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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름 Apr 11. 2024

회사와 나의 결이 비슷하다는 것

상담을 전공하고 심리학과 상담학을 활용해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아닌 상담사의 길을 택한다면 진로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대학원에 진학해 학부와 같이 또다시 상담을 전공하고, 최소 1년간 수련을 받고 민간 학회 자격증을 취득해 대학 상담센터, 사설 상담센터 등과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상담사가 되거나,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정해진 조건을 충족한 후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 임용고시에 합격해 학교 위클래스에서 근무하는 전문상담교사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연구원으로 일하거나 병원에서 수련 과정을 거친 뒤 임상심리사가 될 수도 있다. 그 외  또 다른 길들이 물론 있지만, 위 네 가지가 전공을 살려 진로를 택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길이다. 그리고 디테일한 설명의 차이에서도 이미 티가 났겠지만 나는 전자의 두 길을 걸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와 전문상담교사. 교육대학원에 진학하는 선생님들은 보통 전문상담교사가 되는데 집중하지만, 나는 두 가지의 길을 같이 걸었다.


두 가지 길을 걸은 이유에 대한 설명은 잠시 뒤로하고, 학부 때 전문상담교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한 후 정해진 루트만 성실히 따라왔기 때문에 상담 외 직군에서 나뉘는 직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고, 산업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국제학교에서 Admin으로 일하며 마케팅, 브랜딩, PM 쪽으로 진로를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고민을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직무가 이렇게 나뉘는구나' 하며 대학시절 취업 준비를 하던 친구들이 쓰던 단어의 의미를 그제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관심 가는 직무를 하나씩 찾아보며 든 의문은,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이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마케팅, 브랜딩, PM을 하면 과연 행복할까?'였다. 이 학교가 아닌 화장품 회사에서 마케팅을 한다면? 의류 회사에서 브랜딩을 한다면? IT 기업에서 PM을 한다면? 전자 두 개는 '아니', 마지막 하나는 '행복할지도'였다. 직무에 이어 산업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YES와 NO의 답이 나뉜 기준은 바로 그 분야, 산업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 학교에서 조금씩 접하고 있는 마케팅, 브랜딩이 아무리 재밌다고 한들 내가 관심 없는, 진심으로 좋아해서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분야, 산업에서 그 일을 한다고 하면 정말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직무', '산업', 회사의 '비전'이 세 가지 모두가 중요한 사람이구나. 이 중 어느 하나가 만족되지 않는다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불편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더 넘어가 '직무', '산업', 회사의 '비전' 세 가지를 현재 학교에서 일하는 것에 적용해 보면 '산업'과 회사의 '비전'은 나에게 너무 잘 맞지만 '직무'는 잘 맞지 않는다. 직무가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꽤 긴 시간을 일해온 것을 보면 어쩌면 난 직무보다는 산업과 비전이 더 중요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직무에 대한 불만이 꽤 오래전부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나를 남아있게 한 건 바로 이 학교의 비전, 그리고 분위기였다. 활기 넘치고 편안한, 끊임없이 도전하는, 상대를 배려하고, 학생을 잘 교육하기 위해 같이 머리를 맞대는 이곳이 난 처음부터 좋았다. 그리고 어느 집단보다도 이곳에서 보이는 내 모습이 가장 좋았다. 그렇다. 회사와 나의 결이 비슷한 것이다. 이 학교를 너무 사랑하기에 다른 이들도 당연히 그렇게 느낄 거라 생각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내가 좋다고 여기는 것들을 부정하는 사람들, 비관하는 사람들, 그리고 좋아 보이지만 본인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좋은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었던 거다. 이걸 보고 느꼈다. 아 -. 회사와 결이 맞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그래서 기업들이 기업의 인재상에 맞는 사람들을 뽑는 거구나! 하며 채용공고에 나와 있는 딱딱한 말들을 피부로 느꼈다.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직무, 산업, 인재상이 너무도 중요함을 느끼게 되는 요즈음이다.

그리고 그저 나와 결이 맞는 곳들이 많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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