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갈림길에서 마주한 나
'나는 나를 잘 모른다'는 꽤나 충격적인 사실이라는 자기인식이 내면 탐구의 첫걸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어떻게 나를 알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다움'이 트렌드가 되어 SNS 상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요즘 시대와는 달리, 10여 년 전에는 이러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설사 있다 한들, 누가 그런 내밀한 마음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까요? 그러다 보니 온전히 맨땅에 헤딩하듯 헤쳐 나가야만 하는, 오직 저 혼자만의 여정이 그렇게 시작되었던 겁니다.
지금은 유튜브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얼마든지 유튜브에서 찾아보며 공부해 나갈 수 있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를 찾는 여정' 초입에서부터 한 발을 떼는 것조차 망설여졌죠. 그 답답한 상황에서 저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누가 나를 좀 안내해줬으면 좋겠어!'
'이 길을 걸었던 사람이 내 주변에 있었더라면..'
앞이 캄캄하기만 했습니다. 두려웠어요.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저는 다시 돌아갈 곳이 없었어요. 더 이상 나를 속이고 살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그 복잡한 마음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전해지는, '이 길이 맞다'는 내면의 소리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저를 붙잡아주었습니다.
'그래,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
그렇게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며 일에 전념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팀 내에서 일이 저에게 몰리기 시작하니, 매일 야근을 해야 했고, 나만 바쁘다는 그 억울함이 우울감으로까지 이어지더라고요. 이를 극복하고자 바쁜 와중에도 점심에 45분 PT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은 달라진 게 없는데, 마음은 훨씬 편안해지기 시작했죠. 그런데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연애와 결혼'이 저를 가만 두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왜 연애를 안 하냐며 의아해 했고, 지인 중에 괜찮은 사람이 있다며 소개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자랑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주변에 있는 싱글 남자들은 죄다 저에게 소개시켜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개팅 주선이 쏟아졌습니다.
그때는 제 마음에 대해 알지 못해서,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유도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단순하게 결론을 지었거든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고, 어떤 사람을 좋아하며, 어떤 사람과 함께해야 행복한지 등, 아무 기준도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여서 저와 맞지 않는 사람과 시간과 에너지를 크게 소모했던 것이었는데 말이죠.
그 사실을 그 당시 알았더라면, 아마 소개팅을 받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라고 잘못 방향을 잡는 바람에 저는 그 모든 소개팅을 받게 됩니다.
뭐든 후회 없이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하자는 주의이고, 또 인연을 어디서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성심성의껏 소개팅을 받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구나, 이런 사람은 절대 안 되겠다 하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 되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많이 해도, 몇 번 더 만나 본 사람은 있어도 사귀게 된 사람은 없었다는 사실...
이로 인해 또 다른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나는 남자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걸까?'
저는 신앙인이다 보니, 내면 탐구를 기도를 통해 시작했습니다. 묵상을 하며 신께 묻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결혼하는 것이 맞는 것일지?' 그렇게 신앙생활을 깊이 있게 하며 봉사자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부님, 수녀님, 수사님들과 말이 잘 통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던 중 수녀님께서 저에게 수도자가 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제안을 하셨습니다.
'결혼을 하냐 안 하냐'의 두 갈래 길에서,
'수도자가 되는 길'까지,
세 갈래 길이라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가 시작된 것이죠.
내가 진정으로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몰랐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도 몰랐으니까요. 이렇게 내 앞에 주어진 모든 선택들 위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자를 싫어하지도 않는데, 결혼 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건 수도자가 되어야 하는 신의 부르심 때문인 걸까?'
심지어는 이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너는 세속에 사는 수도자 같아!'라고요.
그렇게 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저의 '성소 분별'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성소란 하느님이 특별한 목적의 도구가 되게 하려고 부름. 특히 성직 또는 수도(修道) 생활을 하도록 부르는 것을 이른다고 합니다. (출처: 네이버)
저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