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결혼과 성소 사이에서

기도 속에서 드러난 진짜 마음으로

by 힐메리 Heal Mary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 당연히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저의 어릴 적 꿈은 수녀님이 되는 것이었어요.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자랐을 뿐 아니라, 아버지께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좋아하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영화를 함께 보며 수녀님에 대한 로망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죠.


여주인공의 이름도 마리아, 저의 세례명과 같았습니다.


어릴 적 저는 가족들에게 ‘마리아’로 불려졌기에, 영화 속 여주인공에 대한 내적 친밀감도 컸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 저의 꿈은 ‘아기 수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평생 아기일 거라고 착각했던 모양이에요.)


자라면서 꿈은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화가가 꿈일 때도 있었죠.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이 안내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선택한 길이니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의심 없이 걸어간 것이죠.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던 어느 날, 갑자기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어느 순간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나를 잃었다는 느낌마저 들었죠. '이게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일까?'


남들이 사는 대로 살면 안전할 텐데, 그래서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안간힘을 다해 달려왔는데, 왜 이런 마음이 올라오는 걸까요?


평생 눌러 왔던 내면의 목소리가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서 저에게 긴급히 말을 걸어왔습니다.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너무나도 강렬한 감정이 휘몰아쳐서 무시할 수 없었어요.




나를 알아가는 여정 위에서 기도 모임에도 참여했습니다.


수녀님이 진행하는 모임에서 기도하고 깊이 있게 나누는 모습을 보시고, 수녀님께서 수도자의 길을 제안하셨습니다.


이제는 두 갈래 길에서 세 갈래 길이 되어 버린 것이죠.


어릴 적 꿈이었던 수녀님이 진짜 저의 소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나를 모르니, 어떤 것이 정말 나를 위한 길인지 몰라 더욱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결혼을 하자니 아무리 소개팅을 해봐도 마음에 드는 사람은 도무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결국, 제가 수도자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수녀님께서는 성소(거룩한 부르심) 분별을 함께 해보자고 하셨고, 그날부터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는 왠지 모를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수도자가 되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들었죠.


성소 분별을 위한 기도 후 수녀님과 만나기로 한 날이 되었습니다.


확신은커녕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저를 발견했기에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수녀님께서도 똑같이 느끼셨더군요.


성소 분별을 시작한 이후부터 제 얼굴이 어두워지고, 이전과 달리 기도 모임에서도 소극적인 모습.


진짜 성소의 길이 제 길이라면 기쁘게 가야 하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의 모습이었다고 하셨죠.


그럼에도 당장 성소의 길이 아니라고 속단하기에는 너무 짧은 분별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수녀님께서는 우선 더 기도해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가 2014년 8월 무렵이었습니다.


얼마 전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가톨릭 한국청년대회(KYD)와 아시아청년대회(AYD)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였죠.


저도 KYD에 참여하게 되었고, 전국에서 모인 청년들과 함께 일주일 동안 즐겁게 기도하며 친교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개막 미사를 위해 교황님께서 충남 당진 솔뫼성지 성당을 방문하셨습니다.


청년들을 위해서 말이죠. 그 미사 도중에 저는 기도 응답을 받게 되었는데...


앞으로 저의 여정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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