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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쥐꼬리 Mar 07. 2024

호주에서 쉐어 구하는 팁

자, 세 번 따라 한다. 배고프다고 똥 먹지 말기!



호주에 온 지 4일 차.

나는 퍼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 지내고 있었다.


남자친구와 같이 지내고 있으나,

하루치  방값은 인당 6만 원이나 한다.

일주일 예약했으니 호주에 온 

일주일도 안 되어 벌써 42만 원이나 쓴 것이다.

벌써 마르기 시작하는 통장잔고를 보며

나는 조금 늦은 결심을 한다.



쉐어를... 구해야 한다!






호주는 집세가 엄청나게 비싼 나라다.

우리나라로 치면 월세, 즉, 렌트가

기본적으로 굉장히 비싸서  전체를

렌트하는 건 워홀러인 우리는 꿈도 못 꾸는 일이다.


대신, 여러 명의 세입자가 하나의 집에서,

각자 방을 하나씩 렌트해서 지내는 방식인 쉐어하우스호주 워홀러에게는 일반적인

거주 방식이라 우리는 쉐어하우스 매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남자친구인 요한이는 호주에 오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한 반면, 나는 아직 구직 중인 상태였기 때문에 주중에 시간이 되는 내가 주로 쉐어를 알아봐야 했다.


우리나라의 벼룩시장과 같은 사이트인 검트리,

유료로 결제하면 더 많은 혜택을 주는 플랫메이트

같은 호주 매물 사이트들을 수시로 확인했고

가격이 합리적이고, 위치가 괜찮은 매물을

발견하면 즉시 메시지나 문자를 보냈다.



애처로울 지경의 내 검트리 계정과 메시지 보관함. 각잡고 연락을 돌려봐도 돌아오는 연락은 많이 없었다.


하지만 답장이 안 오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시기가 안 좋은 시기였는지 매물 자체가 적었다.

그 흔한 인스펙션 하나 잡기가 어려웠다.


당장 다음 주부터 지낼 쉐어를 구하지 못하면 

또 비싼 돈을 내고 호텔이나 에어비앤비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때는 집은 물론 숙소 구하기도 정말 어려워서 에어비앤비에 캠핑카(?)가 올라오기도 했었다.

그마저도 전혀 저렴하지 않았다는 점...




그렇게 쉐어 구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던 여느 날이었다.

당장 며칠 후가 호텔 체크아웃 날인데 이러다가

정말 호주 온 지 한 달 만에 워홀 자금을

다 써버리는 건 아닌가 또 불안을 느끼던 와중,


아무리 잔뜩 인스펙션 연락을 보내놔도

감감무소식이던 플랫메이트를 확인해 보니

어떤 한인 분께 연락이 와있었다!


렌트는 좀 비싸지만 그래도 우리가 원하던

지역 중 한 곳이었는데 다음날에 인스펙션을

보러 오는 건 어떻겠냐고 먼저 연락이 온 것이다.

간절한 마음이었기에 당연 오케이를 외치고

나는 바로 다음날 시간에 맞춰 인스펙션을 갔다.



깔끔하고 괜찮았던 집. 일단 넓고 화장실이 따로 있어서 좋았다.


일단 그곳은 한국인만 사는 곳이었고

여러 명이 같이 사는 공간이라 그런지

매주 청소당번이 있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이런 행동을 금해 달라는 등 정해진 규칙이 있었다.


집은 굉장히 넓고,

부분 부분 청결하지 못한 곳도 있었지만

우리가 사용할 개인공간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렌트는 비싼 축이었지만 위치가 좋았고

근처에 큰 쇼핑몰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직접 인스펙션을 하면서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지만 문제는 요한이.

계약을 하면 이 집에서 같이 살 그의 의견도

물어봤기에 나는 집주인 분께 인사를 드리고

나와서 바로 그에게 문자를 날렸다.


인스펙션을 하면서 허락을 구하고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함께 보내자 그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다.


까탈스럽지 않은 그의 답은 당연히 'YES'.

결론은 간단하고 빠르게 나왔으나

상황과 조건을 설명하느라 10분 정도가

걸렸다. 그래도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기에

당연히 이 어는 우리 차지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20분 만에 집주인의 문자에

의해 깨져버리고 말았다.


나와의 인스펙션 이후에도 2건의

인스펙션이 예정되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다른 사람과 계약이

되다니...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내가 먼저 확답을 준 것도

아니기에 함부로 다른 이의 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이 문자를 받았을 때 나는 아까

마음에 든다고 했던 근처의 쇼핑몰에서

앞으로 우리가 여기서 쓸 침대시트와 이불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 허망하게 느껴졌다.


이제야 떠돌지 않고 자리 잡을 수 있나

싶었는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풀이 죽은채로 요한이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다음에는 자기 의견 묻지 말고 바로 계약부터

하라며 금방 구할 수 있을 거라며 나를 달랬다.

나는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으로 터덜터덜

다시 우리가 지내고 있는 시티의 호텔로

돌아왔다.


그 후로도 나는 요한이가 출근하는 아침부터

그가 퇴근하고 돌아오는 저녁까지 플랫메이트와

검트리, 페이스북을 뒤지면서 고군분투했으나

어김없이 우리의 체크아웃 날짜는 다가오고

말았다.


비싸고 에어컨 때문에 춥고 창문도 없지만 그래도 아늑했던 호텔에서의 일주일


그렇게 우리는 바리바리 짐을 싸서

다시 다른 숙소로 이동했다.

부킹닷컴에 올라와있는 이름만 호텔인

방이 여러 개인 집에서 다른 세입자들과

지내는 곳이었다.


우리가 온 11월의 퍼스에서는 이런 식으로

가정집의 방을 쉐어하우스로 내놓지 않고 에어비앤비나 부킹닷컴 등에 비싼 가격에

올려놓은 곳이 많았다.

연말이라서 여행객들을 상대로 장사해 보려는

시즌에 우리가 잘못 걸려버린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상황이 이래도 우리의 처지는 변하지 않는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하면서

돈 벌고 있는 요한이와 다르게 하루종일

팽팽 놀면서 집 하나 제대로 못 구하는 내 처지를

비관하고 그와 비교하면서 불안감을 많이

느꼈다. 이제 겨우 해외생활의 첫 단계인

집 구하기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앞으로

여기서 2년 동안 어떻게 생활할 생각이냐고

스스로를 매일 다그치면서도 서칭을 쉬지 않았고

그러다 검트리에서 조금 저렴한 쉐어를

발견하여 바로 연락했다.


메시지를 보내도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연락이 오겠어?'하는 마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그쪽에서 바로 답장을 보내왔고

그 날 당일 인스펙션을 보러 가게 되었다.



집주인 아저씨는 엄청 바빠보이는

중국계 아저씨였는데 괜찮은 동네고 위치도

정말 좋다며 빨리 계약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관리가 상당히 안 되어있는 더러운 편에

속하는 집이었다. 남자만 사는 집이어서

그런지 환기도 잘 시키지 않고 퀘퀘한 느낌이어서

계약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으나,


더러운 건 치우면 되고,

집주인 빙 아저씨가 나와 요한이 2명이 들어오더라도 1명분의 집세를 받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서 나는 그렇게 호주에

온 지 2주만에 우리의 첫 쉐어를 계약하게

되었다.



저번에 퇴짜 맞은 경험 이후로

요한이가 자기 의견 상관없이 내가 괜찮다고

생각된다면 바로 계약하라고 해서 한 계약이지만

워낙 집 상태가 좋지 않아서 계약을 하면서도

불안했고 이게 잘 한 일인가 걱정되었다.

배고프다고 똥먹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길바닥에서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래서 일단 당장 필요한 이불과 침대시트,

베개를 케이마트에서 사다가 버스 타고 날랐고,

그 날 퇴근하고 온 요한이와 이사(?)를 했다.


분명히 계약하기 전에도 계약하고 난 후에도

요한이에게 전화를 걸어 집이 상당히 더럽다고

경고를 했으나, 그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청결치 못했는지 그는 퇴근하고나서 피곤할텐데도

팔을 걷어부치고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첫 쉐어,

아직도 많이 더럽고, 자꾸 아무때나 찾아와서

좀 치우라고 하는 집주인 아저씨도 짜증나고,

하우스메이트들도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집세가 싸고 위치도 좋아서 시티에

드나들기 좋다. 근처에 아름다운 큰 공원이

있어서 주말마다 파머스마켓이 열리고

매일 산책하기 좋아서 내가 원했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고 있다.


그럼 호주에서 쉐어 구하는 팁 2가지를

알려드리고 오늘의 글을 이만 마무리하고자

한다.


*호주에서 쉐어 구하는 팁*

1. 최대한 플랫메이트나 검트리 이용하기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는 사기가 많거나

호주에서 아는 사람 연락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플랫메이트는 결제를 해야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2만원

정도이니 그냥 결제 해버리자!


2. 메시지를 보낼 땐 자기가 누구인지

최대한 디테일하게!

처음에 메시지 보낼 땐 정말 간단하게

안녕! 너네 집 보러가도 되니? 이런 식으로

보냈더니 정말 연락이 한 군데에서도 오지 않았다.

이름, 비자, 무슨 일을 하는지, 구직 중인지 등

자신의 인적사항을 상세하게 적어서 보내니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우리같은 경우는, 요한이가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상태여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니까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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