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경의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를 읽고, 책과 이야기
"고양이는 단 한 명의 집사만을, 제 한목숨을 바쳐 택한다."(p.8)
"고양이가 그대를 콕 집고 쫓아와 자신을 키우라고 매달리는 것은 아홉 가지 목숨 중 그 하나의 목숨을 온전히 그대에게 걸었다는 뜻이다."(p.8)
"고양이에게 보은과 복수는 동급이며, 그들에게 선택지는 딱 두 가지뿐", "당신이 그의 집사가 되면 고양이는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보은하지만, 어설프게 키우다 버린다면 그 죄과에는 열과 성을 다해 복수할 것이다."(p.9)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랑말랑한 핑크젤리와 고양이의 도도한 매력에 마음을 빼앗겨 집사가 되어보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
위험에 놓인 고양이들을 구하고 평화를 가져온다는 '천 년 집사'의 자격을 두고 인간과 고양이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장편소설,
≪천 년 집사 백년 고양이≫를 소개합니다.
이 책을 쓴 추정경 작가는 창비청소년문학상(제4회)을 수상한 ≪내 이름은 망고≫로 등단했는데요. 10대 사춘기 청소년을 동물로 상징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열다섯에 곰이라니≫ 시리즈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추정경 작가는 특유의 밝고 활기찬 분위기와 독특한 발상으로 청소년문학을 이끌어가고 있는 독보적 작가로 평가되는데요. 이 책 또한 청소년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판타지 추리 스릴러적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청소년 소설입니다.
작가는 '천 년 집사'를 찾는 과정에서 싹트는 인간과 고양이의 우정을 통해 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천 년 집사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양이의 목숨 아홉 개와 그 목숨이 지닌 특별한 능력을 모두 흡수해야 한다는 설정이 돋보이는데요.
"고대 이집트에서 태양신 '라'가 지하세계를 방문할 때마다 고양이로 모습으로 바꾼다고 믿었다", "라가 여덟 명의 다른 신을 낳았고, 고양이의 모습을 한 신이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고도 생각했다."(p.79)라는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작가는 여기에 "아홉 개의 목숨마다 태양신의 능력이 깃들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오묘하고 독창적인 동물인 고양이로 이어졌다"(p.79)라는 상상력을 더하는데요. 비로소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무는 서사가 완성되었습니다.
'인간 캣닙, 말하는 츄르, 하악질계의 시조새' 두썸띵 동물 병원의 길연주 원장에게 붙여진 별명인데요.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길원장과 미국에서 동물실험 연구원으로 일하다 귀국한 대학 동기 윤서준. 빼어난 외모로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윤서준의 이복동생 테오와 동물 실험으로 희생된 백호 티그리스.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유튜브로서 활동하는 형사 이고덕과 길고양이 분홍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서로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테오와 고덕은 특별한 사연으로 동물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고양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데요. 천 년 집사가 지닌 자격 가운데 하나로, 가장 유력한 후보들입니다. 두 사람 외에도 자격을 갖춘 이가 한 명 더 존재하는데요. 고양이를 해치다가 능력을 얻은 연쇄 킬러입니다.
연쇄 킬러는 이고덕 형사의 엄마와 엄마가 돌보던 고양이를 끔찍하게 죽인 범인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연쇄 킬러를 잡기 위해 이고덕 형사는 신분을 감추고 이중생활을 하는 있는데요. 엄마의 장례식장에도 마주친 인물로 이고덕 형사 가까이에 있는 인물이라는 단서를 얻어 기억을 더듬고 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인물로 긴장감을 더하는 인물입니다.
만약에 연쇄 킬러가 천 년 집사가 된다면? 고양이들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말 텐데요. 연쇄 킬러를 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테오와 고덕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백 년 고양이'를 찾는 것인데요.
아홉 가지 능력을 모두 흡수해서 '천 년 집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아홉 번을 다시 태어났다는 백 년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들을 구하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테오와 고덕, 두 사람 가운데 특별한 집사, 천 년 집사가 나와야 할 텐데요. 테오와 고덕은 백 년 고양이를 찾아서 천 년 집사로 등극할 수 있을까요?
동물 실험에 쓰이다가 죽임을 당하는 티그리스를 구하려는 테오, 납치된 아이를 돕는 길고양이 연두, 고마운 마음에 연두를 입양했다가 주차장에 몰래 버린 아이의 부모, 삵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연두 엄마 고양이 누룽지. 재미로 작은 생명을 해치기 시작했다가 살인마가 된 연쇄 킬러를 비롯.
≪천 년 집사 백년 고양이≫는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서사는 생명 경시 풍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생명 존중의 가치에 관한 깊은 성찰을 안겨주는데요.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 독자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에 관한 따뜻한 시선을 선사할 것입니다.
"고덕은 고양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놀라웠고 감탄스러웠다. 인간이 하찮게 대하는 거리의 목숨인 그들이 철칙으로 지키는 생명의 존엄에 달리 대꾸할 말이 없었다. 고양이란 알면 알수록 경이롭고 고고한 생명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p.285,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래빗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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