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내린 순간, 해방감을 느끼다
11년 전 여름, 인생의 세 갈래 길 위에서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결혼할지, 독신으로 살지, 수도자의 길을 걸을지 말이죠.
내가 나를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찾아가는 여정 중이었습니다.
그때, 얼마 전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셔서 미사를 집전해주셨습니다.
성체를 모시고 자리에 돌아와 묵상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바람이 저를 스쳐 갔습니다.
동시에 성가대가 부르는 특송이 흘러나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Here I Am, Lord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1절
나는 바다와 하늘의 주,
내 백성의 부르짖음을 들었노라.
별빛을 만드신 나,
그들의 어둠을 밝히리라.
어둠과 죄 속에 사는 모든 자들,
내 손이 그들을 구원하리라.
누가 내 빛을 그들에게 전하겠느냐?
내가 누구를 보낼까?
후렴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주님이십니까, 주님?
밤에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주님,
주님이 인도하신다면.
당신의 백성을 제 마음에 품겠습니다.
2절
나는 눈과 비의 주,
내 백성의 고통을 짊어졌노라.
그들을 향한 사랑으로 울었지만,
그들은 돌아서 버렸노라.
그들의 돌같은 마음을 깨뜨리고,
사랑의 마음을 주리라.
내 말씀을 그들에게 전하리라.
내가 누구를 보낼까?
후렴 반복
3절
나는 바람과 불의 주,
가난하고 병든 자를 보내리라.
그들에게 잔치를 베풀리라,
내 손이 그들을 구원하리라.
그들의 마음이 만족할 때까지
가장 좋은 빵을 주리라.
내 생명을 그들에게 주리라.
내가 누구를 보낼까?
이 곡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이든 네가 하고 싶은 길로 망설이지 말고 자유롭게 나아가라'고요.
그날 이후로 해방감을 느꼈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지금처럼 살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요.
그렇게 퇴사를 결심하고, 나를 찾는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9월 초에 바로 퇴사 의사를 상사에게 전했습니다.
최대한 마무리를 잘 하고 나오려고 10월 말까지 2개월 동안 정리 후 퇴사 하기로 했죠.
주변에서는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며 뜯어 말렸어요.
그럼에도 제 마음에는 더 이상의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토록 입사하고 싶었던 첫 외국계 기업이었지만, 제 발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난생 처음 혼자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그것도 세 달 동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