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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야 Jul 02. 2023

[바쁘지만 책추천은 하고 싶어] 6월의 책


바쁘지만 책 추천은 하고 싶어 6월의 BOOK LIST

1. 김상환, 『왜 칸트인가』
2. 브루스 D. 페리,마이아 샬라비츠,『개로 길러진 아이』
3. 마쓰모토 하지무, 『궤도 이탈』
4. 오승호,『폭탄』
5. 김해자, 『해자네 점집』
6. 베르나르 베르베르, 『꿀벌의 예언』(전 2권)




[철학]



1. 김상환, 『왜 칸트인가』


: 근대적 철학 사유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칸트. 오래 전부터 한번은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지만, 어디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막막했는데 가볍고 짧은 이 책이라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구매했다. 『왜 칸트인가』는 칸트의 저서인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을 단 한 권으로 정리할 수 있는 입문서로서 그가 이루어낸 세 가지 주객전환이 철학에서 갖는 의미를 명쾌하고도 단순한 도식에서부터 설명한다. 우주과학에서 코페르니쿠스가 이끌어냈다는 생각의 전회와 유사한 칸트의 철학적 발상 전환을 기반으로 그의 사상과 사고 방법론을 간편하지만 정확하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칸트는 3대 비판서를 통해 이론적 지식의 객관성을 따질 때의 기준, 실천적 행동의 도덕성을 문제 삼을 때의 근거, 예술적 창작의 심미적 가치를 판정할 때의 원리를 차례대로 해명하고자 했다. -120쪽




[인문]


2. 브루스 D. 페리,마이아 샬라비츠,『개로 길러진 아이』


: 소아정신과 의사인 브루스 D. 페리가 자신이 만난 실제 아동의 사례를 바탕으로 쓴 책. 유아기 또는 성장기의 양육 배경이 어린이의 인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완벽해 보이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끔찍한 살인마가 되거나 개들과 함께 길러진 아이가 사랑을 듬뿍 받으며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등의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과 인간의 유대가 사회화 또는 정신건강과 얼마나 밀접한 영향을 맺는지를 증명한다. 테러와 폭격에서 살아남거나 성적인 폭력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아이들. 보호자가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등 그야말로 '생존자'로서 남은 그들이 불안과 공포를 끊임없이 몰아내는 과정이 생생하다. 아동기의 트라우마가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동시에 사랑과 관심이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책.


인류는 엄마가 수많은 사회적 지원을 받는 속에서 발달해 왔다. 오늘날에도 아기가 인간으로서 갖는 잠재력을 완전히 발달시키려면 같은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 -393쪽




[사회]



3. 마쓰모토 하지무, 『궤도 이탈』


: 2005년 발생한 일본의 JR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로 아내를 잃은 아사노 아사카즈의 궤적을 10년 동안 취재한 책. 재난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지금, 그것이 모두 자연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사노 아사카즈는 가해자인 JR 측에 사과를 요구하고 인재(人災) 발생의 원인을 찾는 것을 뛰어넘어 참사의 '사회화'를 위해 분투한다. '사회화'라는 번역으로 잘 와닿지 않겠지만, 범사회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철저한 예방으로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그의 의견에는 절절히 공감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4·16 세월호 참사, 10·29 참사가 10여 년을 주기로 일어나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는 화면 너머 보이는 죽음을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있던 걸까. 표지의 절단난 선분과 책 속 참사에 먹먹해지는 감정, 기억을 넘어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 재난은 무작위다. 우리는 단지 그때, 그 장소에 없었을 뿐이다.


우연이 인간의 실존에 있어 핵심적 인격으로서 의미를 가질 때, 우연은 운명이라 불린다. -31쪽(재인용)




[소설]



4. 오승호(고 가쓰히로), 『폭탄』


: 주류 판매점에서 기물파손으로 잡혀와 취조를 받는 한 남자. 횡설수설하는 와중 갑자기 '촉'이 왔다며 10시 정각에 아키하바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경찰들은 조금도 믿지 않지만, 정확한 시간과 장소에서 폭탄이 터지고 이후 남자는 3회의 추가 폭발을 예고한다. 연쇄 테러의 처음과 끝을 치밀하게 계획한 듯한 이 남자와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을 구하고자 정의로 똘똘 뭉친 경찰들의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따라가다 보면 겹겹이 싸인 수수께끼가 서서히 풀리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신처럼 경찰 위에 군림하고 '어차피 너희도 다 같은 악인이다'라고 외치려 했던 남자는 결국 그 또한 다른 살인자와 다를 바 없음을 드러낸다. 잔혹한 범죄일수록 언론은 범인을 '희대의 살인마, '전대미문의 악마'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소개한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더러운 악한(惡漢)일 뿐이다. 추상적인 악의 최상위에 앉으려 했으나 결국 그 역시 지질한 인간임을 드러내는 한 남자의 기묘한 폭탄 테러가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펼쳐진다.


시한폭탄이라는 건 정말 골치아픈 존재다. 한번 '있다'고 생각하면 그 뒤로는 마지막에 '없다'고 증명될 때까지 공포에 떨어야 한다. -139쪽




[시]



5. 김해자, 『해자네 점집』


: 글은 시대의 분위기를 담는다. 김해자의 『해자네 점집』은 그리 오래된 책이 아님에도 왜 '향수'를 느끼게 할까. 왜 '시대의 분위기'라는 거창한 말을 그 책의 감상 도입에 적을 수밖에 없는 걸까. 구불구불했다 때로 꼿꼿하고 우줄우줄 신났다가 가만히 위로하는 우리네 감정이 매 장마다 켜켜이 담긴 듯하다. 살아있는 사투리와 향토체, 공감하는 동시에 할 말을 하는 시인의 뚝심이 글마다 그대로 묻어나온다. "사람과 꽃과 나비와 알곡과 대지에 경배하며, / 그 모든 계절의 바람과 떨어진 꽃과 주검들이여" "공짜로 배달된 흰 시간 앞에서 / 살아가야 할 날들이 저리 넉넉하고 깨끗하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마음은 얼마나 순수해야 하는가. "백수도 참 할 일이 많다"며 일을 일로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너스레를 떠는 그에게 '글을 맑게 쓰는 사람'이라는 말을 처음 써본다. 걷는사람 출판사가 시인선의 첫 번째 책으로 '김해자'라는 시인을 선택한 건 어쩌면 당연한 듯하다.


고독사여, 컴퓨터 자판이나 두드리고 있는 나도 0과 1밖에 모르는,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고 있는 너도 독생대를 지나가고 있다

생물은 사라지고,
전기로 관절을 움직거리는 피규어만이 팔리고 있다

-「독생대獨生代 인류세人類世」중




[소설]


6. 베르나르 베르베르, 『꿀벌의 예언』(전 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2020년작 『기억』(전2권)을 잇는 최면 이야기. 고양이 시리즈 3부작 이후 전환점이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전작인 『기억』이 한 사람의 전생, 현생과 내생 여행에 집중했다면 『꿀벌의 예언』은 '예언서'라는 도구를 이용해 시공간을 확장한다. 제3차 세계대전을 예언하는 하나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 주인공 르네는 퇴행 최면으로 전생들을 만난다. 예언서를 완성할 수 있는 건 다름아닌 르네 자신이며 작가는 그를 통해 십자군 전쟁부터 꿀벌의 멸종 이후 세계대전까지를 다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전 소설이 주인공 한 세대의 경험과 일대기를 다루는 형식이었다면 『꿀벌의 예언』은 과거를 통해 미래 세대를 내다 보는 구조다. 꿀벌의 멸종 이후 인간에게 남을 시간이 4년뿐이라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경고로 시작하는 소설답게 환경과 여성, 전쟁의 위험과 평화로운 지속가능성에 관한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년뿐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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