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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쥐꼬리 Apr 13. 2024

호주에서 마주하는 비정규직 알바의 서러움

나도 아프면 쉬고 싶다고!



최근에 남자친구인 요한이도 나도

크게 아팠던 적이 있었다.

요한이는 소화기관 쪽이 심각하게 아팠고,

나는 몸살에 목감기로 심하게 앓았다.


지금은 둘 다 괜찮아졌고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아 잘 챙겨 먹고, 야외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건강을 챙기고 있지만, 나는 그때의 서러움을

아직도 기억한다.




한동안 잡을 구하지 못해 스트레스받았던

나는 최근에 잡을 구해서 잘 다니고 있다.

호주 현지인에게 고용되어 일하는 오지잡을

구하고 싶었지만 이렇다 할 경력이나 기술이

없었던 내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은 결국 한인 웨이트리스잡뿐이었다.


시급은 좀 짜지만 일하는 팀 분위기가 좋았고

무엇보다 내가 실수를 해도 다들 괜찮다 괜찮다 해줘서 유리멘탈인 내가 일하기 부담 없는 곳이다.

그래서 꽤 만족하면서 잘 다니고 있다.


그러나 웨이트리스잡 답게 스케줄 근무라서

규칙적으로 쉴 수가 없고 무엇보다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항상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곳이라

결국 근무한 지 일주일 만에 몸살+목감기 크라이시스가 오고 말았다.


쉬다가 당장 이틀 후면 근무인데 감기가

다 낫지 않은 채 근무하면 다른 동료에게 피해를

줄까 봐 신경이 쓰여서 이불 안에 묻힌 상태에서

머리까지 싸쥐어야 했다.

혼자서 물 떠먹을 힘도 없고 아픈데 약 사다 줄 사람도 없어서 눈물이 찔끔나기도 했다.


요한이가 아플 때 내가 사다준 약과 요한이가 나 아플 때 먹으라고 준 약


며칠 전 요한이가 배가 심하게 아파 드러누웠을 때 그는 직장 걱정 없이 3일을 꼬박 쉴 수가 있었고,

그때는 또 내가 일을 안 할 때여서 내가 약도 사다 주고 밥도 차려줄 수가 있었다.


끙끙 거리며 누워있는 아픈 날 보며 출근을 해야 하는 그의 마음이 편치 않았을 거란 걸 알면서도 그가 야속하다고 느낀 내가  야박하다고 느껴 죄책감이 사무치는 날이었다.



아무튼 장장 2주간 스트렙실과 베타딘으로

연명하니 날 괴롭히던 기침과 목에서 나는 쇳소리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요한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요한이네 사장님이 '너 병원 가면 보험처리 회사에서 다 해주는데 왜 병원 안 갔냐?'라고

했다는 것이다.


역시... 이래서 정규직, 정규직 하는구나.

목감기로 연신 콜록거리면서도 어떻게 하면 스케줄에 지장가지 않게 빨리 나아 출근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내 모습이 생각나 '현타'가 왔다.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요한이와 내가 사는 셰어하우스에는 우리 말고도

3명의 다른 하우스메이트가 함께 사는데

그중 하나인 폴란드인 하우스메이트, 카밀과

얼마 전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평일인데 왜

일을 하러 가지 않는 건지 그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은 일 안 해도 보수 그대로 들어와~'


말을 들어보니 내용은 이러했다.

현장에서 아스팔트를 까는 직종에 종사하는

그가 소속된 에이전시에서는, 스케줄을 무리하게

주었거나 겹치는 경우가 있으면 회사가 책임지고

보수는 그대로 지급하면서 직원을 하루 쉬게 해 준다는 것이었다.


아직 현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내가

 한 번 충격을 받은 순간이었다.

요한이와 카밀의 케이스를 보면서 최저시급도

못 받고 물도 마실 틈 없이 일하는 내 처지가

더욱 처량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외국인 노동자 처지라지만 같은 외국인

노동자 중에서도 급이 있다니.

기본적인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서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인 요한이에게마저

거리감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경력, 능력도 없이 그런 걸 바라면 안 되지.

짧은 공무원 경력 외에는

이렇다 할 알바 경력도 없는 나다.


이런 나에 비해 요한이는 목수로서의 경력만 12년이 넘고 카밀도 호주 외에

한국을 포함한 다른 여러 국가에서 아스팔트 메이커로서 경력을 쌓았다고 들었다.


열심히 일하는 요한이


지금 그들이 받는 높은 시급이 

아무런 대가 없이 받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새로운 기회인 이곳, 호주에서

진짜 해보고 싶었던 분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맘껏 경험해 보고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 내 시급을 올리고자 한다.


다음 달인 5월에 한국과 일본을 3주간 다녀올 예정인데 다녀와서 세컨비자를 따기 위해

농장 혹은 공장에 갈 예정이다.

농장에서부터 시작해서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포크리프트 자격증을 따서 차근차근 올라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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