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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지호 Jan 22. 2024

예비창업패키지  포기해야 하나요?

지호야, 너 정말 전역할 거야?
너가 전역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데?
사회는 아름다워 보이지? 군대보다 더 독한 곳이야!

23년 2월 나는 28살의 늦은 나이로 사회 초년생이 되었다.

진심 어린 걱정, 의미 없는 비아냥을 뒤로한 채 나는 사회로 첫발을 내디뎠다.


나는 자신 있었다.

군대에서 굴려진 만큼 행동한다면 밑바닥부터 올라갈 자신이 있었다.

힘든 일, 더러운 일, 기피하는 일 등 무엇이든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는 녹록지 않았다.

아니. 사회에 적응해 버린 나의 정신상태는 답이 없었다.


전역 후 짧은 휴식기를 가지고, 

나는 인공지능사관학교라는 부트캠프를 참여하였다.


인공지능사관학교 부크캠프는 전역하기 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면접을 봤었다.

그때의 나는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역을 하려 하니, 타이밍 맞아떨어지는 부트캠프의 교육 일정과

앞으로 세상의 중심이 된다는 AI에 관한 광고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비춰주는 것만 같았다.

내가 마치 이 세상의 주인공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6월부터 12월까지의 6개월의 교육과정은, 대실패였다.

개발자와 나는 맞지 않다는 것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교육기관 단장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앞으로 역설적이게도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발자들의 전망은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AI를 누가 더 빨리 일상생활에 접목시켜 상용화하는지에 따라
돈의 흐름이 이동할 것입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뛰었었다.

사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창업을 하고 싶었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리', '마시멜로이야기' 등의 책들을 보며 창업의 꿈을 키웠었다.


내가 개발은 못하더라도, 이것을 응용할 수는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창업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AI부트캠프가 종료될 즈음에 진행하는 창업 부트캠프를 발견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내가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

역시 세상의 주인공은 나인 것만 같았다.


23년 12월 27일부터 창업 관련 부트캠프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예비창업패키지라는 정부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괴리감이 생긴다.

세상의 주인공이 나인줄 알았는데,

역시 주인공에게는 고난이 생기는가 보다라며 정신승리 하였다.


창업부트캠프에서 진행하는 교육과

예비창업패키지의 서류 내용은 상이하다.


창업 부트캠프에서는 무자본으로 시작하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한다.

작게 시작하여 여러 번의 실험을 하고

결과가 좋은 것에 돈을 투자하는 것,

지금 바로 작게 행동하는 것을 강조한다.


창업자들의 97%가 3년 후에는 망한다고 한다.
초보 창업자가 생각한 아이디어로
3%의 확률에 돈을 투자하여 성공을 바라는 것은
차라리 강원랜드를 가는 것이 더 확률이 높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따라서 작게 시작하여 빠르게 경험을 쌓으며 아이템에 관한 직관을 키우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여 그 후에 정식으로 시작하라고 가르친다. 


다 맞는 말이다. 적은 돈으로 여러 번의 실험을 하는 것,

실험하는 것에는 앱도 웹도 거창한 건물도 필요하지 않다.


나의 노동력과, 약간의 철판만 깔면 충분하다.


하지만 예비창업패키지에 필요한 서류 내용은 거창하다.

나의 창업은 사회에 이바지하여야 하며, 일자리를 창출하여야 한다.

내 창업 아이템은 다른 경쟁업체보다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돈이기에 인풋에 대한 아웃풋이 확실해야 한다.

아직 아이템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AI 부트캠프를 경험한 나는 거창한 아이템? 아니! 스토리를 만들 자신이 있었다.

AI는 어디에다 붙여 써도 혁신으로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태해진 나의 정신상태, 이대로는 답이 없다.

다시 정신 차리기 위하여 다이어리를 작성한다.

비싼 가격의 다이어리를 주문하지만 내가 원하는 양식이 아니다.

다시 한번 다이어리를 찾아본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다이어리, 습관을 만들기 위한 다이어리

시간관리를 위한 다이어리 등등 다이어라에는 수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잠깐! 디지털 다이어리를 만들면 어떨까?

내가 원하는 양식으로 편하게 바꿔 쓰고,

나의 하루 사용 시간을 바로 시각화해주는 거야.

그러면 어디에서 시간이 낭비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고...

내 목표를 세우고 url로 지인에게 공유해서 댓글 응원을 받거나, 내기할 수 있는 기능도 만들자.

그리고 목표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른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숨고 기능처럼 전문가와 연결시켜서 그 목표를 바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거야.

그럼.. 이것은 첼린저스(앱) + 숨고(앱) + 다이어리의 기능을 가진 앱을 만드는 거야!


그렇게 나는 거창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서류 양식을 채우기 시작한다.

한 달간의 자료조사를 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문제에 부딪힌다.


잠깐! 요새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의 펜을 이용해서 기록을 많이 하던데,

여기에도 타이핑 말고 노트 기능이 기본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그 기능이 구현이 가능할까?

짧게 배운 지식으로는 이것은 NO다.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코드를 따오지 않는 한 절대 불가능하다.

외부에서 코드를 따온다면,, 우리가 유지하려는 다이어리의 양식 위에 덧붙힐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나는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그 친구는 약간 옛날 괴짜? 같은 친구이다. 한때는 개발에 미친것만 같았었던 녀석이다.

비전공자가 코딩을 혼자 공부하여 대학교 시간표 앱을 만들고, 그 앱을 배포하더니

어느덧 롯데타워에서 진행하는 컨퍼런스를 맡아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는 훌륭한 개발자가 되었다.


OO아, 나 예비창업패키지 지원해 볼 거야.

그래서 내가 다이어리 앱을 만들려고 해. BM(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는데 이거 어때?

그런데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유저들의 펜슬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까?


친구 : 너가 창업을 하려고 하는 이유가 뭐야?

         돈이야? 사회의 이바지야?

나 : 우선 나부터 먹고살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돈인 것 같아.

친구 : 그럼 B2C 대상의 소프트웨어는 난 답이 없다고 봐.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사람들이 돈을 내면서 앱을 사용할 것 같아?

        너는 돈 내면서 사용하는 앱 있어?

        너가 생각한 BM처럼 돈이 순환될까?

        사용자를 확보한 상태의 플랫폼 말고는 앞으로는 난 답 없다고 생각해.

        너는 소프트웨어로 돈을 벌려면, B2C 아닌 B2B에서 사용할만한 앱을 만들던가,

        돈 흐름이 눈으로 보일정도의 분야에서 불편한 점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면 힘들 거야.


난 잊고 있었다. 장사 즉 창업의 가장 기본은 돈이었다.

어느 정도의 판매량이 발생했을 때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까?

나의 제품에 어느 정도의 값어치를 매겼을 때, 어느 정도의 판매량을 일으켜야 하는가?

판매량을 일으킬 만큼 나의 제품은 매력이 있는가?

사람들은 왜 내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동안 배웠던 창업 관련 교육내용들과

창업 광련 강사들이 무대에서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창업을 하려 마음먹었다면, 발명가가 되려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은 관찰자가 되어야 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불편한 것들을 발견하고, 그곳을 집중해야 합니다.
고객이 필요로 한 것은 팔리지만, 고객이 필요할지도 모른 것은 팔리지 않습니다.


창업은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00의(타겟층) 사람들이 00 때문에(문제점) 너무 불편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내가 00을 (내 제품) 만들었습니다.


나는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

정부지원금 5천만 원을 위하여, 나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서류에 맞추어 성공하는 나의 창업이 아닌

망하는 97%의 길을 가고 있었다.


이 상태로 내가 서류 정부지원사업에 통과되었더라면,

나는 무너지는 배를 조종하며, 이 또한 경험이다라는 자기 위안과 함께

1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할 뻔했다.


이제 나는 다시 나만의 창업을 찾으려 한다.


세상은 차갑다. 너무나도 차갑다.

자기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한 무관심하다.

더 이상 나태해지지 말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


어차피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이 글에서의 주인공은 나일 테니까.


늦다리 사회 초년생의 실시간 창업 도전일기 시작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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