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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쥐꼬리 Apr 20. 2024

호주에서 마주하는 때아닌 진로고민

이 놈의 진로고민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저번 달에 올린 브런치 포스팅에서 꽤 오랫동안

구직이 안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글을 올렸었는데, 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이자카야에 구직이 되어 현재까지 잘 다니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자카야


인잡에 가까운 일이긴 하지만 한국인 외에도

일본인이나 호주인 등 외국인과도 함께 일하는

근무환경이기 때문에 마냥 한인잡스럽지는 않다.

같이 일하는 사람, 근무환경이 좋아서 정말 만족스럽게 잘 다니고 있고,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얻으며 굉장히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서 내성적인 내가 호스피탈리티 직종에 맞는 건가 하는 스스로의 새로운 면모도 발견했다.


나는 내가 굉장히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기계적으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음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일의 단점은 금방 질리고 현타가 온다는 점이다. 재미를 느끼는 건 한 달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끝나고 상대적으로 적은 시급과 고객에서 종종 받는 무시와 하대, 그리고 코시국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환경 등으로 인해 상당한 현타를 맛보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 요즘, 한국나이 서른에 워킹홀리데이로 온 호주에서 때아닌 진로고민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호주뿐만 아니라 한국, 오스트리아, 다른 유럽 국가 등 다양한 국가에서 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 나라에 자리 잡아 집도 사고, 아이도 낳아 기르며 삶의 터전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요한이와 내 상황을 고려한다면 아마 한국이나 오스트리아가 될 것이다. 외국에 살고 싶은 내가 진로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적당한 수입이 보장되고, 고용 안정성 면에서 안정적인지, 언제 어디서나 원만한 구직이 되는지, 그리고 경력이 단절되어도 구직에 덜 영향을 주는지가 될 것이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나는 앞으로 어디서 살게 될까?


이 네 가지의 조건을 만족하는 직업은 세 가지인데,

바로 한국어 강사, 바리스타, 그리고 미용사다.


우선, 시작하려면 가장 일이 크고 많은 것을 투자해야 하는 미용사. 그래서 가장 가망이 없기도 하다. 나는 대학에서 미용과를 나오긴 했지만 그마저도 3학년에 편입을 했던지라 관련 자격증은 전무하다. 미용사는 전문직이니까 한국에서 살든, 해외에서 살든 경력만 있다면 어디서든 직장을 구하기 용이하다는 평이 많아서 생각해 본 건데 한국 나이로 벌써 서른인 지금, 정말 시작하려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 한국어 강사는 원래 전공이기도 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언어 쪽에 재능이 있는 내가 그나마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일이다. 하지만 유이한 단점이라면, 인력풀이 굉장히 좁고 수입이 적다는 점이다. 세종학당이나 코이카 해외파견을 나갈 수 있긴 하지만 경력도 길고 잘 가르치는, 소위 날고 기는 선배 한국어 선생님들이 많기에 그런 공식적이고 안정적인 자리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 방향이 프리플라이나 아이토키와 같은 티칭 플랫폼에서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다. 물론 이것도 경쟁률이 높고 안정적이라고 보기엔 어렵기 때문에 호주에 있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부업 형식으로 하려고 생각 중이다.


다음은 바리스타다. 어쩌면 이 셋 중에서 해외에서 살아남기 가장 수월한 직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이든, 호주든, 유럽이든 어디서든 누구나 마시는 것이 커피니까. 호주가 커피로 유명하기도 해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있는 지금부터 배워서 바리스타로서의 경력을 쌓고 싶다. 다만, 이렇게 되면 원래의 목표와 상충되어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워홀이 끝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게 되면 안 되니까. 선택과 집중, 이 말이 가장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 스스로 꼭 지키고자 하는 기준을 하나 만들었는데, 바로 다른 요인 영향 없이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돈 많이 준다고, 취업 잘 된다고, 영주권 잘 나온다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진로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호주에 온 원래 목표인 포크리프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계획 대로라면 진작에 땄어야 했던 포크리프트 라이센스를 금전적인 부분이나 시간, 멘탈 등 여러 가지 여건 상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핑계로 계속 미뤄왔었다. 독립을 바라고 온 호주 워홀이기에 부모님께 손 안 벌리려고 거의 발악을 해왔지만 세컨비자를 위한 구직 과정에 포크리프트 라이센스가 있으면 좀 더 수월하지 않겠냐는 남자친구 요한이의 제안에 결국 아빠에게 손을 벌리기로 했다. 단, 스스로 한 가지 조건을 세웠는데 이건 그냥 받는 돈이 아닌 꼭 갚아야 할 빚이라는 것!


돈을 빌리겠다고 부모님께 귀띔을 드리고 이틀 만에 끝나는 비기너 과정을 예약하려고 보니 5월에 한국 출국 전 스케줄은 그마저도 다 예약이 차 있어서 5월 출국 전에 라이센스를 따겠다는 원대한 계획은 또 무산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해야지. 돈은 그대로 빌린 게 되었으니 이렇게 된 이상 5월에 일본에서 퍼스로 돌아와서 바로 포크리프트 라이센스를 딸 수 있도록 6월 초에 예약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그전까지 오프데이 때는 그동안 미뤄왔던(미룬 것도 참 많다.) 운전연수를 받으려고 생각 중이다. 최근에 이곳에서 아는 언니를 통해 유명한 운전연수 선생님이 계시다고 들어서 이번주에 자세한 사항을 물어보려고 한다.


아무튼 포크리프트 기사가 내 적성에 맞을지 궁금하다. 오로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서 이루고 싶다는 이유 말고도 향후 오스트리아에서도 할 수 있도록, 커리어로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진로고민은 일단 여기서 끝!

이 놈의 진로고민은 내 나이 앞자리 숫자가 계속 달라져도 끊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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