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운전연습하다가 산 지 1주일 된 차를 박살 낸 이야기.내 입으로 얘기하기 정말 부끄러운 일이고
내게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 사건이지만이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치유가 되었고,
이 일을 통해 배운 점도 상당히많기에용기를 내어 적어보고자 한다.
우리 집 앞 파머스마켓과 내 운동화 옆에 보이는 작은 친구
정말 평범한 날이었다.
우리가 사는집 앞에 있는 공원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사람 구경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유기농 아보카도를 구매하면서상인 아주머니와 농담도 주고받았던 평범한날이었다.
파머스 마켓에서 돌아온 나는, 며칠 동안 내내 먹고 싶었던 한국식 토스트를 만들어 먹고 나서
집 앞에 주차된, 산 지 1주일 밖에 되지 않은 우리 차 앞에 섰다. 바로 운전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요 며칠 내내 요한이가 차도 생겼으니운전연습을 해보자고 권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조수석에서 봐줄 테니 조금씩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사실 아직 준비가 안된 느낌이고 면허를 딴이후로 운전은 손 놓고 있던 장롱면허라서 여간두려운 게 아니었지만, 남자친구 앞에서 괜히 약한 모습을 보이기싫어서 알겠다고 승낙을 해버렸다.
마침 집 근처에 널찍한 대학교 주차장이 있어서 운전연습 하기에 제격이었기에그곳으로 이동했다.도착하자마자운전대를 넘겨 잡은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처음엔 순조로웠다.
느리지만 차근차근, 심호흡하며 직진, 좌회전, 우회전도 해보면서 부드럽게 차를 몰았다.
차 한 대도 없는 외딴 주차장에서 조수석에 그를 태운 채. 그렇게 나의 운전연습은 순조롭게흘러가는 듯했다.
자신감이 붙자 슬슬 속도를 내보고자 엑셀러레이터에 올려놓은 발에힘을 살짝 더 줬다. 내 의지대로 차가 굴러가자신이 나는 것도 잠시, 정면을 보니 곧 주차장이 끝나고그 후는 나무가 가득한 풀숲이기에 속도를 늦춰야 했다. 물론 나는 초보였기에 남들이 보면 굉장히 느린 속도로 운전하고 있었지만얼른 멈춰야 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극도로불안해졌다.
운전을 하는 내내,급정거하지 않으려 주의했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나는 갑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려 주의하며 엑셀을 살살 밟고 있었다.
정말이지 생각과 몸이 따로 노는 순간이었다.
조수석의 요한이도 전방의 나무가 가까워지자 브레이크를밟으라고 외쳤으나 나의 오른발은 미련하게도 밟지 않아야 할 부분만 밟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운전하던 차는 힘없이 쾅,
나무를 들이받았다.
산 지 1주일 된 중고차 시원하게 박아버렸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경우,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 말하던데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눈물도 펑펑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그저 나무에 처박히지 않은 운전석에 앉아 처박힌 조수석을 바라보며 얼어있었을 뿐.
그러다 호흡이 가빠졌고 밖으로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멀리서 사고현장을 발견하고 괜찮냐며 달려와 준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똑같이 놀랐을 텐데도 오히려 나를 달래주며, 보험회사에 전화해 상황설명을 하는 등 열심히 뒤처리하는 요한이를 보니 그제야 눈물이 터졌다.
사고 이후로 한동안 나는 계속 집에서혼자 울며 지냈다. 보험에서 어느 정도 보상해주기는 했지만 차는 그대로 견인하여 폐차를 해서 차도 잃고, 돈도 잃고, 나를 믿고 운전대를 넘겨준 남자친구에게 신뢰도 저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일련의 결과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한심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이었기에 창피해서누구에게도 털어놓을수 없었다.당연히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말할 수 없었고, 결국 내 우울과 불안을 들어줄사람은 남자친구인 요한이밖에 없었다.
그는 이런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며 술 먹고 운전하다가 나무를 들이받은 친구 이야기, 오랜만에 다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지인 이야기, 그리고 운전 경력이 상당히 긴 자기 아버지도 몇 번이나 사고를 냈던 이야기까지 해주며 나를 격려해 주려고 애썼다.
그 덕분에 그때의 트라우마가 지금은 꽤 괜찮아졌다. 운전연습도 많이 해서 요한이와 반반 나눠 운전해서 동부의 빅토리아주로 오기도 했다.
장장 40시간 가까이 걸린 서호주-빅토리아주 로드트립
이 사고는 나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이었지만 동시에 많은 교훈을 줬다. 호주에 온 이후로 나 스스로가 너무 어리고 나약하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한 인간으로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이 사고를 통해 얻은 교훈을 몇 가지를 소개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1. 나처럼 겁 없이 실전으로 바로 들어가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를 동행하여 운전연수 여러 회 받기
2. 운전에 자신 없어도 주눅 들지 말고 끊임없이 연습하기
3. 운전이 처음이고 자신이 없다면 자동차 보험(RAC) 들 때 보장범위 최대로 해서 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