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첫 만남
2012년의 마지막을 장식할 그랑프리가 서울 경마공원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경주를 축하하는 팡파르가 울렸다. 초대가수 홍진영이 와서 흥을 돋우어줬다. 4만 명의 관중이 관람대를 가득 메웠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관중들의 열기는 용광로만큼이나 뜨거웠다. 과연 이준호 기수가 기승한 매드맥스가 우승을 할지 그의 라이벌 글로벌하트가 우승을 할지 경마팬들의 들뜬 마음이 함성을 통해 터져 나왔다.
경주로에 입장하는 매드맥스에 기승한 여러 경마팬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준호 기수님, 매드맥스 파이팅~!!”
자신을 향해 응원을 해주는 경마팬들을 향해 이준호 기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침착하게 매드맥스를 출발대인 발주기까지 유도했다.
많은 경마팬들이 각자가 응원하는 말들의 이름과 기수를 외치며 한껏 그랑프리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랑프리경주 경주 시작 멘트가 남자 아나운서를 통해 경마장 내 울려 퍼졌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는 경주로를 울릴 만큼 웅장했다.
경주가 시작되었다.
발주기가 열리는 신호와 함께 아나운서의 경주 중계가 시작되었다..
“올해의 멋진 마무리 2300m 2012 그랑프리 출발했습니다. 초반 바깥쪽마 16번 마 석세스마초, 6번 마 정문사이, 한가운데 8번 마 블랙머스크 이렇게 세 마리가 선두권을 형성합니다. 조반 6번 마 정문사이가 1 마신 앞서있고 2위는 블랙머스크 3위는 5번 마 판타스틱맨 그 뒤를 따라갑니다.”
초반까지 매드맥스와 이준호 기수는 선두권에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서서히 선두권에 진입을 시도한다. 아나운서도 팬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매드맥스와 이준호 기수를 언급하기 시작한다.
“2번 마 매드맥스는 4위에서 조금씩 속도를 높이면서 3,4위권까지 따라붙고 있습니다.
말무리는 3 코너를 지나 4 코너를 행하고 있고 이제 4 코너를 돌아 결승선 직선 주로에서 매드맥스와 글로벌하트가 맞붙게 되는데 관객들의 함성 소리는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로 관람대에 울려 퍼지고 있다. 한껏 아나운서 목소리가 고조되면서 막판 경주의 클라이맥스 중계의 시동을 걸었다.
”선두는 13번 마 투혼의반석이 근소하게 앞서 나오고 있지만 바깥쪽에 2번 마 매드맥스와 안쪽의 7번 마 글로벌하트가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안쪽의 글로벌하트, 그리고 바깥쪽에서 올라오는 매드맥스와 이준호 기수입니다. “
관객들의 시선이 모두 매드맥스와 이준호 기수에게 향했다.
“안쪽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7번 마 글로벌하트, 그리고 바깥쪽에는 이준호 기수의 매드맥스 7번 마 글로벌히트와 팽팽한 선두권 접전, 안쪽의 글로벌하트 마지막까지 도전을 합니다. 7번 마 글로벌하트와 2번 마 매드맥스 두 마리의 접전 이어집니다. “
매드맥스와 글로벌하트가 맞붙자 관중의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아나운서의 중계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
”2번 마 매드맥스와 이준호 기수 마지막까지 총력전 근소하게 앞선 것처럼 보입니다. “
숨이 넘어갈 듯 아나운서도 있는 힘껏 경주 중계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코 차이로 매드맥스와 이준호 기수가 글로벌하트를 제치고 우승을 했다.
준호가 시상대에 섰다. 한국마사회장님이 준호에게 1등 트로피를 수여했다. 아나운서 실습생으로 온 윤희는 준호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건넸다.
헬멧과 마스크를 벗은 땀에 젖은 모습의 준호의 모습은 경주로를 달릴 때의 파워풀한 이미지와는 달랐다. 준호의 눈은 마치 경주마의 눈같이 크고 반짝거렸다. 그리고 적당하게 오뚝한 코. 굳게 다문 입술을 가진 준호의 얼굴을 보고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준호 기수님. 우선 우승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우선 매드맥스에 기승 기회를 주신 마주님과 조교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올 한 해 매드맥스와 좋은 성적을 많이 거두었는데 마지막 그랑프리까지 우승을 해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이지 않게 뒤에서 열심히 매드맥스를 잘 관리해 주신 관리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매드맥스를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윤희는 준호의 인터뷰하는 모습과 내용이 맘에 들어서 더 많은 질문을 했다.
“이준호 기수님, 그동안 많은 경주를 우승하셨지만 오늘 우승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지금 기분은 어떠세요?”
준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음.. 이렇게 아름다우신 아나운서님께서 저를 인터뷰해 주시니 기분이.. 뭐랄까.. 이 세상 기분이 아닌 것 같아요. 감사한 날입니다. 올해는 최고의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윤희는 그 말에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나름 센스 있는 말솜씨를 가진 준호가 싫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나고 윤희는 준호에게 기념 셀카를 부탁한다.
“저랑 셀카 찍은 여성분 없는데.. 제가 승낙하면 여자랑 찍는 첫 셀카인데 감당하시겠어요? 그리고 저랑 셀카 찍는 대신 제 부탁도 들어주셔야 합니다. “
윤희는 당황해서
“네? 어떤 부탁인데요?”라고 되물었다.
준호는 귀까지 빨개진 윤희를 보고 재밌어했다.
“대신 연락처 알려주세요.”
“연락처요?”
속으로 윤희는 고민을 하다가 알겠다고 대답했다.
”제가 경주 마무리하고 씻고 나오면서 연락드릴 테니 전화번호 찍어주세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준호는 윤희의 전화번호까지 따냈다.
준호는 윤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저녁 시간 되시나요?’
윤희가 고민하다가 자기도 호기심이 생겨서 수락했다.
약 1시간 뒤 만난 준호 검은색 포르쉐 카이엔을 타고 윤희를 데리러 왔다. 준호의 모습은 기수복을 입고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준호가 묻는다.
”윤희 씨는 음식 뭐 좋아하세요?
“저는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편이에요.”
“술도 좀 하시는 편이세요?
”술 좋아하죠. 술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음식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맞춰서 가리지 않고 마셔요. 술과 음식도 궁합이라는 게 있잖아요. 술마다 가진 고유의 향과 맛도 각각 매력이 있기도 하고요. “
윤호는 삼겹살을 유독 좋아했다.
”첫 만남에 좀 그렇긴 한데 삼겹살 어때요? 저는 삼겹살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제가 아는 맛집도 있고요. “
윤희도 삼겹살을 좋아한다며 윤호를 배려하는 마음인지 함께 삼겹살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처음 만났는데 소주를 둘이서 2병 마시고 2차까지 간다. 급속도로 친해졌다.
취기가 살짝 오른 준호는 용기 내어 묻는다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바쁘게 공부하고 취업 준비하느라 남자친구 만들 시간이 없었네요.”
윤희가 없다고 대답하자 준호가 회심의 미소를 띠었다.
윤희도 적극적인 준호가 내심 싫지는 않았다.
2차는 순댓국집으로 갔다. 새벽훈련이 있어서 밤 11시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헤어졌다.
그래도 사람은 3번은 만나봐야 한다는 말처럼 첫 만남 이후 윤희는 준호를 2번 더 만나봤다. 삼겹살, 일식, 곱창을 먹으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다.
준호가 윤희를 본인의 차로 집에 데려다줬다. 차를 타고 가면서 차 안에서 윤희가 준호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았다. 놀란 준호의 손에서 손이 다 젖을 정도로 계속 땀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