의 선두주자 격인 Waymo도 지속적인 데이터의 수집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었다.

픽업·드롭오프 지점은 다소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호텔 입구까지 들어오지 않고, 바로 근처 한적한 도로에서 내려주었다. 유턴이나 복잡한 진입로를 피하기 위한 안전 설계로 보인다.


4.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운전자가 없는 "나만의 공간"이 되다 보니, 음악을 틀거나 동승자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예전에 LG전자 TV사업부에서 일할 때, 결국 먼 미래에 자동차가 자율화되면 고객의 콘텐츠 소비가 seamless가 되기 위해 여러 연결성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었는데, '운전' 또는 '단순 거리 이동'이라는 경험에서 '나만의 공간'으로 변화하는 변곡점에 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이 경험이 더 확장되어 영화 감상이나 음성으로 목적지 지정, 개인화된 서비스까지 연결될 것 같다. 실제 사람이 있을 땐 어색할 수 있는 행동들도, 기계와 있을 땐 훨씬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먼 이국 땅에서 케데헌을 들으며 자율주행을 타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5. Waymo가 정말 많이 활보한다

가령 예시로 한 블록에 6대가 신호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4대가 Waymo였다. 작년에는 제한된 인원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샌프란 동료의 배려로 얻어탈 수 있었는데, 완전히 오픈이 되었고, Waymo의 차량 수 확대로 작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차들이 눈에 띄었다. 궁금해서 데이터를 찾아보니, 샌프란의 약 40만 대 차량 중에 Waymo는 많이 잡아도 1000대 남짓이어서 약 0.25%도 안 되는 건 사실이나, 샌프란시스코 중심에는 정말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호텔 옆에 떨궈주고 시크하게 떠나는 Waymo

기술이 도시를 바꾸는 방식

아직 출장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이번 샌프란시스코 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AI 기술의 진화를 도시 차원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거주하는 뉴욕만 해도 아직 금융사 등 legacy 업체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SF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특히 Waymo를 타며 느낀 건, 기술의 도입이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우리의 행동 패턴과 공간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꾼다는 점이다. 택시 뒷좌석에 앉던 습관에서 앞좌석으로의 이동, 운전이라는 행위에서 개인 공간 경험으로의 전환.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도시의 모빌리티 생태계 전체를 재편하고 있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변화가 샌프란시스코라는 특정 도시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Waymo가 피닉스, 로스앤젤레스, 오스틴으로 확장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바이두의 Apollo Go가 이미 수백만 건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모빌리티 혁명의 초입에 서 있고, 이 변화는 단순히 '자율주행차가 많아진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시가 어떻게 설계되고, 사람들이 어떻게 이동하며, 그 이동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이 모든 것이 재정의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그 미래를 가장 먼저 살아가는 도시 중 하나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6년 만의 재회, 잊지 못할 교수님을 다시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