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의 재질은 노력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때로는 깨끗하고 관리된 어항 속에 가둬진 물고기가 이름 모를 강어귀 두꺼운 녹조아래 찌그러진 일회용 반찬통 안에 자리한 물고기보다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샌가 나는 내가 만들어낸 어항 속에 산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였고 내 머리 위의 기포가 내가 뱉는 가파른 날숨인지 기포기의 일정하고 부드러운 날숨인지는 중요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투명한 어항은 녹조가 끼기 전까지 벽인걸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누군가의 시선 또는 나의 의지로 의해 깨끗하게 관리되었고, 나는 풍요로운 항아리 안에서 노력하지 않아도 녹조가 벽면에 다닥다닥 붙어 비릿한 쉰내가 목젖까지 넘어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질리기 전까지는 영원히 유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눅눅한 초록빛이 질릴 때 즈음에는 나의 뒤척임에 해져버린 누릿한 금빛 마사토를 밟고 일어나 어항을 만들곤 했다.
어항의 구조는 언제나 그랬듯이 네모 반듯한 식빵틀과 같은 직육면체의 형태였으며 지난날의 시간과 돈을 들여 가장 투명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지난날의 나의 헌신으로 만든 어항은 내가 안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졌고 그럼에도 누군가의 시선에 게으름과 한심함이 차오르는 것이 두려워,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때에는 크고 깊은 뿔고둥 껍질 속 나선형의 동굴을 정처 없이 파고들었다.
몇 번의 방주를 만들고, 방주의 나무에 싹이 피어 녹음이 짙어졌을 때에 나는 방주대신 휘감기는 거친 물살 위에 자리했고 어디로 가는지 혹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그제야 나에게 물살을 만들어 내는 지느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껍질 안에 있다고 하여 소라게일 필요는 없다. 쉴 곳을 잘못 찾아 나선의 미궁에 빠져버린 물고기일 수도 혹은 누군가가 듣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자 소리가 벽에 부딪혀 내게 진실되게 들려주는 동굴을 찾은 개구리일 수도 있다.
사실은 어항은 잠깐의 쉼터일 수도 있었다. 최초의 어항을 만들며 블로잉파이프에 불어넣은 날숨은 그렇게 크지 않았고 잠깐은 숨 고르기를 위해 만든 어항의 크기는 아기를 감싼 보따리 또는 방울토마토 개별 포장지 정도의 하찮고 작은 수준이었다.
상정하지 못한 건 주위와 비교하고 누군가와의 차이를 느끼게 만드는 어항 바깥의 세상이었고, 나는 자연스레 한숨이 늘어나 자연히 날숨이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항의 크기는 날숨과 비례해 커져만 갔고 기다란 블로잉파이프에 불어댄 많은 숨덕에 입술은 퉁퉁 부르터서 달싹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어항은 커져갔고, 나는 반복되는 고통에 입술을 닫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입으로 불어 만드는 어항의 크기로는 나의 안도감을 자아낼 수 없을 때, 나는 결국 공산품같이 틀에 맞춰 찍어내는 직사각형의 틀을 만들게 되었고, 더 이상 나의 한없는 날숨에 입술이 부르트지도 혹 가파르고 거친 숨에 어항에 잔기포가 생길까 걱정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노력이라고는 유리틀에 지난날의 뜨겁고 치열했던 현실 따위를 부어 잠시 쉴 어항이 단단해지기만을 기다리는 실눈 뜬 방관자였고 힘없는 세 살 배기 왕이었으며 메마른 밭에 무단투기된 작은 돌맹이었다.
그럼에도 어항은 언젠가는 필요하며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의 상황에서야 개선해야 할 점들이 여럿 보이지만 언젠가는 또다시 잠시 쉬었다가 나올 수 있는 어항을 만들 숨이 쉬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안주하고 방심하며, 막대기가 없이 돌아가는 솜사탕 기계의 실처럼 풀어져버린 어항 안의 나의 모습은 찰나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누군가 스쳐 지나가며 영원이 되어 나는 영원히 그들에게 축 늘어진 나무늘보로 남았다.
어항에 틀어박혀 입술을 달싹이지도, 관리를 하지도, 발걸음을 떼는 수 보다 물이 끓여지기 전까지 초침이 움직이는 수가 많아질 때에도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야 하는 존재였고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기에 녹조가 오히려 반갑기도 하다. 약간의 흐림으로써 시선을 막아주지만 언젠가 녹조에 둘러싸여 초록빛의 눅눅함에 나조차 종이끄트머리의 젖은 초록 솜처럼 서서히 스며들어 이끼가 되어버릴 수도 있기에 녹조가 낄 때에는 약간의 일탈만 즐긴 후에 다시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항 안에서의 일들은 보이기 싫지만 보였고 아무리 두껍게 만들어도 투명하였으며 나는 결국 겹겹이 쌓인 유리와 녹조, 뿔고둥껍질 안에 숨어버린 마트료시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