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나와 네가 본 나
내가 어떤 사람일까?
가끔 글루미하고, 재미는 없는 편이고, 같이보단 혼자 다니는 걸 선호하는 아웃사이더 스타일이지.
그런데 남들은 내게 ‘긍정적’이고, ‘항상 웃는다’고 한다.
어디서 온 괴리일까.
무엇이 잘못된 걸까.
친구가 요즘은 정부 24에서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를 떼어 볼 수 있다며 권하기에, 호기심에 접속해 봤다.
역시나 초중고 12년에 걸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키워드.
“명랑함”. “교우관계가 원만함”.
이거 맞아?
정작 지금 연락하는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는 두 손?
참 나. 한 손으로 세어도 남는다.
세상은 정말 부유하는 껍데기만 보는 곳이구나.
나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구나.
그런데 아주 드물게, 저 너머의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반가운 한편, 두렵다.
‘저 사람, 날 알아보고 있어.’
그런 느낌이 들면 괜히 한 발자국 거리를 둔다.
누구든 읽어 주길 바라지만, 막상 꿰뚫어 보면 책장을 덮어 버리는 아이러니.
결국 내가 본 나와 네가 본 나, 두 존재가 같길 원치 않는다는 결론이다.
‘넌 어떤 사람이지.’라고 평하는 행동에 ‘흠, 역시 날 전혀 모르는군’ 하고 싶은 거다.
세상과의 상호작용에 있어 98퍼센트 순응하지만 2퍼센트 반항적인데, 그 2퍼센트가 발현되는 부분이 하필 자아상이라니.
목소리 높여야 할 불합리하고 편협한 것들이 산재한 사회인데, 그런 데선 자신 있게 삐딱선 타지 못하고.
참 비겁하기도 하지.
쫄보 특.
힘 빼야 할 때 에너지 풀로 쓰고 으르렁거려야 할 때 온순해짐.
스스로의 방향 없는 반항심이 문득 부끄럽다.
쓸 데 없는 오기 부리지 말고 투명하게 나아가자.
내가 보는 나와 네가 보는 나. 두 존재의 합일을 그리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