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온 지 4개월 차, 생각보다 구직 기간이 훨씬 길어져서 벌써 한 달 넘게 일을 못하고 있다.
예상했던 상황이 아니라 상당히 당황스럽지만그래도 열심히 지내고 있다.구직도 계속 시도하고 있고, 블로그 포스팅도 열심히 올리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국어를 가르쳐보려고 하는 등끊임없이 뭔가를 계속하고있긴 한데 성과는 없다.
나도 빨리 돈 벌고 싶다.
당장 생활비가 부족한 건 아니지만
다들 호주에서 얼마나 벌었다는 얘기,
자격증 따면 더 편하게 돈 벌 수 있다는
얘기를할 때 나 혼자 끼지도 못하고 멀뚱멀뚱 앉아있는 것도 질렸다.
이럴 때 날 찾아오는 건 또 불안과 자괴감.
하루하루 그냥저냥 보내는 일상. 돈이 없어서 카페는 못 가고 주로 집 앞 공원을 간다.
나는 왜 이렇게 무능할까?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이런 식의 워홀이라면
한국에서 백수생활 했던 거랑 다를 바 없잖아.
나중에 돈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시드머니를 벌러 호주에 온 건데
하루하루를 허투루, 의미 없이 보내고 있다.
기약 없는 구직 생활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지금 낭비하고 있는 돈과 시간으로 한국에 있었으면 다른 일이라도 시작하거나하다못해
다른 기술이라도 배울 수 있었을 텐데.힘들고 불안한 현재는 결국 나 스스로에게 근본적인물음을 하게 만든다.
나는 호주에 왜 왔을까?
내가 너무 기대치가 높았나?
워킹홀리데이를 너무 쉽게 봤나?
준비도 경력도 없이 너무 섣불리 호주에 와버린 걸까?
나보다 영어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일을 구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안될까?
영어가 통하는 호주에서부터 이러면 나중에 다른 나라 가서는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닐까?
그러나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 호주라도 아직 진짜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냐면,얼마 전 남자친구 요한이가 세컨비자 취득에 실패하면 그 후에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어왔다. 딱히 재미도 없고 그냥저냥 지나가는 호주에서의 생활을 그렇게 싫어했으면서도또 호주에 못 있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막상 그렇게 되긴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이 상황이 싫어도 현재 이 경험들이 향후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더 지켜보자,스스로를 달래 본다.어쩌면 내 인생의 큰 기회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순간의 감정 때문에포기해버리고 싶지는 않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잡 면접 보러가는 길. 이번엔 꼭 붙었으면 좋겠다.
4개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배운 것은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것.
불안한 워홀 생활에서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회를 대비해 미리미리 준비하고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이다.
내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했을 때의 계획을 다시 떠올려본다.
한국에서는 해보지 못할 경험을 호주에서 많이 해보고 경험 쌓는 것.
원래의 계획에 조금 더 살을 붙여본다.
한국에서는 해보지 못할 경험을 호주에서 많이 해보고 경험을 쌓아 세계 어디에 가든 손가락 빨지 않도록 돈 벌 수 있는, 나에게 맞는 직종을 찾기.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새삼 호주에 와서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편히 먹고,나를 믿고,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해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