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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리에 Jun 22. 2023

아직 극복 중입니다

멘탈 터진 웹소설 작가의 슬럼프 마지막 이야기

브런치에도 기록했듯,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슬럼프와 번아웃에서 벗어나려 내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사실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변화를 주었기에 체감상으로는 제자리걸음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래도 하나씩 정리를 해보고, 그 노력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다시 떠올려보자 다 헛된 짓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일일이 기록하지 않은 노력들도 있었다. 헬스장에 등록해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며 뛰는 뿌듯함을 느꼈고, 우연히 접한 책을 읽으면서 감정도 습관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모든 행위들을 거쳐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더 나은 방향으로.


지지부진하던 슬럼프 개선에 확실한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개인적으로 심리상담이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에만 갇혀 심각하던 일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혹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자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어떻느냐.


최근 자발적으로 새로 기획했던 시놉시스를 원고로 발전시켰다. 여러 강박들을 내려놓고 나자 기존의 작업 속도가 돌아오기 시작했고, 10편을 쓰는 동안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물론 이전처럼 생각이 막히고 다음 내용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즐거웠다. 하루 한 편을 완성시킨다는 성취감도 있었고, 내일 작업 분량을 고민하는 것조차 즐거웠다.


그렇게 해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나서도 이전 같은 불안은 겪지 않았다. 어쨌든 작품에 관한 최초의 평가를 받는 단계라 조금 떨리긴 했다. 그래도 속이 울렁거린다든지, 어지럽다든지, 심장이 너무 빨리 뛴다든지. 그러한 신체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평이 어떨지 조금 신경은 쓰이지만, 게임을 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릴 정도의 여유를 찾았다.


피드백 또한 나쁘지 않았다. 여전히 피드백은 보완이 되었으면 하는 부분을 짚어주고 있었으나 위착되지 않았다. 오히려 해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피드백과 내가 확신을 갖지 못하던 부분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바로 전개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었는데, 나 또한 원고를 쓰고 퇴고하면서 그렇게 생각하던 차였다. 다만 속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면 어떤 내용을 어디에 추가로 비치해야할지 떠오르지 않아 일단 밀어붙여본 거였다. 다행히 피드백을 통해 수정 방향을 잡았으므로, 차차 고쳐나갈 예정이다.


물론, 이 정도로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는데도 불현듯 마음이 좋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대체로는 그런 것들이다. 이렇게나 고생해서 다시 시작한 글이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 이번에도 망하면 글로만 먹고 사는 건 힘들겠지? 그럼 그때가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하지? 하는, 아직 찾아오지 않은 막연한 일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최근 읽은 책의 중심 내용을 생각한다. 이건 다 습관이라고. 나한테는 불안이라는 게 기본 정서로 자리잡고 있어, 습관적으로 불안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뿐이라고.


한동안은 이런 마인트컨트롤이 계속 필요할 듯하다. 이제 막 다시 글이 잡히기 시작한 단계라 슬럼프를 완전히 극복해냈다고 동네방네 소리치기는 어려울 테니까. 그래도 나는 요즘 기쁘다. 어떤 발버둥이라도 쳐보자고 시작한 이야기를 이만큼 호전이 되었다고 말하며 마무리 할 수 있지 않나.


어쩌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더 반복될 수 있다. 글을 쓰면서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이미 크게 깨져본 경험이 있으니 그때는 더 단단하고 의연하게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지나온 이 지난한 시간이 무의미한 어둠으로 남지 않길 바라며, 슬럼프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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