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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Founder)는 사장(CEO)은 전혀 다르다.

직장인이 창업했을 때 겪는 어려움

창업가는 배를 만든 사람이라면, CEO는 선장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업가와 사장에 대한 개념이 많이 중첩되어 있다. 대부분의 재벌 기업들은 오너 경영을 하고 있기에, 창업가와 사장의 의미가 많은 부분 오버랩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직접 창업을 하고 난 뒤에야, 창업가의 의미를 조금 더 선명하게 깨달았고, 이런 창업가에게 필요한 마인드 셋, 역량, 과정을 잘 설명해 준 책이 [창업가의 습관]이었다.

창업자는 비즈니스의 창조자로서 회사를 설립한 사람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해외일주(수익화)를 목적으로 운송수단(사업체)이 필요로 한데 그 운송수단을 배(회사)로 정하고 그 배를 직접 만드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배의 규모는 창업가의 리소스와 역량에 따라 돛단배가 될 수도, 요트가 될 수도, 크루즈가 될 수도 있다.

배를 만드는 데, 완벽한 설계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험과 정보를 통해 어느 정도 가이드를 만들 수는 있어도 100% 완벽한 설계도란 없다. 100% 완벽한 설계도에 집착하면 실행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창업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계획보다 실행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계속된 실행과 도전의지가 필요하고, 정해져 있지 않는 답을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 가야 한다.

반면, CEO는 만들어진 배를 사고 없이 잘 운전해야 하는 사람이다. 선원과 승객들의 안전도 생각해야 하고, 차량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목적지에 제시간에 맞춰 도달하기 위해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CEO는 빠른 실행력보다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신중한 계획이 중요하다.

소규모, 초창기의 배(회사)는 창업가의 소유이고, 창업가가 직접 운전한다. 보통의 경우 어느 정도 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 안전성이 확보될 경우 항해를 전문 선장 (CEO)에게 맡긴다.


직장인이 창업하면 망하는 이유 3가지

"직장생활을 수십 년 동안 했어요. CEO까지 역임하고 퇴사 후에 창업 세계로 뛰어들어와 투자유치를 하려고 했는데 창업 경험이 없어서 무시당했어요" 어떤 창업가의 인터뷰에서 봤던 내용이다. 창업을 해본 사람은 이런 투자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1. 직장인과 창업가가 겪는 스트레스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창업가가 회사를 설립하며 궤도에 올려놓기까지의 과정 속에 겪는 역경과 감정은 CEO가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 속에 겪는 것과는 다른 성격이다. 창업가가 겪는 스트레스는 본인의 선택과 책임감에 대한 부담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직장인이 겪는 스트레스는 업무의 방향과 속도를 자기가 결정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이 스트레스가 더 큰지, 창업가가 스트레스가 더 큰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에 단정 지을 수 없다. 누군가는 책임에 대한 부담감과 불확실성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누군가는 수동적인 자신의 위치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내가 회사에서 100의 스트레스를 받는데, 창업을 하면 2~3배 정도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거니까, 200~300 정도 스트레스받을 거야. 그거면 내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직장인들은 직장인이 받는 스트레스에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창업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성격자체가 다르다.

처음 겪는 새로운 성격의 스트레스에 많은 창업가들이 번아웃, 우울증, 대인기피증과 같은 경험을 하며, 초기창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2. 직장생활이 길어질수록 창업에 필요한 역량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앞서 말했듯 창업가는 빠른 실행력이 필요하고, 때로는 직관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투자를 예로 들어 비교하자면, 창업가들은 좋은 모터가 있으면 직관적으로 투자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반면, 직장인들은 배의 모터를 이거로 바꾸면 배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지는지 여러 변수들고려하여 철저하게 계산하고 보고한다. 투자의 여부는 경영진이 판단한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초기 창업가가 직장인과 같은 접근법으로 과도하게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결정한다면 배는 곧 동력을 잃고 침몰하고 말 것이다.


3. 직장생활이 길어질수록 창업을 했을 때, 경제적 기회비용이 커진다.

직장생활에서 회사가 적자일 수는 있지만, 본인의 월급이 적자인 경우는 없다. 창업의 과정 동안 손익분기를 넘기기까지는 수익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직장생활이 길어지면 보수가 늘어나기 마련이고, 창업의 과정에서 손익분기를 넘기기 전 본인이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 기회비용은 점점 더 커진다. 현재 누리고 있는 경제적 보상을 뒤로하고, 창업의 세계에서 고군분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적자의 기간 동안에 '아... 이럴 거면 그냥 최저시급 받는 알바가 낫지'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 것이고, 실제로 손익분기를 달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포기하고 다시 근로자로 돌아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성공한 직장인이 성공한 창업가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크루즈의 선장이 30년 동안 무사고 운행을 했다고 해서 크루즈를 직접 만들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물론, 크루즈를 만드는 곳에 가서 자기의 운행경험을 토대로 더 좋은 크루즈를 만들 수 있는 고문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직접 크루즈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마치며

직장인의 최종 도착지는 CEO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다. 많은 회사원들 중 CEO가 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고, 내게는 CEO가 된 모습을 상상해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었기에 창업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창업의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직장생활과는 다른 차원의 성장통을 경험했다. 그 경험들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예비창업자와 초기창업자 분들을 응원하고 영감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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