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는 아무나 하나
한창 테니스에 미쳐있던 시기 코로나로 인해 기약없이 코트장이 폐쇄되었던 때가 있었다. 놀거리가 없어 자전거 한대를 구매하여 여기저기 타고 다녔다. 적당한 속도에 그에 걸맞는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빠져 주말이 되면 당시 직장생활을 하던 밀양에서 본가인 마산까지 자전거로 이동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전국 각지에 종주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종주길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유튜버들이 부럽고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전세계를 여행하는 유튜버들의 영상으로 나를 이끌었다. 남들과 같은 일상이 아닌 그들 스스로의 일상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고 존경스러웠다. 나도 그들처럼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이 생겼다. 밀양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을 때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렇게 진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산으로 이직하고 나서부터 이러한 열망은 점점 커져갔다.
이는 내가 비교적 쉽게 퇴사를 결정 할 수 있었던 큰 이유중에 하나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 본 적이 없다. 모두 타인의 지시나 권유에 의해서 완성된 삶이었다.
더 늦기 전에 주체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주체적인 삶 인건가?
그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일게다. 그럼 나는 무얼 하고 싶은가?
두가지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밀양에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발목이 온전치 않아 하지 못했던 것, 바로 자전거 종주와 중국을 여행 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었다. 자전거는 이미 있으며 종주 루트는 네비로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중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여 지금까지 관련일을 해오고 있어 현지 여행에 문제가 없다.
문제는 후자이다. 제대로된 영상을 찍으려면 고프로라는 장비가 필요하다. 중고로 구매해도 몇 십만원대이다. 대개의 경우라면 한대 장만하는 건 어려운 일 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에 베어버린 득실을 따지는 습관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전문적인 유튜버들처럼 영상장비 앞에서 혼자 자연스럽게 행동 할 수 있는 성향의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노력해서 성향을 바꿀 정도로 강한 열망이 있는가? 아마도 그렇지 않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는 여행 유튜버들 처럼 여행이라는 행위를 통해 완전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다. 아주 일반적인 수준이거나 그 이하 일 수도 있다. 아주 오래전 중국 상하이에서 유학을 하던 때 답답한 마음에 혼자 항저우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기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현타가 밀물처럼 몰려 왔었다. 차비가 아까워 억지로 관광지를 둘러 보는 내내 '혼자서 뭐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뭔가 잃어버린 것 처럼 지저분한 기분이었다. 이후로 몇 번 더 시도를 했지만 다르지 않았다. 만약 구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물질적인 보상이 주어지면 이어나갈 동력이 될 것 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다.
한두편의 영상을 편집해서 올릴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자동으로 삭제되는 블랙박스 영상이 될게 분명하다. 이러한 작은 실천조차 이리저리 재단하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고 누구보다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어 개탄스럽다.난 단지 영상속 그들의 삶을 흉내내고 싶었을 뿐인 것이다.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과감함과 무모함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아무리 살펴봐도 두번째 계획을 접는게 득이라는 판단이 섯다. 대신에 처음에 마음먹은게 있어 시간 날 때마다 둘러보는 브런치 스토리에 여정의 흔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